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승 철
<단국치대 예방치과 교수>
미네르바(Minerva)란 고대 로마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이다. 공예의 여신이었는데 나중에는 전쟁의 여신으로 바뀌어서 고대 로마에서는 전쟁 후 얻은 전리품들을 미네르바 신전에 바치기도 했단다.
어느 청년이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를 논하고 예측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필명을 미네르바로 했다는데, 올린 글 내용과 현황이 맞아 떨어지는 것이 많아, 그의 해박한 경제 지식에 놀라고, 예견하는 예지력에 그 인기는 급상승하였다. 그가 50-60대 중후한 경제 전문가일 것이라는 소문을 필두로 나중에는 미네르바를 경제 대통령으로 하자라는 엉뚱한 여론몰이도 나왔다. 나중에는 그가 올린 글이 맞지 않거나 현실성 없이 황당해도 사람들은 그것을 숨겨진 뒷이야기로 소문나게 되고, 현실 경제 질서가 혼란된다는 조짐이 있자 국회에서도 그 이름이 나왔으며, 끝내 수사를 하여 그를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진상을 파헤쳐보니 너무나 엉뚱했다. 중후한 중년도 아니고 경제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 경제학 서적을 독학으로 읽은 무직 청년이었단다. 그는 다만 다른 경제학자나 전문가가 쓴 글들을 짜깁기하여 인터넷에 올렸을 뿐이란다. 사건이야 신년 초에 해프닝으로 끝나겠지만, 경제학이란 그 이론과 현실이 까다롭고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어 예측이 매우 어려운 전문 학문으로 알고 있었는데, 비전공자도 정리해서 글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아무나 할 수 있는 학문인지 의문도 든다.
하기야 1970년대, 10여년 이상을 경제 각료로 지낸 당대의 우리나라 최고의 경제학자이자 부총리가 퇴임 후 부인과 함께 TV토크쇼에 나왔던 걸 기억한다. 사회자가 그분의 경제개발과 성장의 성공담을 부추겨 세우자, 곁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할머니는 “이분은 우리 집안 살림과 경제는 다 망쳐 놓았는데 어떻게 나라 경제를 발전시켰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쏘아 붙이는 걸 본 기억이 난다. 경제학이란 그만큼 어렵기도하고, 경우나 대상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하는 고도의 전공성이 깊은 학문 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이론과 기술을 다 전공 학문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자동차 정비는 기술이지 학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치과 진료 시 보조업무를 하는 행위를 학문이라 하지 않고 기술이라 칭하는 이치와 같을 것이다. 치과에서 협조 인력들에게 구내방사선 및 파노라마 사진촬영이나 스켈링 등 기술을 전수하고 시술하게 하는 것도 대단한 기술을 요하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의료계 각 업종 단체 간에는,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다며 이런 시술 부여에 대해서 서로의 권익과 세력 게임을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치과진료조무사에게도 수년간 치과근무 경력 후에는 소정의 교육훈련을 받으면, 단계적으로 구내방사선 사진촬영, 스켈링, 불소도포, 실런트 및 심지어는 소기가스 사용 자격까지 치과의사회의 민간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주가 많다. 치과진료의 효율성과 협조 인력들의 자긍심 향상은 물론, 치과진료조무사의 능력과 근무 경력별 업무 확장의 기회를 줌으로써 치과에 오랜 기간 근무하게 되는 효과도 얻고 있다. 치과진료 협조인력 부족난을 맞고 있는 우리나라 치과계가 주목해야 할 제도이기도 하다.
어느 경제학자는 “금융이란 이루고자하는 사회현상을 위한 하나의 도구이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금융 자체를 목적과 목표로 생각하기에 금융 대란과 위기가 오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마치 치과계의 전문의 제도 같다. 전문의는 치과의료 전달체계의 한 수단으로서 전문치의를 도구로 쓸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문치의에 관심이 있고 그것을 최종 목표로 하며 의료전달체계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 치과계에도 근거와 타당성 있는 예지력을 가진 제대로 된 미네르바가 나와서 여론과 방향제시를 해줄 때도 되었다.
http://www.chihak.co.kr/news/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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