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과 독립성 갖춘 평가체계로 결과에 신뢰 확보
이 원 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회 위원장
치학신문 창간 3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지난 39년 동안 치학신문은 치과계의 크고 작은 변화와 현장의 목소리를 기록하며 우리 치과의사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해 왔고,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도 전문인으로서의 소명과 윤리를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 왔다. 환자의 구강건강을 지키기 위해 진료실을 지켜 온 치과의사들의 노고를 전하고, 치과계의 권익과 발전을 위해 애써 온 임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오늘날 치과의사들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진료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환자의 기대와 요구는 더욱 다양해지고, 의료환경과 경영 여건의 변화 속에서 진료의 질과 병원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재료와 장비, 디지털 기술을 익히고 적용하는 일도 이제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진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 가운데는 개별 치과의사의 경험과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 적지 않다.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법을 제공하려면 새로운 기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고령 환자의 구강기능 회복, 치주질환과 전신건강의 연관성, 난치성 구강질환, 임플란트와 치과재료의 장기적인 예후,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단과 치료계획 등 진료 현장에서 제기되는 질문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인의 임상 경험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해답을 찾아야 한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이 우리 치과계에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치과의료는 임상과 치과의료기기 분야에서 상당한 역량을 축적해 왔다. 전국의 치과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며 수많은 임상 경험과 지식을 쌓아 왔고, 대학과 병원에서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산업계는 새로운 재료와 장비, 디지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량이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연구전략 아래 충분히 연결되고 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임상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가 연구과제로 발전하고, 연구를 통해 검증된 결과가 다시 진료에 활용되며, 그 과정에서 축적된 지식이 다음 세대 치과의사에게 전달되는 체계가 필요하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바로 이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연구원 설립은 연구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환자를 직접 만나는 개원의와 봉직의,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치과의사, 치과의료기기 개발에 참여하는 전문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제다. 연구원이 제대로 기능한다면 치과의사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연구와 장기적인 임상연구를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다. 임상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연구과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기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며, 유망한 기술이 실제 진료에 적용되기까지 필요한 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 결국 이것은 국민건강보험의 영역에서도 현실적인 우리 치과의사들의 요구를 전달할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로써 국가에 제시할수 있는 수단이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고, 치과의료의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된다.
또한 치의학 연구의 발전은 우리 직역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진료환경을 바꾸고, 고령화가 새로운 의료 수요를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치과의사들이 변화의 수용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임상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검증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기술이 진료 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고,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국립치의학연구원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공정하고 투명한 입지 선정이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은 특정 지역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 치의학의 연구역량을 높이고 국민 구강건강에 기여하기 위한 국가적 과제이다. 여러 지역이 유치를 희망하는 만큼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그 경쟁은 정치적 영향력이나 지역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연구원의 설립 목적과 실제 수행 능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역량과 연구인프라, 치과대학 및 치과병원과의 연계성, 임상연구 수행 여건, 국가 연구기관과의 협력 가능성뿐 아니라 치의학 산업의 기존 기반과 연구성과의 실용화 가능성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연구시설을 새로 구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시간, 이미 형성된 연구와 산업 생태계를 활용할 때 얻을 수 있는 효과 역시 국가 연구투자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지역균형발전 지표 또한 그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인구 변화율과 GRDP 증가율 등은 지역의 경제적 여건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지만, 성장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구조가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 취지와 부합하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는 일과 이미 성장세가 뚜렷한 지역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만드는 일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어느 한 지역에 유리한 결과를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다. 평가기준이 연구원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지, 각 항목과 배점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지, 모든 후보지에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는지를 확인하는 문제다. 평가항목과 배점, 산정 방식은 사전에 명확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평가체계를 통해 결과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어느 지역이 선정되더라도 참여 지역과 치과계가 결과를 납득할 수 있어야 공모의 정당성이 완성된다.
입지가 결정된 이후에도 전국 치과계의 참여는 계속되어야 한다. 연구원이 한 지역에 자리하더라도 연구성과와 협력 기회가 그곳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국의 치과대학과 병원, 개별 연구자, 기업이 공동연구와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국립치의학연구원이 특정 지역의 시설을 넘어 대한민국 치과의사 모두가 함께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국가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치과의사들은 지금 이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국민의 구강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의 가치를 개인의 진료실 안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연구와 기술의 발전을 통해 더 많은 환자에게 확산시키는 것 역시 우리 세대가 함께 고민해야 할 책임이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바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중요한 기반인것이다.
치학신문의 창간 39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앞으로도 치과의사들의 현장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내고, 우리 치과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를 공론화하며 대한민국 치의학의 발전을 이끄는 언론으로 더욱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역시 공정한 절차와 치과계의 폭넓은 참여를 바탕으로 설립되어, 오늘의 치과의사들이 쌓아 온 노력과 경험을 내일의 치의학 발전으로 이어가는 기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
| 대구치과의사회와 국립치의학연구원대구유치위원회 공동으로 지난 5월 18일 김부겸대구시장 후보 캠프에서 박주민의원(민주당)을 초청해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 모습 |
 |
| 대구가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의 최적지라는 점을 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작년 12월13일 호텔수성 수성스퀘어에서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