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수치 낮추며 고지혈증 등 성인병 예방 효능”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갓은 배추과 배추속 갓종에 속하는 채소이며 학명은 Brassica juncea var. juncea (L.) Czern. 1859 이다. 한국과 중국에 분포하는 한해살이 풀로 한자로는 개채(芥菜) 또는 신채(辛菜)라 하고, 영어로는 brown mustard, leaf mustard, Indian mustard, Chinese mustard 또는 vegetable mustard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잎채소를 갓이라 하고 그 열매를 겨자라고 따로 부르는데, 잎을 주로 먹는 것과 겨자로 쓸 품종은 약간 다르며 갓은 주로 김치용으로 쓰이는데 반해 열매는 매운맛이 강하여 양념, 약제용 또는 기름으로 짜기도 한다.
갓은 2,000년 이상의 재배역사가 확인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의 재배역사는 분명치 않으나 중국과 일본의 전파 내력으로 미루어 오래전에 도입되어 품종분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문헌에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조선 시대에도 갓김치를 즐겨 먹은 듯하다. 특히 ‘메갓’이라고도 불리는 산갓은 이른 봄의 입춘 오신반(五辛盤)에 포함되며 이것으로 담은 김치는 쏘는 맛이 미각을 자극하며 그 향취가 사흘을 간다고 하였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서는 “산갓이 좀 자라면 즉시 시들고 맛이 좋지 못하다. 봄을 먼저 알린다고 하여 산갓을 ‘보춘저(報春菹)’라 한다”고 하였다.<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가슴을 이롭게 하고 식욕을 돋운다’라고 표현하고 있고,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따뜻하고 매운 성질이 담을 제거하고 기(氣)의 유통을 돕고 한(寒)을 몰아내어 몸을 따뜻하게 하니 신장의 사기(邪氣)가 제거되고 구규(九竅 ; 사람 몸에 있는 9개의 구멍)를 통하게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갓은 서늘한 기후에 잘 자라며, 갓에 따라 잎의 모양이나 색깔이 다른 편이다. 보통 많이 재배하는 종류는 김치를 담는 돌산 갓과 김장의 양념으로 사용하는 청갓, 적갓, 얼청갓이 있다. 이중 보라색 갓이 향이 더 진하고 맵다. 이것으로 갓김치를 담는 것이 맛있고, 동치미에는 물이 우러나지 않는 푸른색 갓이 좋다. 특히 전라도 지방의 갓김치는 고춧가루와 멸치젓을 많이 넣어 별미이다. 갓은 삭히지 않고 소금에 절이기만 하면 되고 실파를 섞어서 담그면 더욱 맛이 있다. 갓은 봄, 가을로 재배가 가능하지만 가을에 재배하는 것이 김장김치를 담기에 적절하기 때문에 보통 가을에 재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갓은 엽산이 풍부한 식품 중의 하나로서 갓 100g에 엽산이 370㎍이 들어있다. 엽산은 단백질과 핵산의 합성에 작용하여 발육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통 식품 중 엽산의 50~90%가 가공 및 조리 과정에서 파괴되는데, 갓은 김치를 담가서 발효과정을 거쳐도 엽산의 함량은 크게 줄지 않는다.
갓김치는 보통 김치보다 맛이 훨씬 강해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갓의 씨앗을 곱게 갈아서 양념으로 만든 것이 바로 겨자이다. 원래 갓의 씨앗을 가리키는 말이 한자로는 개자(芥子)였는데 이것의 발음이 바뀐 것이 겨자다. 최근에는 잎을 먹기 위해 개량한 것을 갓, 씨앗을 이용하기 위해 개량한 것을 겨자라고 따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갓의 씨앗도 갈아서 겨자로 먹을 수 있으며 반대로 적겨자와 흑겨자도 그 잎을 채소로 먹을 수 있는데, 적겨자와 흑겨자 잎은 겨자채 혹은 겨자 잎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갓에서 유래된 겨자와 해산물요리나 겨자채에서 고추냉이 대신에 쓰이는 겨자는 다른 품종이다.
갓은 전라남도 여수 돌산도에서 나는 돌산 갓이 유명하다. 돌산도 죽포리에는 여수농협 돌산 갓김치 공장이 있으며, 지리적 표시제로 대한민국에 여수 돌산갓(67호)이 여수 돌산갓김치(68호)와 함께 등록되어 있다.
돌산 갓은 해방 후 50년대 초 일본을 왕래하는 여수지역 무역상들이 무잎 형태의 ‘만생평경대엽고채’ 계통의 씨앗을 들여 와 돌산 세구지 마을에서 처음 재배한 것이 시초로 지금은 돌산 전역은 물론 인근 화양면까지 확산되어 재배되고 있다. 돌산갓김치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재래 갓과 달리 해양성 기후와 알칼리성 및 유황 성분의 토사질 토양에서 재배되어 톡 쏘는 매운맛이 적고 섬유질이 적어 부드러운 데다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성으로 막 담은 갓 김치도 담백한 맛을 내지만 일정 기간 숙성시킬 경우에는 깊은 감칠맛을 내어 계절에 무관하게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 데 제격이다.
돌산 갓은 단백질 함량이 일반 채소에 비해 높다. 돌산갓에는 일반 곡류에서 부족한 무기질과 비타민도 많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고지혈증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능이 뛰어난 기능성 식품이다. 돌산 갓은 씨앗을 뿌린 뒤 수분과 일정 시비를 할 경우 50여 일이면 수확이 가능하여 양산체제가 구축돼 있어, 사계절 내내 갓김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명성을 이어가는 한 요인이다.
필자는 치과대학 졸업 후 수련과 군복무를 마치고 광주 조선치대에 몸 담아 이십년 넘는 세월을 보냈었다, 광주에 머무르는 동안 다양한 향토음식을 접해 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갓 김치(갓지; 전라도 지방에서는 갓 김치라는 말 보다 ‘갓지’가 더 친숙하게 쓰인다)였다. 사실 중부이북지방에서는 특별히 갓 김치를 접할 기회가 적고, 필자가 가지고 있는 갓에 대한 개념이래야 가을 철 김장 김치의 속 재료로서 무채와 섞여서 쓰이는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남도에서 맛본 갓 김치는 전혀 다는 세상(?)을 접하는 기분이었다. 갓을 소금에 절여 씻은 뒤 전라도 특유의 멸치 젓국과 마늘, 양파, 생강을 갈아 넣고 물고추, 찹쌀가루죽 등을 혼합하여 만든 후 잘 삭은 그 맛은 그야말로 일품으로 먹어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 필자는 요즈음도 갓 김치를 즐기고 있다. 더구나 요즈음은 통신 판매가 발달하여 언제 어디서나 취향 껏 돌산 갓김치의 참맛을 즐길 수 있으니 좋은 세상이 되었다.
http://www.chihak.co.kr/news/1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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