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무악동 마애불
임 창 준
서초이엔이치과원장
갤러리무늬와공간 대표
bonebank@hitel.net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1번 출구에서170m 정도 떨어진 무악동 주민센터를 지나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뒤편으로 올라서면 인왕사 일주문이 서 있다. 이곳에서 올라가다 왼편으로 돌아가는 길이 무악동 마애불이 있는 곳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횡으로 나 있는 도로를 따라 주차장에서 무불정사로 안내하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 갈림길에서 우측 길로 10여 미터쯤 올라가면 또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왼편으로 돌아가면 자그마한 평지가 나오며 무악동 마애불이 있다.
그런데 좁은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을 찾아가기가 힘들어 대부분 큰 계단길을 따라 국사당을 지나 왼편 길을 따라 선바위 쪽으로 바로 올라가게 된다. 이 경우 인왕산 선바위 계단 아래에서 반대쪽 길로 내려가다가 만나는 민가 같은 암자들의 오른쪽 작은 골목 뒤쪽으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이렇게 장황하게 가는 길을 설명하는 이유는 한 번 가보면 별게 아닌데, 초행길의 경우는 정말 찾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유적이나 유명바위나 고인돌 등을 찾아 답사를 가다 보면 어떤 날에는 전혀 못 찾고 허탕을 칠 때도 있다. 저자도 처음 선바위를 찾아 답사 나왔던 엄청 더운 날 국사당까지는 찾았는데, 그 위로 올라가다 보니 가파른 길들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어서 땀을 뻘뻘 흘리며 헤맸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한참 후 무악동 마애불을 찾아 나섰던 날도, 제석할매바위를 찾아 나섰던 날도 선바위에서 불과 5분도 안되는 거리였는데, 주소와 좌표만 믿고 찾아 나섰던 저자는 마애불을 지척에 두고 지나다니며 그 주위의 인왕산 둘레 길과 등산로를 헤매고 다녔다. 좌표 근처에서 길 같은 것만 보이면 이 안에 있나 하면서 들어갔다가 가시덤불에 찔리기도 하고,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십년 이상 살면서 그런 마애불이 있다는 말음 처음 들어본다는 둥, 황당한 일을 많이 겪었는데 지척에서 찾고 나면 항상 어안이 벙벙하고 허탈하다.
하긴 나도 초중고교 시절 서대문 네거리 근처에 살면서 독립문 근처에 사는 친구 집에도 수없이 놀러가곤 했다. 생각해 보니 그 집도 선바위에서 5분 이내의 거리였는데 수십 년이 지나서야 이런 기원의 장소들이 친구 집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살아가며 지척에서 일어나는 일도 모르고, 앞으로 내게 일어날 일도 모르며 사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 것이다.
이 무악동 마애불은 ‘인왕산 남미륵’ 혹은 ‘인왕산 할배’라고도 불리는데, 맘씨 좋은 할아버지와 같은 분위기와 함께 약 2m 높이의 불상이 조용히 앉아있다(그림1). 자연석의 바위를 파고 들어가며 기존 바위의 굴곡을 이용하여 결가부좌 형태로 조성된 마애불이다. 건장한 남성의 모습으로 큰 사각 얼굴에 귀는 두텁고 코는 오똑하며, 입은 다물고 있다. 목에 삼도가 있고, 가사는 법의는 통견으로 우측 어깨에 대의를 걸치고 있는데 가슴에 유자로 조각되어 있다. 두 손은 무릎 위에 두었으며, 엄지를 가운데로 벌리고 있는데 배꼽과 오른팔에 여덟 팔 자가 새겨져 있다. 아래 위치한 관음암에서 관리한다고 하여 ‘관음사 민불’이라고도 불린다. 저자가 찾아간 날에도 친구들로 보이는 여러 명의 아주머니들이 마애불 아래에서 치성을 드리고 있었다.
 |
http://www.chihak.co.kr/news/17460
관련기사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