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황, 다른 생각(핵심신념:취약성,실패)
장 선 아
아름다운모아치과원장
상담심리교육학석사
인지행동 상담이론에서 알아두면 좋을 ‘자동적 생각, 인지오류, 핵심신념’ 중 지난 호에서는 ‘사회적고립’과 ‘의존’이란 부정적이고 역기능적인 핵심신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공동체 사람들과 일대일 관계는 괜찮은데 무리 속에 있을 때 웬지 불편하고 혼자 겉도는 기분이 들 때 ‘나는 이 모임에는 적합한 것 같지 않아’란 강한 믿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강한 믿음을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고립’이라는 핵심신념으로 봅니다, 사회적 고립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위축되게 하고 회피하게 만듭니다.
결국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공동체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해보지만 공동체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때문에 악순환의 반복을 경험하게 됩니다.
‘혼자서는 할 수가 없어’라고 의존이란 핵심신념이 자리잡게 되면 새로운 업무나 도전을 해야 할 경우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 몹시 부담이 되고 불안합니다. 무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어렵기만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부정적이고 역기능적인 14가지 핵심신념 중 ‘취약성’과 ‘실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7. 취약성: 안전해 보이지 않아,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만 같아.
취약성이란 부정적이고 역기능적인 강한 믿음이 신념으로 자리잡게 되면 일상의 모든 일들이 안전하지 않는 것 같아 몹시 불안합니다.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다치게 되거나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안돼, 하지마, 가만있어, 위험해, 조심해란 말을 자주하게 됩니다. 민희씨에게는 두 돌 된 아들이 있습니다. 아장아장 걸음마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좀 더 속도를 내려고 하면 넘어질까봐 안절부절못하게 됩니다. 남편이 아이와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만 봐도 계단에서 떨어져 구르는 상상과 함께 눈을 감아버립니다. 민희씨는 자기도 모르게 위험해라는 소리와 함께 아찔한 현기증과 식은 땀이 맺히곤 합니다. 취약성이 진행되면 미칠 것만 같고 죽을 것만 같은 공황증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심장이 벌렁거리면 심장마비가 올 것 같이 최악의 상황이 떠올라 힘들어하는 자신과 누군가가 보인다면 ‘지금 이순간 안전하게 있음’을 인식하도록 해줍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해보는 것도 유용합니다.
8. 실패: 나는 결국에는 실패할 거야
“네가 하는 게 늘 그렇지”, “네가 할 줄 아는 게 도대체 뭐냐?”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을 경우 ‘나는 뭘해도 안 될거야’라는 신념이 의식 너머에 자리잡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패할까봐 불안하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준비도 열심히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차피 안될 것이니 노력이나 도전은 무의미한 것으로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실패할거란 신념에 합당하게 부족한 존재가 되도록 무의식 영역에서 실패를 부르는 행동을 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건 사소한 실수마져도 실패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낮은 수준의 일을 하거나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실패할거니까 게임에 집중을 하거나 외모가꾸기에 더 열심인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임용고시를 충분히 볼 만큼의 학업성적인데도 초등 저학년 과외만 하는 취준생들이 있습니다. 철수씨는 취준생 2년을 보내고 최근 9급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사회초년생이 된 아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이해가 잘 안됩니다. 특수 이공계열을 전공한 아들은 대학졸업 후 바로 취업이 가능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취업을 미루거나 최종면접을 불참하는 등 형식적인 입사지원만 하는 것 같아보였고 스팩을 위한 노력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반년도 채 안된 시간에 9급 공무원시험에 전국차석으로 합격했습니다. 아들은 만족해하지만 철수 씨는 아들이 전공과 다른 분야에 그것도 하향지원한 것 같아 아들의 실력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결국에는 해내지 못할거란 강한 믿음이 행위를 선택하는 우리들의 마음의 기저에 깔려있지는 않는지 살펴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www.chihak.co.kr/news/18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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