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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5/27  치학신문
시사칼럼 '산골 집 값'

 

 

 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1980년대, 치과군의관 복무를 마치고 제대 후 서울 근교에서 한두 해 치과의원을 개원하여 운영한 적이 있었다. 그 때의 수익과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들을 합쳐서 서울 강남에 당시 초기의 고층 아파트 한 칸을 분양받아 한동안 강남주민 생활도 누려 보았다. 그러나 서울서 한두 시간 거리의 치과대학에 초임교수로 발령받아 지방으로 오게 됨에 따라 집사람과 상의 끝에 철없이 그 아파트를 당시 매매가인 6천만 원에 팔고 대학 근처 도시에 새 아파트를 2천만 원에 구입하여 이사하니 많은 여유자금이 손에 들어와 있었다. 마침 88년도에 서울 올림픽을 하며 해외여행 자유화 바람도 불었고, 예방치과계의 세계적 거장인 스웨덴의 악셀손 교수가 열흘 코스의 임상예방치과 연수회도 개최한다는 소식의 팸플릿 안내서도 받았기에 얼른 신청하였다. 사실 초임교수라 학문적으로나 아직 견문이 짧기에 사회보장과 예방진료의 선진 유럽 국가들의 현황도 둘러보아 앞으로 평생직 교수로서 안목을 넓힐 욕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당시로서는 국민 대다수가 해외여행 경험이 없던 시절로, 필자는 큰돈을 달러로 바꾸어 집사람과 함께 한 달간의 스웨덴 학회 참석 발표 후 한 달 이상을 유럽 각 국가들에 대한 나홀로의 예방치과 연수 여행을 한 것이다. 사실 그 두 달간 유럽 각국의 치과대학 견학과 그때 알게 된 다수의 교수들이, 그 후 평생 교수직을 살아가는데 필자의 예방진료 철학과 개념을 정립시켜주었고, 세계적인 교류와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여름 방학을 끝내고 귀국했을 때, 두 달 전 6천만 원에 팔았던 강남의 아파트는 2억원이 넘게 올라 있었다. 그 후 매년 계속 올라서 요즈음은 20억 원을 호가한다나. 치과대학 교수 봉급으로는 다시는 서울 강남에 그 아파트를 되살 수도 없고 서울로 올라오지 못하게 되어서 빨리 포기하고 기껏 서울 근교 아파트로 옮겼다. 강남 집 팔아서 고액 유학을 체험한 셈이다.
 서울 근교의 지방 아파트에 살며 한평생 교수직을 수행했고 자식들 공부시켜서 시집보내며 잘 살아왔는데, 20여 년 전, 미국 유학시절 숲속 주택에서 거주 생활하던 것이 그리워서 대학 도시의 광덕산 근처 산속 숲속에 싼 농가 주택을 하나 사서 시간과 돈 생길 때마다 가꾸며 즐기기도 하고 쉬기도 했다. 꽃나무도 키우고 그간 싸돌아다니며 본 것은 많아, 수시로 이색적으로 이십여 년 간 고치다 보니 이젠 산속 예쁜 집으로 소문날 정도로 산골 집이 되었다. 그러나 집사람을 비롯하여 딸애들이나 손자 손녀들은 산골 농가에 자주 오는걸 싫어하는 것 같다. 손녀딸은 벌레가 나와서 싫다고 했다가 휴대폰이 잘 안 터진다는 핑계도 대기도 하고, 이십년 전에 딸애 이름을 써넣어 붙여 세워놓은 이 집 간판에 자기 이름이 없다는 등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대며 잘 내려오지 않는다. 교수직 은퇴 후, 요즈음 우리나라 세상일이 짜증나는 것 같아 나라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두라고 했다는 핑계로 나 홀로라도 주로 이 산골 집에 내려와 자연인처럼 지내고 있었더니, 집사람과 출가한 딸들까지 불만이다. 집사람은 차라리 그 집을 팔아서 서울 근교에 사는 지금 아파트를 더 큰 곳으로 옮겨 시집 간 애들도 함께 사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며, 늙으면 도시 가까이 병원 가까이 살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 산골 집 한 채 팔아봐야 서울근처 아파트 화장실 하나도 못사는 돈이다.
 그런데 뉴스를 보다보니 이제 산골 집값도 고가로 팔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어느 사회봉사 단체에서 할머니 쉼터라는 명분으로 산골 집을 시세보다 두 배나 비싸게 쳐서 사 주고, 몇 년 사용한 뒤에 되팔 때에는 더 싸게 반값에 팔았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산골 집 주인들에게는 집을 시세보다 엄청 비싸게 팔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꿈을 갖게 해 주었다. 특히 그 봉사 단체의 대표가 국회의원 당선자로 공인이기에 더욱 신뢰와 기대가 되기도 하다. 만약 필자의 산속 집값도 두 배로 쳐서 사준다면 시세 차액 일부는 그 분한테 현찰로 떼어 주고 싶을거다. 이 산골에는 혐오시설도 없고 뒷집은 이 지역 유명 정치인의 생가이기도 한데, 오늘도 이 산속 집을 두 배로 쳐서 사주고 반값에 되팔아 주겠다며 찾아 올 눈먼 사회단체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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