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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10/15  치학신문
노동의 가치

직장에서 성실히 일하고 있는데 모르는 사이에 벼락거지


쉽지 않지만 내면의 가치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염 지 훈


 서울 포시즌치과원장

 

 

 

 

 

 

 제 환자분 중에 한의원을 하시는 원장님이 계십니다. 4년 전에 서울 내에 있는 아파트를 구매하셨는데 4년 만에 아파트 값이 9억이 올랐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아파트 값이 치솟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치솟는 현상을 보고 오히려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가 않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4년간 환자들과 부대끼면서 좋은 일, 힘든 일. 보람된 일을 다 겪으면서 벌어들인 소득이 가만히 있는 아파트가 벌어들인 소득에 비해 한참 아래였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엄청나게 불어난 자산을 보면서 기쁨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전이 더 행복했었던 같다고 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이 2017년 5월 8억4000만원에서 지난 5월 12억 9200만원으로 3년간 4억5000만원(53%) 올랐는데, 역대 최고 상승액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우리 치과의사들도 순수하게 근로소득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지경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기 이전에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고 솔직히 이 갭을 극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집값만 오르면 그냥 불평불만하면서 살아갈 수 있지만. 전세나 월세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원래 살던 주거환경보다 못한 환경으로 계속 내몰리게 됩니다. 다급한 마음에 젊은 세대들도 부채를 최대한도로 떠안고 집을 사들이게 되었습니다. 9월 24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20·30대 가계부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증가해 나머지 연령층의 증가율 7.8%를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2분기 현재 26.9%를 기록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9%포인트 늘어났다고 합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월급은 단지 이자를 갚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자아실현을 위해 학생 때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대학을 가서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노력했고, 직장에 들어가서는 승진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정을 이루고 집도 장만하고 애들도 훌륭히 키워내서 남부럽지 않은 세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자산가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이러한 과정과 노력이 우스워졌습니다.
 직장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데도 이전에 집을 산 동료를 보면 자괴감이 듭니다. 이미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 생겨버렸습니다. 그 동료가 산 집을 내가 지금 구매하려면 20년의 기간 동안 월급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황당한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자괴감이 들 것입니다.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망한 것도 아니고 도박으로 가사를 탕진한 것도 아니고 무리한 주식투자를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월급 꼬박꼬박 받고 성실히 일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벼락거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집값이 엄청나게 올라 자산이 불어난 사람들은 마냥 행복할까요? 노동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에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기가 예전보다 어려워 졌습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향해 “참 열심히도 산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부동산 급상승은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두 배가 올랐네, 세 배가 올랐네가 아니라 부동산에 대한 심리적인 공포감이 조성되었고, 이 상승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극복하기 힘든 좌절감을 느끼게 했고, 결과적으로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하락시켜 소소한 일상이 망가져 버렸습니다. 부모세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신세한탄만 하다가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 같습니다만 이미 너무 올라버려 다시 예전의 시대로 돌아가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강제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떨어트린다면 몇 년간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 너무나도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부동산 투자, 주식투자, 가상화폐 등등 노동으로써 가치를 창출하기 보다는 불로소득에 의한 일확천금에 더 가치를 두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신 내면의 가치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부분보다 자존감을 올려 쉽게 좌절하거나 자포자기 상태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현대는 상실의 시대입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데도 무단히 노력하는 어떤 현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티도 나지 않는데 왜 그리 노력하냐고. 그 현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 자신을 스스로 존경할 수 있게하려고….


 자신의 가치보다 물질적인 부분만을 중요시하여 남들과 비교하는데 열을 올린다면 자존감을 유지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예전에는 노동만을 통해서도 뒤처져 있던 사람이 앞서가는 사람을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는 세상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남들과의 경쟁에 집중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존경할 수 있는 성찰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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