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와 노화방지에 효과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골뱅이는 나선 형태 패각이 달린 연체동물로 구슬우렁과 큰구슬우렁이 종이다. 학명은 Polinices didyma Röding, 1798이다. 큰구슬우렁이는 식용에도 쓰이며, 2008년 기준으로 전 세계 소비량 4700톤 가운데 4187톤이 대한민국에서 소비된다. 대한민국에서는 흔히 골뱅이 무침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골뱅이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많이 애용되며 노화방지 효과도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골뱅이를 즐겨 먹는 거의 유일한 나라로, 전 세계 골뱅이 생산량의 90% 이상을 한국에서 소비한다고 한다. 한국 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여 저 멀리 아일랜드, 영국, 노르웨이, 캐나다, 불가리아에서 골뱅이를 많이 수입해 온다.
표준어에서 가리키는 골뱅이와 흔히 식용으로 접하는 골뱅이는 종류가 다르다. 표준어에서는 각시수염고둥을 가리키지만, 식용으로 쓰이는 것은 물레고둥류, 큰구슬우렁이, 각시수랑, 수입종 등이다.
골뱅이는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식감과 조리하기가 쉬워 술안주로 주로 사용된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어 간식으로 쓰기에도 좋다. 물론 그냥 먹는 것보다 소면과 섞어서 양념에 버무린 국민 안주 골뱅이무침에 소비되는 양이 절대적이다.
마트나 수산시장 등에서 백골뱅이나 백고동으로 파는 종류는 물레고둥이나 고운띠물레고둥이다. 저가형 골뱅이집이나 저가형 통조림에 쓰이는 우렁이 종류인 큰구슬우렁이와는 다르다. 고급진 ‘을지로 골뱅이’는 국산이나 수입산 물레고둥을 쓰고 유동 등의 거의 대부분의 골뱅이 통조림에서 쓰이는 거의 전부가 부키눔 운다툼(Buccinum undatum)이라는 북유럽 종을 사용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골뱅이 무침이 ‘국민 안주’가 되자 동해에서 골뱅이 씨가 마르기 시작해서 해외에서 골뱅이를 찾기 시작했는데, 결국 영국에서 대안을 찾았다는 것이다.
국내 골뱅이 통조림 시장점유율 1위인 ‘유동 골뱅이’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처음에는 우리나라와 비교적 가까운 중국, 베트남산 골뱅이를 수입하려 했지만 수온이 따뜻해 우리나라의 골뱅이처럼 쫀득하지 않고 물컹한 맛이라 식감이 달라서 포기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골뱅이는 우리나라 동해안 골뱅이와 어종이 다르고, 캐나다 골뱅이는 한국 골뱅이 육질과 비슷하지만 비싸서 고심하고 있었는데, 결국 영국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식감이 유사한 골뱅이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영국인들로서도 예전에는 쓸모없는 바다 달팽이라고 부르면서 거둬 올린 통발에서 걸러 버렸던 골뱅이를 한국에 수출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겨울 수입원이 생긴 것이다. 본격적인 영국의 골뱅이 철은 10월말부터 겨울까지이다. 빈 통발에 골뱅이용 미끼인 그린 크랩과 곱상어 토막을 채워 바다에 던져 놓고 모여드는 골뱅이를 거둬 올리는 것이다. 영국은 골뱅이 어획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고, 일단 영국인들이 골뱅이를 먹지 않아 자원이 풍부하며 잡는 방법도 쉽다. 보통 100~300m 수심에서 골뱅이가 잡히는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1마일쯤 되는 근해(近海), 수심 15m에서도 골뱅이를 잡을 수 있고 북해 수온이 차가워 식감이 차지고 쫀득쫀득하다고 하며, 거기에 일반적으로 동해안에서 잡히는 것보다 크기조차 약 1.5배 크다고 한다. 이렇게 생산하는 골뱅이 중 90％가 한국으로, 8％는 네덜란드로 가고, 단 2％만 영국에서 소비된다고 한다.
그쪽 사람들은 골뱅이는 아예 먹지 않아서 한국 사람들이 골뱅이를 먹는 걸 보고 신기하게 여길 정도이다. 골뱅이를 어획하는 한 영국인 어부는 아시아에서 이걸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다만 그 덕분에 20년 동안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해외 언론은 아시아에서 골뱅이가 정력제(?)로 유명하기 때문에 먹는다고 분석했지만……. 사실은 그냥 맛있어서 먹는데……. 2020년 기준으로는 영국산 골뱅이를 주로 수입해오며, 겨울에는 오로지 골뱅이만 잡는 영국 어민들이 있을 정도이다. 영미 권에서는 골뱅이만이 아니라 소라, 고둥류 자체를 식재료로 쓰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먹긴 하나 전국적인 음식은 아니며, 일본 표준어로는 ‘츠메타가이(ツメタガイ)’라 하지만 대체로 아이치현 지타 반도 같은 일부 지방에서나 먹는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근래에는 한국 문화가 점점 해외에도 소개되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도 늘면서 골뱅이 맛을 보고 생각보다 맛있었다는 평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식 골뱅이 무침 등에서는 고추장에 식초가 많이 첨가된 소스가 사용되는데 그 맛이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함이 더해져 색다른 맛이라며 안주나 간식거리로 찾는 외국인들이 소수지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히 스페인이나 모로코인, 프랑스인들은 모양과 식감도 비슷한 달팽이 요리를 많이 먹기 때문에 적응이 쉽다고 한다.
필자는 특별히 골뱅이 요리를 즐겨서 골뱅이 집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식도락가는 아니나 계절의 특별한 맛을 마다(?)하지는 않고 즐기고 있다. 가끔 가락동 농수산 시장에서 좌판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골뱅이를 볼라치면, 잽싸게 있는 것을 도리(?)하여 가지고 와서, 끓는 물에 데치고, 손질하여 초장에 찍어서 즐기거나, 미나리나 부추, 고수 등에 무쳐서 먹기도 하고, 이 무침에 국수를 비벼 먹기도 한다. 물론 이때 소주나 와인 한 잔이 빠지면 당연히(?) 섭섭하다.
http://www.chihak.co.kr/news/17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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