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개 피맛은 헤모글로빈 때문에 독특한 특유의 철분 맛 때문
조 재 오
경희 치대 외래교수
피조개의 학명은 Scapharca broughtonii (Schrenck, 1867)로, 돌조개과에 속하는 패류이다. 꼬막과는 근연종으로 생김새도 꼬막을 확대한 듯한 생김새다. 보통 계란만할 때 유통되므로 일반인들 눈엔 '그냥 좀 큰 꼬막' 정도로만 보이지만, 사실 다 자란 종은 각장이 무려 12cm까지도 나가는 대형종이다. 크기 이외에도 몇 가지 외형적 특징으로 구분이 가능한데, 대표적으로 방사륵의 개수로 판단하는 것이다. 참꼬막은 방사륵이 굵어 17~18개 정도이고 새꼬막은 30여개, 피조개는 가는 방사륵 40여개가 촘촘히 그어져 있으며, 주름 사이사이에 시커먼 털이 많이 끼어있다는 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피조개는 조간대에서 수심 약 50m까지의 개펄에 서식한다. 한국의 남해안과 황해안에 서식하는데 특히 진해·통영·벌교 등지에는 다량으로 서식하며 천연어장이 형성되어 있다. 세계적으로는 중국·타이완·일본에도 분포한다.
피조개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무척추동물인데도 개불처럼 혈액에 헤모글로빈이 있어 척추동물처럼 피가 붉기 때문이다.
피조개는 원래는 참꼬막이나 새꼬막보다 비싼 조개였으나, 대량 양식이 성공하면서 지금은 대형 마트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원래 흔하게 즐겨 먹던 조개는 아니고, 일본 수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양식을 시작한 경우에 해당한다.
일본에서는 아카가이(アカガイ), 즉 붉은 조개(赤貝)라고 부르는데 주로 초밥 재료로 사용한다. 피조개를 반으로 가른 뒤 내장을 씻어내고 칼집을 넣어서 넓게 펴서 초밥 위에 올려 먹는데, 독특한 풍미와 식감 때문에 초밥 재료로 아주 인기 있다. 그러나 손질할 때 기술이 필요하다. 피를 너무 안 씻으면 비린맛이 나고, 너무 씻어버리면 피조개 특유의 맛이 다 사라져버린다.
한국에서는 구이나 찜, 숙회로 많이 먹으며 꼬막처럼 삶아서 양념장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하지만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회로 먹는 것이 피조개 특유의 향과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크기가 큰 만큼 내장도 커서 좋게 말하면 풍미가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비릿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초밥재료로 쓸 때는 가열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사용하는데, 잘 처리한 신선한 피조개 살에서는 오이와 비슷한 상쾌한 향이 난다.
피조개는 진해만에서 많이 양식하는데 손질하여 팔기도 한다. 현재는 참꼬막은 말할 것 없고, 중량 당 가격이 새꼬막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까지 떨어져 매우 싼 편이다.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라 한국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다.
꼬막은 수심 50m의 진흙 바닥에서 사는 조개류이다. 일반 조개류는 체액이 흰 색인 데 반해 꼬막은 붉은색이다. 조개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연체동물이 혈액 속에 구리를 함유한 헤모시아닌(hemocyanin)을 가지고 산소를 운반하지만, 꼬막류는 철을 함유한 헤모글로빈(hemoglobin)을 가지고 있어 피가 붉게 나타난다, 이 때문인지 꼬막의 영어 정식 이름 또한 Blood cockle(피 새조개)이다. 학자들은 꼬막이 갯벌에 묻혀 살기 때문에 호흡을 위해서 헤모시아닌보다 산소 결합력이 우수한 헤모글로빈이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필자가 광주에 머물던 시절 광주사람들이 유달리 피조개를 즐기는 것에 아주 놀랐었다, 사실 요즈음에야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되어 특산물을 언제나, 전국 어디서나 계절에 관계없이 즐길수 있게 되었지만 필자가 조선치대에서 교직의 길을 걷기 시작한 70년대 말만 해도 중부 이북 사람들 중에서 필자를 위시하여 꼬막. 피조개를 구경은 물론이거니와 들어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었다.
식사차 찾은 평범한 횟집에서 조차도 피조개 요리가 거이 빠짐없이 상 한 구퉁이를 차지 하고 있었고 작은 종지에 담긴 피조개 피를 귀한 것이라고 필자에게 마시기를 권했었다, 지리적으로 광주는 남해안과 가까워, 벌교·여수·고흥 등 피조개 산지에서 신선한 조개를 쉽게 공급받을 수있다, 사실 벌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피조개 산지로, “벌교 꼬막”과 함께 피조개는 겨울철 광주 식당의 단골 메뉴를 차지한다, 재료의 제철 신선도는 감히 말할 필요도 없다, 거기에 광주 특유의 매콤달콤한 초고추장 양념, 마늘·참기름 향, 다진 채소와 유명 무침 스타일이 어울러 져서 조개의 진한 단맛과 해산물에서 볼수 있는 비린맛이 유독 피조개에서는 적은 특성이, 전라도 양념과 완벽하게 어울려서 피조개의 참맛을 느께게 한다. “피조개 초무침” “피조개 비빔밥” “피조개 회무침”등은 광주의 거의 모든 식당에서 맛볼수 있어 피조개의 참맛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다.
산란기 전인 겨울철에 채취한 것은 피와 조갯살을 날것으로 먹을 수 있지만 간혹 피조개류를 날것으로 먹을 때 오는 vibrio 패혈증에 감염되어 고생하는 예가 심심치 않게 보도 되곤 한다. 그 외에도 A형 간염 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감염의 예가 있어 주의하여야한다,
피조개 회에 겻들여 나온는 피조개의 피맛은 조개중 피조개에게만 있는 헤모글로빈(hemoglobin) 때문에 피조개 만의 독특한 특유의 철분 맛(금속성, ‘피 맛’) 을 나타낸다. 즉, “피맛”은 사람의 피에서 느끼는 철분, 금속 맛과 거의 동일한 철 이온(Fe²⁺)의 풍미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혈색이 붉고 맛이 진하여 제수에 쓰인다.”라고 하였으며, 현대 미식가는 “입안에 돌자마자 퍼지는 피 향과 바다의 철 맛이 어우러진다.”라고 표현하였다. 일본의 미식 표현으로는 “鉄の香りがあり、旨味が深く、後味が甘い。” (철 향이 있으면서 감칠맛이 깊고 뒷맛이 달다) 하였다, 이는 피조개 피에 포함된 글리신, 알라닌 등 아미노산 등이 감칠맛(umami)형성하기 때문이다, 또한 피조개 피에 있는 글루탐산, 석신산이 달큼한 여운과 감칠맛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조개의 회에는 철 향이 강하고, 진한 피맛이 살아 있고, 살짝 데침(숙회)는 철 향이 줄고 단맛과 감칠맛이 두드러지며, 구이·탕은 단맛이 증가하고, 철 맛은 거의 사라지므로 취향껏 조리법에 따라 맛을 즐길 수 있다.
http://www.chihak.co.kr/news/2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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