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은퇴할 필요성 안 느꼈는데 동기들 은퇴보고 심각한 걱정
별로 여유가 없어 은둔생활 하는 친구들 불러내어서 함께 담소
김재영
前서울대치대동창회장
1980년 5월 치과 군의관을 마치고 관악구에서 치과개업을 시작한지 어느덧 4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내 인생 70년 가운데 43년을 치과 개업의로 살아왔으니 치과 개업의가 나의 인생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여름에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10년 전부터 7월 말부터 2주간 강원도 대관령의 용평 리조트로 피서를 가는데 주로 부부동반 골프와 동해안 여행을 하며 2주를 보낸다. 이번 여름철에도 7월말부터 2주간 피서 여행을 계획 하다가 이제는 나이가 70세가 넘었으니 영구히 휴가를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수를 하던 동기들이 65세에 정년 퇴직을 하는데 마침 그 당시 필자가 서울치대 총 동창회장직을 맡고 있어서 동기들 정년 은퇴식에 많이 참여하면서 필자도 이제 은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은퇴를 하면 무엇을 하고 지낼지 하는 걱정과 수십년을 개업의로 지내다 보니 개업의 생활이 익숙해지고 또한 23년 전 14년 후배와 공동개원을 해서 병원 운영과 대부분의 진료를 후배의사가 하고 있어, 나는 진료에 대한 스트레스도 별로 없고 개인적인 시간도 많아 자유롭게 여행도 갈 수 있어서 굳이 은퇴할 필요성을 안 느꼈는데….
23년간 나를 보필한 후배의사는 나의 은퇴를 간절히 바라는 것 같고 나도 이제는 지금의 치과에서 별로 할 일도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서 더 늙기 전에 은퇴하여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은퇴를 한다니 후배 의사가 매우 좋아해서 바로 치과 양도절차를 의논하고, 다음날 바로 보건소로 가서 나의 폐업신고와 후배의사의 단독개설 신고를 하고 다음 주 세무서에도 나의 폐업신고와 후배의사의 새로운 개설신고를 했다. 하지만 내가 진료하던 교정환자의 진료를 마무리해야 하므로 2주일에 한 번씩 출근하여 교정환자 치료를 마무리 하기로 하였다.
하여간 이렇게 은퇴를 하니 모든 의무를 마친 것 같아 홀가분하고 마음이 너무 편하고 즐겁다.
단지 내일부터는 아침을 먹은 후에 무엇을 할까 걱정이 되는데 일주일에 1~2번 골프를 치는 날은 하루 일과가 잘 지나가는데 골프를 매일 칠 수도 없고, 처는 나보다 더 바빠서 아침식사후 즉시 외출을 하는데, 집에서 가만히 못있는 성격인 나도 아침 식사 후 바로 집을 나서는데 특별히 갈 곳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별로 없다.
특히 혼밥을 안해보아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되었다. 그동안 점심은 관악구 치과의사 동료 4명이 40년간 병원 주변의 식당을 정해두고 회비를 내서 같이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보냈다. 그래서 병원은 그만 두었어도, 집이 치과와 가까우니 치과 동료들과 주2회는 점심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나머지 하루는 오전에 친구와 점심내기 스크린 골프를 치기로 했고, 그 외에는 혼자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이것 저것 먹어 볼까 한다. 점심 식사 문제는 해결되었고, 저녁에는 갈 곳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아침 식사 후 오전 일과가 문제다. 예전처럼 9시에 출근(?)을 하는데, 마침 주민센터를 가보니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았다.
젊은 시절 목 디스크로 고생을 많이 해서, 디스크를 치료하려고 그동안 태극권이나 기공을 꾸준히 했는데, 마침 주민센터에 9시반 국선도 단전호흡 반에 등록하여 1시간 국선도를 하고, 같은 건물에 도서관이 있어서 커피 한 잔을 사들고 도서관에서 독서를 하니 오전시간이 후다닥 지나간다.
점심 식사 후에는 아파트의 골프 인도어를 가서 스크린 골프를 한게임 한다. 그러나 그 동안 골프를 너무 많이 쳐서, 골프에 시간과 돈과 체력을 너무 많이 소모하는 것 같아 앞으로는 다른 운동을 해보려고, 고등학교 시절에 많이 하던 탁구를 시작했다. 탁구를 해보니 비용도 저렴하고, 운동도 많이 되고, 기술이 다양하여 배울 것도 많아서 무척 재미있다.
저녁에는 내가 회장인 당구모임이 있는데, 회원 20명이 회원전용 당구장을 만들어 비회원은 안 받고 회원들끼리 모여서 매일 3구 당구를 친다. 멤버 가운데 관악구 나의 점심 모임 동료가 4명 모두 있고 서울대 교수 3명, 그 외에 의사, 은퇴한 교사, 공무원들이 있는데 년 회비 100만원으로 매일 당구를 치니 이런 모임을 만든 나에게 고맙다고 한다.
나도 나의 사랑방이라 생각하고 친구들도 당구장에 초대하고 당구장에 필요한 비품 등을 대부분 기부했다.
또 일주일에 1~2번은 은퇴했지만 별로 여유가 없어 은둔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불러내어 같이 운동을 한 후 점심식사와 커피를 마신 후 담소를 즐긴다.
집에서 갑갑하게 지내다가 내가 불러내어 드라이브도 가고, 점심과 담소를 나누니 친구들이 내가 연락하는 것을 기다리며 즐거워하여 보람을 느낀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은퇴 전보다 더 바쁘고 힘들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 것 같다.
이제 은퇴 한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나의 일상생활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1년 정도를 지내보고 일정이 잡히고 안정되면, 여행도 다니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여 진행하며 보람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수명을 보면, 앞으로 액티브하게 살날이 10여년 정도 남고 그 후로는 여생을 아프지 않고 지내다 가면 될 것 같아 이번에 은퇴는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은퇴를 했으니 앞으로 남은 세월, 부담 없이 즐겁게 살아볼 생각이다.
http://www.chihak.co.kr/news/18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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