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창 준
교대역 이엔이치과 원장
‘무늬와공간’ 갤러리 대표
bonebank@hitel.net
문경새재는 문경 지역 백두대간 마루에 걸친 고갯길, 이른바 ‘과거길’의 대명사로서 조선왕조 개국 때 한양과 동래(지금의 서울과 부산)를 잇는 영남대로의 중심 구간이었다. 930리 길(약 380km)의 요추였기에 오랜 세월 문물의 교류지이며 국방의 요새이다.
‘새재’라는 지명에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억새가 우거진 고개’, ‘하늘재와 이우릿재 사이의 고개’, ‘새롭게 만든 고개’ 등의 여러 뜻이 담겨 있었고, ‘문경(聞慶)’이란 ‘기쁜 소식을 듣는’ 곳으로 구전되며 영남은 물론 호남의 선비들까지 일부러 먼 길을 돌아 이곳을 지나갔다.
조선 선비의 반이 영남에서 배출됐다는 택리지의 기록처럼 문경새재는 신통한 길로 통했고, 오늘날 이 길은 박제된 채 이름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길이 돼 전국의 행객들을 걷게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100선’에서 문경새재가 무려 1위를 차지한 것. 과거를 고스란히 품고 현대적으로 태어난 문경새재는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총 6.5km 비포장 황톳길로 시작한다. 이 길을 오르다가 문경현감 구명규의 선정비와 상주목사 이익저의 불망비를 지나, 지름틀 바위 도달하기 전 좌측에 위치한 자그마한 방형 정자 옆에 조산이 나타난다(Fig 1).
조산은 용어 그대로 인위적으로 조성한 산을 일컫는다. 우리 조상들은 풍수지리적으로 공허 하거나 취악한 곳에 조산을 만듦으로써 그곳을 보강하고자 하는데, 골맥이 서낭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즉, 마을 입구나 경계 지점에 세워 온갖 재앙과 부정한 것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안녕과 풍요를 기원한 곳이다.
골은 ‘고을 동(洞)·고을 읍(邑)·고을 군(郡)’ 등의 고을, 즉 인간의 집단 거주처를 의미하는 말이며, ‘맥이’는 고을을 수호하는 자, 즉 막아주는 존재를 뜻한다. 즉, ‘골[谷, 곧 마을]’과 ‘액운을 막다, 부락을 수호하다’라는 뜻을 지닌 ‘막다’에서 전성된 명사가 결합되어 ‘고을+막이’의 복합명사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상도지방에서는 마을 수호신을 ‘골맥이’, ‘골매기’, ‘골매기서낭’ 등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골맥이할배, 골맥이할매, 전씨골매기할배, 골매기김씨할매, 골매기당산할배, 골매기강릉김씨할매, 골매기산신령, 골목할매, 골목님내, 박씨골목당할머니, 골막강씨할배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골맥이는 마을 뒤의 산기슭이나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노거수(당산나무), 돌무더기, 석인상, 마을 제당 등 마을에 따라 좌정한 곳이 다르지만 대체로 마을 어귀 노거수에 좌정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 문경새재에는 돌무더기가 쌓여진 것이다.
http://www.chihak.co.kr/news/17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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