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l  로그인  l  회원가입  l  아이디/비밀번호찾기  l  2022.5.16 (월)
글씨크기 크게  글씨크기 작게  기사 메일전송  기사 출력  기사스크랩
 http://www.chihak.co.kr/news/16420
발행일: 2022/05/11  치학신문
무념무상, 지금 여기 시공이 모여 사라진다
인문학칼럼

 

 

이 흥 우

 

李興雨齒科 院長, 哲博

 

 

 

 

 

 빅뱅의 순간. 즉 하나가 여럿이 되는 순간은 변화무쌍한 ‘영원한 순간’과 닮았을 것이다. 베르그송의 언어로 정지된 한 점이 아니라 움직이는 한 점에서의 시간이어서,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모든 가능성으로 열린 ‘영원한 시간’일 것이다.
 일상에서 주체와 객체의 경계가 잠시 사라지는 순간은 무념무상, 물아일체의 상태이다. 무언가 느낌은 충만하나 나와 대상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습관적이고 타성적이던 공간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시간은 지금 순간에 모여 사라진다.
 과학자 호킹은 우주의 크기는 유한하나 가장자리의 경계가 없다는 가설을 폈다. 너와 나의 사이는 원래 경계가 없는 것인데 우리가 착각해 분리함으로써, 너와 내가 따로 있는 것으로 잘못 알게 된다는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만약 영화 속, 상상 속, 태초의 ‘너와 나’라면 우주의 경계가 없는 것처럼 나와 ‘내가 아닌 것’ 사이의 경계는 없어져, 물아일체가 될 수도 있다.
 우주 시작점을 양자역학적인 무한한 가능성으로 보자면, 태초의 A는 생길 수도, 안 생길 수도 있는 A이다. 달리 말하면 나는 ‘지금의 나’가 아니고, 바로 ‘지금의 너’일 수도 있었다. 한 점이 시작하여 우주가 되었으므로 ‘너는 필연적으로 상호연결된 나’라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양자역학적으로 우주 초기에는 모든 경우가 가능하므로, 우연성을 강조해서 시초에 A가 아니라 B가 있을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우주 전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일즉다(一卽多)이면서도, 또 우주 초기 우연히 생길 수 있는 엄청난 다양성도 허용하자는 뜻이다. 이런 두 가지 측면에서의 무경계가 가능하다.
 우주의 무경계를 받아들인다면, 시공은 한 데 어울려 있으므로 공간적으로만 무경계가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무경계이다. 그러므로 이때의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흐르는 일직선의 시간이 아니고, 순환되거나 아니면 그냥 현재의 ‘영원한 순간’으로 지속해야 한다.
 실제로 ‘현재’의 사건이 일어나고 있을 뿐이고, 엄격히 ‘현재’만이 실재(reality)일까? 만약 그렇다면, 하루가 영원 같다고 할 때의 시간이 바로 이럴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그런 개념의 시간은 없으므로, 이때 ‘영원 같은 시간’은 차라리 무시간적이고, 시작도 끝도 없는 ‘현재의 시간’이다. 그러므로 통상 우리가 일컫는 시간의 의미에서 보자면 ‘영원 같은 시간’은 사실 시간 외적이고, 이럴 때를 우리는 ‘무경계 시간’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과 호킹의 상반된 주장처럼 우주의 시작과 끝이 있든 없든, 신비한 몽상가들이 말하는 바로 이 ‘영원 같은 순간’에 어쩌면 우리가 알고자 했던 실체의 모든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은 주체와 객체, 몸과 마음, 꿈과 현실이 만나는 교차점일 수도 있다.
 어떤 이는 무념무상의 순간에 시공이 사라지는 것을 체험한다.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일상적인 시간의 흐름은 멈추고, 온갖 상념이 한순간에 집중되어 사라진다. 태초, 시간이 시작했던 바로 그 순간의 점, 빅뱅으로 회귀한다.
 공간을 시간과 같은 맥락에서 살펴보면, 광활한 우주가 팽창하여 변해 가는 과정에 언제나 시간과 공간이 함께 있었으므로 모든 시간이 지금 순간에 모일 때 모든 공간도 한 점 여기로 축약되고 수렴된다.
 이런 느낌이 충만한 순간을 시간과 공간이 사라진 듯한 순간이라고 표현해도 좋겠다. 시간과 공간이 사라져 지금, 여기에 모인다. 시간과 공간을 의식하는 주체는 사라져 느낌만이 남고, 객체도 사라져 이미지만 남은 주객일체의 무아지경이 된다. 공간은 사라져 눈앞 여기에 모이고, 시간은 사라져 지금 순간에 모인다. 태초가 아님에도, 우리는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천하절경을 보면서 잠시 물아일체, 무념무상의 순간을 맞는다.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독자의견쓰기
* 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 등 목적에 맞지않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등록된 글은 수정할 수 없으며 삭제만 가능합니다.
제    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스팸방지            스팸글방지를 위해 빨간색 글자만 입력하세요!
    
슈퍼씰
아이스팩

치학신문
2022년 4월
덴탈플라자
 
  l   신문소개   l   광고안내   l   구독신청   l   기사제보   l   개인정보보호정책   l  
회사명 : 주식회사 치학신문  |  07225 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18길 5
광고접수 : 02-2632-6858(대표)  |  편집국 : 02-2679-9389  |  출판국 : 02-2633-9389, 02-2679-6820  |  팩스 : 02-2671-9389
제호 : 치학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6464  |  등록일 : 1987년 08월 07일
명예회장 : 임채균, 이재윤  |  회장 : 김홍기  |  발행인 : 장백용  |  편집인 : 심영섭
치학신문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치학신문은 신문윤리강령 및 주간신문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Copyright © 2017 치학신문. All rights reserved. chihak@daum.net
Powered by Newsbuil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