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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5/11  치학신문
행복한 시기로 가는 나이
릴레이수필

혼례 상례는 우리의 인간관계를 지탱하게 해주는 버팀목


세월 지나고 시대 변하면 트렌드 바뀌는 것이 자연 현상

 

 

 

 이승룡


 서울·뿌리샘치과 원장

 

 

 

 

 

 

 관혼상제라는 말은 한 번쯤은 들어봐서 익히 아는 내용이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성격이나 절차가 많이 간소화되기는 했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직까지 혼례와 상례 두 가지는 우리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지탱하게 해주는 버팀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28년 전 조부께서 작고하실 때가 79세로 당시에는 장수하신 연령으로 호상이라고 하였다. 장례식장이 발달하지 않은 당시 시골마당에서 저녁에 불을 지피고 천막을 치며 상주인 부친은 누런 삼베옷을 입고 문상객을 맞았으며, 문상객들이 문상을 할 때마다 곡소리를 내고 슬픔을 나누는 모습을 기억한다. 마당 한쪽에서는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음식을 나누며, 문상객 중 일부는 고스톱을 비롯한 노름을 하면서 밤새 상가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날을 새곤 했다.
 필자는 당시 젊은 나이로 그다지 죽음에 대한 큰 슬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은 아버지 그 다음은 필자도 이런 과정으로 세상을 떠나겠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죽음은 순서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그런 나이였다.
 세월이 흘러 30, 40대는 혼례나 부고가 별로 없을 나이였다. 그 시기가 지나고 지인들의 혼인이나 부고 소식을 들을 때면 50대 중반까지도 그저 ‘하나의 특별한 일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하며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참석은 하였지만, 그다지 남의 일처럼 생각해 주의 깊게 관찰을 하지 않았었다. 부모님, 장인, 장모님이 생존해 계시다 보니 그리고 자식, 조카들이 혼례를 올리지 않아서 일수도 있었다.
 그러나 재작년인 2020년 8월경 코로나 절정 시기에 장인이 89세를 일기로 돌아가셨다. 가까운 친인척의 첫 상을 치르고 보니 제법 관혼상제에 대한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조부께서 작고하실 때는 매장 문화로 상여가 나가는 모습을 보았으나 이제 장인상에서는 코로나로 문상객도 없을뿐 아니라 화장으로 절차가 간소화되었다. 벌써 1년이 지났지만 한 사람이 우리 곁에서 떠나갈 때 그 분의 형체는 보이지 않고 눈에 선한 모습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육십을 앞두고 있는 내 나이에 주변에서 한 달이 멀다 하지 않고 문자나 카톡으로 소식이 전해 온다. 과거 조혼을 하던 조부모, 부모세대에서는 환갑에 자식이 베푸는 잔칫상을 받았다면 현대의 환갑은 잔치는커녕 제일 바쁜 시기의 연령대가 되어 버렸다.
 자식의 취직과 더불어 본인 자신의 은퇴 시점이 맞물려 있고, 친구나 지인 자제들의 결혼이 러시를 이루고 있으며, 내 자식들의 혼사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바쁜 날들이 많다.
 거기에다가 부모님들이 80대 후반으로 이어지다 보니 동창, 친구, 지인들의 부모님 부고 소식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부음 소식이 들린다. 나이가 그럴 나이인가 보다.
 요즘 60대는 노인 축에도 못 낀다.
 현재 법적인 노인이 만 65세 이상으로 되어 있지만 몇 년 지나면 초고령화 사회로 70세로 연장이 될 수도 있다. 각종 혜택이 뒤로 미루어질 수 있는 안타까움이 슬슬 다가오는 것 같다.
 관악구치과의사회,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도 인간 평균수명이 늘어나다 보니, 그리고 고령사회가 되다 보니 몇 년 전에 65세 이상 회원의 회비면제가 70세로 연장, 변경된 적이 있다.
 세대 간의 갈등으로 비춰져서 그런지는 모르나 586세대가 다른 계층의 세대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변화하면 트렌드는 바뀌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정신없는 60대를 맞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식들 건사해야지, 사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부모님을 챙겨드려야지 등등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내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100세를 살아보니> 수필을 쓴 연세대 김형석 교수의 말씀 중 인생의 행복한 시기가 60세~75세 사이였다고 말씀하셨다. 나름대로 100세를 넘기신 분으로 경험적인 삶에서 나온 말씀이기에, 이를 받아들인다면 이제 나는 행복한 시기에 접어드는 단계이니 관혼상제에 대해서는 조금이나 위안이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 본다.
 부모님의 인생은 분명 얼마 남지 않은 건 사실이다. 딸의 혼사 역시 시기가 있기에 이 또한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아들로서 아빠로서 치를 인륜지대사이기에 숙제를 안고 해결할 날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점차 행복의 지름길로 가는 분수령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올 5월 중순, 딸의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코로나의 위험을 헤치며 너의 곁으로, 아빠는 행복을 찾아서 가려 한다.


 〈 다음호는  김 재 영  원장님이 맡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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