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탄소는 순환한다. 공기(기권)와 땅(지권), 바다(수권), 생물(생물권) 사이에서 형태를 바꿔 가며 돌고 돈다. 자연 환경에서는 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을 이뤄 탄소순환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면서 순환시스템이 깨졌다. 땅 속에 저장됐던 탄소가 공기 중에 배출됐고 대량의 탄소는 순환하지 못한채 공기 중에 머물게 됐다. 이는 온실가스 농도를 증가시켜 지구의 온도를 높였다. 인류는 기후위기를 마주하게 됐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야하는 것이다. 이 열쇠를 흙에서 찾을 수 있다. 흙의 탄소 격리능력에서다. 흙에 저장된 탄소량은 4조1000억t으로, 천연 ‘탄소저장고’ 역할을 한다. 흙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34%, 바다는 26%를 흡수하는 능력이 있다.
흙이 망가지면 인간의 삶도 황폐화된다.
흙은 생명의 원천이자 인류 생존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1분마다 축구경기장 30개 크기의 토양이 훼손되고 있다. 도시화와 화학비료 사용 등으로 흙이 병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 토양의 4분의1이 황폐화됐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흙이 망가지면 탄소격리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량을 늘어나게 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흙의 탄소격리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비경운농법을 추천한다. 농경지를 갈아엎는 것을 최소화하는 비경운농법은 탄소를 흙에 가둔다. 공기 중으로 탄소가 배출되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이다. 그리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업을 통해서도 흙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김해, 산청, 순천의 유기토양 탄소함량을 분석한 결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토양보다 탄소함량이 2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 11일은 흙의 날이다. 농업의 근간이 되는 흙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필자가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후 올해로 9회째다. 흙의 날에는 생명의 원천으로서 흙의 상징성을 담았다. 3월 11일 의미는 다음과 같다. 3월은 우주를 구성하는 천(天)·지(地)·인(人)의 ‘3원’, 그리고 다산 정약용이 강조한 ‘3농’(편농·후농·상농)과 농업·농촌·농민의 ‘3농’에서, 11일은 열십(+)과 한 일(一)을 더한 흙토(土)자에서 따왔다. 흙이 건강해야 지구가 건강해질 수 있다. 흙이 사라지면 농업이 사라지고, 먹거리가 사라지고, 인류의 생존기반이 사라진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열쇠는 흙에서부터 찾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