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이나 무채 곁들이면 비린내 막을 수 있어”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굴은 연체동물 부족류(斧足類) 빈치목(貧齒目) 굴과에 속하는 조개류의 총칭으로 식용종인 참굴을 말하며, 굴조개라고도 한다. 한자어로는 모려(牡蠣) 석화(石花) 등으로 표기하며, 방언으로는 참굴, 석화, 구조개, 무려, 꿀동이, 꿀치 등이 있다. 굴은 열대에서 한대지방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바다에 120여종이 고루 분포·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나에서는 참굴을 비롯하여 남해안 가덕과 낙동강 연안에 자생하는 갈굴, 남해안과 동해 남부의 해안에 자생하는 바위굴, 남해안과 서해안에 주로 자생하는 털굴, 동해안 남부 및 남서해안에 널리 분포하는 토굴 등이 있다. 학명은 Grassostrea giagas(Thunberg)이고, 영명은 Oyster, Japan-ese oyster, Pacific oyster, Giant pacific oyster 등이며, 일명은 Magaki 이다.
굴이 식용으로 이용된 역사는 오래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선사시대에 조개더미에서 굴 껍질이 많이 출토된다. 굴을 비롯한 조개무리는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를 지나는 동안 빙하기에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먹었을 것으로 여겨지며 조개무리 중에서 번식력이 비교적 왕성하여 가장 흔한 조개가 바로 굴이므로 용이하게 이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굴을 식용으로 이용한 것은 동서양을 비롯하여 인류 최초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겠지만, 특히 고대 그리스나 로마 사람들이 많이 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등 서양에서는 날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오직 굴만은 날것으로 먹고 있다. 맹물에 씻으면 맛과 양분이 씻겨 내려가므로 소금물에 헹구는 것이 바람직하며, 레몬이나 무채를 곁들이면 비린내를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문헌에 굴에 대한 기록이 나타나는데 성종 12년 간행된 《동국여지승람 (東國輿地勝覽)》에 강원도를 제외한 7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고, 서유구의 《전어지(佃漁志)》,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漁譜)》 등에는 형태에 관한 기록이 있으며, 《조선요리법(朝鮮料理法)》, 《시의전서(是議全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등에는 굴젓, 장굴젓, 물굴젓이 다양하게 기록되어 있다.
옛날부터 굴은 봄부터 여름에는 먹지 말아야 한다면서 “영어로 달이름에 r자가 없는 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영국 속설이 있다. 기온이 상승하여 식중독병원체에 감염되기 쉬운 계절인데서 나온 경고라고 생각된다.
수온이 올라가면 맛이 맹탕이고, 굴이 산란하는 시기엔 독성을 품기 때문이다. 굴이 가장 맛이 좋은 시기는 날이 추워지는 11월 말부터 1월 하순까지이며, 생으로 먹을 때 영양이 가장 뛰어나며 생굴의 시원하고 톡 쏘는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굴에는 글리코겐과 아연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글리코겐은 에너지의 원천으로, 아연은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굴은 남자를 강하게 만드는 정력제로 통했는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유명 인사들이 굴에 편집적으로 집착하였다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대작가인 발자크, 독일의 명재상인 비스마르크도 등이 굴의 맛에 매료 되었으며, 동서양을 통해서 희대의 바람둥이로 손꼽히는 카사노바도 굴을 탐식하였고, 줄리어스 시저가 대군을 이끌고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 원정을 했던 이유 중 하나가 템스 강 하구에서 나는 굴의 깊은 맛에 반했기(?) 때문이라니 전쟁의 이유치고는 어처구니가 없다. 그 외에도 굴은 비타민, 철분, 칼슘, 타우린, 아미노산 등을 함유해 ‘바다의 우유’라고도 불리는 완전식품이다.
한국은 굴을 매우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복 받은 국가다. 가령 2014년 일본의 굴 생산량은 18만4,100톤이나 한국은 이에 비해 약 2배 정도가 생산되며 1인당 생산량으로 따지면 거의 5배에 달할 정도이다. 이는 굴이 자라기 좋은 지형적 조건 때문으로 질 또한 매우 높다.
지난 1987년 한미패류위생양해각서가 체결된 이래,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국내 패류 생산해역과 가공시설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굴 및 어패류에 관한 위생 관리시설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았고, 지난해 말 현재 냉동 굴은 일본과 미국을 비롯하여 10개국 이상 국가에 6,179톤이 수출됐으며 통조림과 훈제, 염장 등 가공굴 제품도 9288톤이 수출되었다.
굴을 이용한 요리로는 굴 국밥, 굴튀김, 굴전, 굴밥, 굴 소스, 굴 짬뽕, 생 굴회, 굴물회, 굴젓, 훈제굴, 보쌈김치뿐 아니라 김치에도 소에 굴을 넣어서 오래된 굴에 젖은 우리 음식문화를 엿볼 수 있다.
양식된 굴에서 비린내가 심한 편이고 싱싱한 자연산 생굴은 비린내가 거의 없다는 편견이 있으나 실제로는 별 차이 없다. 그러나 자연산 굴에는 참굴큰입흡충 등 디스토마 류가 기생하며, 생물어패류에서는 노도 바이러스의 감염 우려도 있으므로 조심을 요한다.
http://www.chihak.co.kr/news/1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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