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제조 막걸리 - 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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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11/30 치학신문

자가제조 막걸리
릴레이수필

많이 하고 실패 여러 번 맛봐야 노하우 생겨

유정수

경북치과의사회 치무이사

서양의 맥주에도 탁한 바이스비어(weissbier)와 맑은 헬레스비어(hellesbier)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막걸리와 동동주가 있다.
집집마다 나름의 방법과 제조법으로 자신만의 술을 빚어 식사 시에 반주로 사용하거나 손님 접대용으로 쓴다면 인생이 더 즐거워 지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 술이 좋다는 건 아는데,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하는 막연한 생각과 시도해도 잘 만들 수 없을 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빚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여기에, 누구나 쉽게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과 제조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전통주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 하나와 막걸리 제조 시 잘못되거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인터넷사이트 그리고 각종 재료와 기구를 구입 할 곳을 알아야 한다.
<조호철의 우리 술 빚기>(넥서스BOOKS) 한 권을 구입하여 정독 후 다음카페의 전통주만들기에 들어가서 회원들이 전통주를 만들다 일어났던 여러가지 사고와 경험담을 읽어 보고 재료구입처에서 필요한 기구들을 구해 막걸리를 한 번 만들어 보면 저절로 자신감이 생긴다.
차츰 술을 만드는 자신이 생기면서 나만의 술을 만들고 싶어 질 때쯤, 박록담이나 배상면, 정동효 등이 지은 책을 읽어보면 ‘누룩도 스스로 만들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이 참 어렵고 복잡하다.
하지만 여기서 도전하고자 하는 욕심이 나고 자신만의 누룩 만들기에 성공하면 드디어 나만의 술이 완성되는 것이다.
치과임상에서도 많이 시술해보고 실패도 여러 번 맛보아야 노하우가 생기듯이, 술을 빚어보노라면 술이 시어지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접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겪게 되어야 제대로 만들 수가 있다. 처음 시도하시는 분을 위해 조금이라도 실수를 덜 할 수 있도록 제조과정 단계별로 주의할 사항을 짚어보면서 이를 중심으로 막걸리 제조방법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쌀의 양이나 물의 비율, 발효시간 등은 책(조효철의 ‘우리 술 빚기’)에 있으니 생략합니다.
우선 쌀을 씻어서 고두밥을 짓는데, 최소한 2시간 이상(하루 정도도 문제없다) 불리고 물을 뺀 뒤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찜솥에서 찌는데, 3kg이하는 1시간 찌고 30분 뜸을 들이면 된다. 5kg전후로 익힐 때는 적어도 1시간 30분은 쪄야한다(덜 익은 것으로 술을 담그면 시어지고 먹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만일 찜솥의 물로 1시간 이상을 버티지 못할 것 같으면 솥 안의 받침을 뒤집어 써서 물을 조금 더 넣으면 된다.
개량누룩은 재래누룩의 많은 균(곰팡이)중에서 하나의 균을 집중 배양한 것이다. 당화력이 재래누룩의 약 4배 정도 되므로 좀 더 안전하게 술을 만들 수 있다. 재래누룩은 다양한 균(곰팡이)이 발효에 관여하므로 보다 풍부한 맛과 향의 술을 만들 수 있다. 보통은 밑술로 개량누룩을 사용하고 본술을 담글 때 재래누룩을 사용하여 실패할 확률도 낮추면서 재래막걸리의 본 맛을 유지시킨다. 단순히 누룩을 고두밥과 섞어서 담그면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패 할 수 있다. 미리 누룩을 물에 충분히 불려서 쓰며 가을부터 초봄까지는 아예 충분히 불린 누룩을 짜고 물을 다시 부어 짜기를 반복하여 그 물로 술을 담근다.
누룩이 준비되었으면 발효조에 고두밥과 누룩 등을 담고 발효를 진행시킨다. 발효온도가 23도에서 28도 사이로 유지되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여름에는 커다란 물통에 술통을 담그는 중탕을 추천하며 온도가 올라가는 듯하면 얼음을 넣어서 온도조절을 한다.
겨울에는 물통 속에 전열기-열대어 기를 때 물속에 넣는 가열기-를 설치하여 온도를 조절한다).
술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술을 담금한 후 1∼2일간은 고두밥의 탄수화물이 당화가 진행되고(이때는 산소가 필요함) 2∼3일 후부터는 효모가 작용하여 당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배출한다(산소와 접촉하지 않도록 한다). 따라서 첫 1∼2일간은 탄수화물이 당화가 되는 동안 하루에 한두 번 고두밥을 뒤집어 산소와 자주 접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당화 진행 시 발효통속의 고두밥의 한가운데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도 방지 할 수 있다.
여기까지 끝내고 나면 손을 놓고 기다리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여름에는 대개 1주일 정도이고 날이 서늘해지면 열흘에서 2주정도 걸린다) 발효조의 기포가 올라오는 것이 잦아들고 속을 열어보아 위로 고두밥이 적당 동동 뜨면서 비교적 말간 술이 보이면 드디어 술이 다 된 것이다. 여기에 용수를 박아서 동동주를 떠먹든지 한몫에 짜서 탁주를 만들어 먹으면 입이 즐거운 하루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양주(밑술을 만든 뒤 본 술을 담그는 방법)로 주로 만들었는데 삼양주(이양주가 거의 다 되었을 때 고두밥을 추가하여 한 번 더 발효시키는 방법)가 훨씬 부드럽고 풍미가 깊은 술이 되어 맛 본 사람들이 더 선호하였다.
독자 여러분도 짬 날 때 한 번씩 빚어 뒤끝 없고 맛있는 막걸리를 만들어 부부가 같이 가볍게 한잔씩 한다면 좀 더 풍요롭고 부부지정도 더욱 돈독해지는 가을밤이 되지 않을까.
※누룩띄우기 : 계절별로 보면 습도가 높고 더운 여름에 누룩을 만들고 술을 빚기가 쉽다. 통상의 방법으로 누룩을 밟은 뒤(오래 밟아야 한다) 바람이 통하는 그늘진 곳에 짚단을 깔고 위에 누룩을 얹은 다음 위에 다시 짚단을 깔고 면수건으로 덮어준다. 이후 삼일마다 뒤집어주기를 다섯 번 해준 뒤에 바람이 통하지 앉는 그늘 진 곳에서 5일마다 뒤집어주기를 3번하여 말린다. 이때에도 짚단을 사용하지만 면수건으로 덮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