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함유량 많고, 식이섬유 풍부하며 칼로리 낮은 식재료”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고사리(Bracken)는 고사리(Pteridium)속 양치류(羊齒類, fern)의 총칭이다. 속명으로는 북고사리, 참고사리, 층층고사리, 생약명으로는 궐근(蕨根)이다. 고사리는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1m가량, 잎자루 높이 20~80cm 정도로, 고사리는 12개의 변종이 있고, 대한민국에 서식하는 종은 라티우스쿨룸(Pteridium latiusculum)이다.
이 고사리의 뿌리줄기는 땅 속을 길게 기며 둥글고 새로 나온 부분에는 갈색 털이 있다. 잎자루는 곧게 서며 굵고 털이 없으나, 그 기부 부근은 어두운 갈색을 띠며 같은 빛의 털이 있다. 특징으로는 잎자루는 길이 20~80cm로 연한 볏짚색이며 땅에 묻힌 밑 부분은 흑갈색으로 털로 덮여 있다. 바로 채취한 고사리는 떫은맛이 강해 생채로 먹지 못한다.
고사리는 섬유질이 많아 장시간 배고픔을 잊을 수 있고, 카로틴, 비타민C, 비타민B2 등 다양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뿌리줄기 100g에 칼슘이 무려 592㎎이나 함유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과거 칼슘식품이 적었던 시절 칼슘 원으로서 좋은 나물이었다. 문제는 고사리가 쓰고 독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잎에는 aneurinase(thiaminase)라고 하는 효소가 들어 있는데 이 효소는 비타민B1을 파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고사리를 지속적으로 다량복용하면 각기병(beriberi)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며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는 경우에 더 잘 나타난다는 것이다.
91년 필자가 교환교수로 미국 Michigan 대학교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만해도 고사리가 미국과 캐나다에도 많이 서식해서 국립공원과 산 같은 곳에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커다란 고사리 밭을 볼 수 있었다. 교포들은 봄철이면 산야에 지천으로 널린 고사리를 꺾어다가 삶아서 냉장시켜 두고 즐기곤 하였지만, 동양인들이 막 뜯어가서 불과 하루 만에 산야의 풍경 자체(?)가 바뀌자 현지 사람들이 항의하여, 지금은 멋모르고 고사리 뜯었다가는 엄청난 벌금을 물곤 한다.
고사리는 제사상에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우리 민족과 인연이 깊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세 가지 나물을 삼색 나물이라고 하는데 그중 검은색은 줄기나물이라 고사리를 사용한다. 푸른색은 잎나물로 시금치나 미나리를 이용한다. 삼색 나물의 뿌리, 줄기, 잎은 각각 조상, 부모, 나를 상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사리 나물, 들깨탕, 국, 볶음, 들깨찜, 전, 육개장 등으로 다양하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을 조사하던 미국의 식물학자가 한국 사람들이 고사리를 즐겨먹는 것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고사리는 WHO IARC(국제암연구소)의 발암물질 2-B군(암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되어, 미국에서는 고사리가 소나 동물들의 사료로도 주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데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즐겨먹는 것을 보고 놀란 것이다. 생고사리에는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라는 발암물질이 있다. 생고사리를 많이 뜯어 먹은 소의 소장에선 궤양과 출혈이, 방광에는 종양이 확인된바 있다.
고사리를 한의학에서는 ‘궐채(蕨菜)’ 혹은 ‘궐기근(蕨其根)’이라고 한다. 고사리는 간과 신장의 습열(濕熱)을 없애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장을 윤택하게 한다. 차가운 성질이 있어 성욕을 억제시키며, 정신을 맑게 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선비나 수도하는 사람에게 좋은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산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과 칼륨 등 무기질 성분이 풍부하여 치아와 뼈를 튼튼해지게 하고 혈액을 맑게 하여 성장기 어린이와 각종 공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당대에 편찬된 전문의서인 식료본초(食療本草)에서는 ‘고사리를 오래 먹으면 눈이 어두워지고 코가 막히고 머리털이 빠지며 다리의 힘을 약화해 보행을 어렵게 하고, 양기를 빼앗아 음경이 오그라들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본초몽전(本草蒙筌)에서도 ‘양기가 쇠약해지고 다리와 무릎이 약해지며, 절대로 지나치게 먹으면 안 되는 반찬’이라 했고,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선 ‘고사리는 이익함이 없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선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양기가 줄면서 다리가 약해져 걷지 못하게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통 의서에서 공통으로 언급하고 있는 ‘다리에 힘이 빠진다’는 이야기는 고사리에 들어 있는 티아미나아제(thiaminase) 때문으로 비타민 B1인 티아민을 분해하여 티아민이 부족해져 ‘각기병’이 생길 수 있으며 다리 힘이 약해지고 저려 보행 곤란을 유발하며, 신경 장애, 단기 기억 상실, 식욕 저하, 근육통 등을 동반한다.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이런 독초를 먹으면서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 고사리를 삶아서 재를 뿌려서 청산을 중화시키며 고사리를 말렸다가 물에 불려서 삶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고사리의 남은 독성분이 해독된다는 사실을 터득했던 것이다. 즉, 고사리에 열을 가하여 발암성분인 ptaquiloside와 B1 파괴인자인 thiaminase를 분해시킨 것이다.
또한, 고사리는 나물 중에서도 단백질 함유량이 많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칼로리가 낮아 영양 과잉 시대에 딱 맞는 식재료라 할 수 있다. 칼슘과 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해 뼈 건강에도 도움이 되며, 아미노산 종류인 asparagine과 glutamine이 풍부하다. 고기처럼 지방이 많은 음식보다는 고사리나물처럼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을 섭취한다면 비만 예방은 물론 성 기능 강화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http://www.chihak.co.kr/news/1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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