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를 둘러싼 부도덕에 대하여 날카롭게 풍자
송 재 경
서울굿모닝치과 원장
우리 사회를 둘러싼 부도덕에 대하여 날카롭게 풍자세르비아 최고의 극작가 브라니슬라브 누쉬치(1864~1938)는 이미 20세에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민중의 대표: Narodno poslanik, 1883>을 발표했으나 작품에 드러난 신랄한 풍자로 11년이 지나 상연되었을 만큼 그의 작품은 발표 후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무대에 올랐다. 이것은 사회의 부조리, 관리들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풍자가 당시로서는 놀랍고 위험스러운 시도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만한 수준이었음을 말해준다. 그 자신이 밝혔듯이 그의 주요 희곡 작품들은 러시아의 대극작가 고골(Nikolai Vasilievich Gogol)의 영향하에 쓰여졌다. 누쉬치는 세르비아인들에게는 해학, 풍자, 역동적인 상황 묘사의 대가로 각인 되어 있다. 그의 작품에서 묘사되고 있는 희극적인 상황들은 매우 현실적이면서 생생하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누쉬치의 해학과 풍자는 통할 수밖에 없다. 그의 여러 대표작 중에서 는 <죤마니 쯔비요비치 박사>로 극단 화동연우회에서 2006년 이상렬씨가 연출하여 국내 초연으로 공연된 적이 있었는데 1차 세계대전 이후에 더욱 늘어난 노블리스 오블리제와는 거리가 먼 신흥 거대 자본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당시 어마어마한 관객들의 호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관악극회는 8회 정기공연 작으로 누쉬치의 <망자 죽이기(the Deceased, 1937)>를 선보인다. 국내 초연이다. 우리 사회를 둘러싼 부도덕에 대하여 날카로운 풍자하는 반전이 있는 코미디 소동극인 <망자죽이기>는 연극인 김시번씨가 10여년 전에 초벌 번역해 놓은 것이 우여곡절을 겪고 다듬어져 연우무대 출신 안경모씨의 연출, 이순재씨가 예술감독 및 배우로 참여하여 공연된다. 사랑을 뺏으려는 열망, 돈을 갈구하려는 욕망, 명예를 얻고자 하는 갈망을 펼치며 인간의 추악함을 우스꽝스럽지만 쓸쓸하게 그리고 있다.
관객들은 각 인물들이 전전긍긍하며 모략을 꾸며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껏 조소하지만, 정작 그 모습 하나하나가 우리 자신의 모습임을 발견하며 웃음 끝에 씁쓸함이 남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 누쉬치의 희극들과는 다른 면이 있을 수 있다. 1938년 1월 사라예보의 국립극장에서 초연되는 에 앞서 스테판 브라쿠스 감독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쓴다. “나의 운명은 이상하다. 좌파들은 나를 작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나를 부르주아적인 아첨꾼이며, 하찮은 존재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우파들은 나를 공산주의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인물이라 여길 것이다. 나는 우파도 좌파도 아니다. 아마도 그것은 나의 실수일 것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성공적인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 ‘파블레’는 아내인 ‘리나’와 가장 친한 친구인 ‘밀란 노바코비치’와의 불륜관계를 알고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이후 도나우강에서 ‘파블레’의 옷과 신분증, 그리고 심하게 훼손된 의문의 주검이 순차적으로 발견되자 그의 죽음을 확신하고 장례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3년 후, ‘리나’는 ‘노바코비치’과 결혼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중 이모인 ‘안타’로부터 ‘파블레’가 살아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파블레’가 살아있다면 ‘리나’와 ‘노바코비치’의 결혼은 무효가 되고 ‘리나’는 다시 ‘파블레’에게 돌아가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편, ‘파블레’의 연구를 자신의 업적으로 속여 교수가 된 ‘류보미르’, 가짜 서류로 ‘파블레’의 재산을 상속 받은 ‘스파소예’ 등은 ‘파블레’의 연구결과로 만든 회사에 투자하고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는 계약을 앞두고 있다. 죽은 것으로 알고 있던 ‘파블레’가 살아 돌아오자 불륜, 거짓, 사기, 강탈, 위증이 전부인 그들은 3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파블레에게 비열한 제안을 하게 된다.
연극 <망자 죽이기>는 10월 5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됩니다.
http://www.chihak.co.kr/news/13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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