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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7/24  치학신문
시사칼럼 '여비서'

 


 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필자가 젊은 시절 근무했던 치과대학병원 건물 건너편에 커다란 호수가 있는데 아침 일찍 출근해서 보면 간혹 경찰들이 호수에 투신하여 동반 자살한 청춘 남녀의 사체를 건지고 있는 광경을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그 당시만 해도 서로 사랑하다가 잘 안 풀리면 함께 손잡고 호수에 뛰어들어 죽어버리는 애절한 낭만 연인들도 있었으나 요즈음에는 사람들이 영악해져서인지 합리적인 사고를 해서인지 그런 일로 동반 자살하는 순애보 뉴스는 들어보질 못했다. 과거에는 그렇게 청소년 청춘들의 자살률이 높았지만 이제는 나이를 불문하고 삶에 힘들거나 어려움에 처하면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자살하고 고위 장군도 자살하고 유명정치인들도 자살하고 심지어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치과의사 직업을 가진 분들도 종종 자살해버리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살 사례들을 가진 나라로 생각된다. 며칠 전에는 우리나라 수도이며 최대 도시 서울의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여비서로부터 성 추문 관련 고발로 인한 죄책감인지 정략적 요인인지 많은 의혹을 안은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울 시장의 죽음이 여비서의 성추행 문제라서 정치적 사회적 논란도 많다. 4년이나 계속되어 왔다는 성 추문에,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했다느니, 무릎 상처를 ‘호’하고 불어 주었다느니, 휴일 마라톤에도 곁에 있으라 시켰고 집무실에 침실을 마련해 놓고 낮잠도 깨우라 시켰다는 등 민망한 이야기도 보도되었다. 피해자는 과거에 수차례 상관에게 말해도 ‘그분은 그럴 분이 아니다’ ‘단순 실수’라며 넘겼단다. 그래도 정부는 여당인 공을 생각해서 ‘님의 뜻을 기억하겠다’며 서울시 주관 장례로 치렀고, 많은 여당 인사나 여당 지향 언론인들이 방송에서 그를 옹호하여 피해자 여비서에게 2차 피해를 주었다. 어느 여당 국회의원은 난중일기에 ‘이순신 장군도 관노와 동침했다’고 쓰여 있듯이 별것 아닌 것처럼 말했다. 참으로 무식의 소치이다. 이순신 장군이 모함에 빠져 곤장을 맞고 백의종군하며 관노의 방에 숙(宿) 하였다라는 기록에서 묵었다는 개념의 宿이란 글자를 성관계를 하며 동침했다라고 해석하는 그분의 수준도 의문이고 그분이 충무공의 현충사 소재지역의 국민 대표라서 더욱 의아하다. 관노는 남자이고 여자 노비는 관비나 관기일진데, 관노와 성관계를 하며 하룻밤을 잤다고 표현한다면 마치 이순신 장군이 동성애자라는 말인가. 여당 수장은 ‘향후 대처방안을 묻는 기자들을 향하여 ‘청나라 호적들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같은 자식’이란 표현의 욕설을 하기도 했다. 어느 여자 방송인은 피해자를 향하여 ‘왜 4년간 진작 고발 안하고 있었냐’고 비난했고 남자 방송인은 ‘미투 당사자는 죽음으로 가정 파탄인데 피해자는 왜 떳떳이 얼굴도 나타내지 못하니 진정한 미투가 아니다’며 비난하기도 했고, 어느 여검사는 작고한 시장과 팔짱낀 사진을 보이며 ‘나도 성 추행범’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심지어 여당 정치인들은 피해자 개념을 흩트리려고 ‘피해호소인’또는 ‘피해고소인’이란 억지 말을 쓰기도 하였다.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지 못하다니 호부호제 하지 못했다는 ‘빨간 길에 동전 소설’이 생각난다. 경찰이나 서울시나 청와대가 모두 관련 수사대상인데도 그들에게 셀프조사 맡긴다니 요즘 유행하는 신발 던지기라도 해주고 싶다. 공직에 있다가 은퇴하니 성추문 문제인 미투와 뇌물수수죄인 김영란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같다. 대상도 잘 없지만 걸어봐야 별 이득도 없을거고 뇌물 주는 사람도 없다. 이젠 운전할 때 ‘학교 앞 시속 30킬로’ 민식이 법만 신경 쓰면 될 것 같다. 전원에 별장 갖는 것과 여비서 두는 직업이 성공한 남자의 로망인데 이것은 갖는 순간 그 사람의 인생이 끝장난다는 말도 있다. 나이가 들고 둔해지니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힘들 때가 생긴다. 현직에 있을 때는 조교나 주위 제자들이 내가 원하기도 전에 미리 다 처리해주었지만 은퇴 후에는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이 혼자서 힘겹게 처리해야 한다. 새로 바꾼 핸드폰이나 컴퓨터가 엉겨 답답하거나 무릎 아플 때에는 ‘나에게도 여비서가 하나 있었으면…’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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