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창 준
서초이엔이치과원장
갤러리무늬와공간 대표
bonebank@hitel.net
인왕산은 서궐과 함께 사직단이 들어설 만큼 권위적인 산세를 형성하고 있다. 나아가 인왕의 산기슭은 큼직큼직한 바위 계곡과 맑은 개울, 송림이 어우러져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살림터와 풍류처로도 각광을 받았다. 백운동(白雲洞), 세심대(洗心臺), 청풍계(淸風溪), 옥류동(玉流洞), 송석원(松石園), 취병암(翠屛岩) 등 계곡과 동네의 이름만 보아도 도학(道學)의 터전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양에서 인왕산은 그같이 컸던 사회적·문화적 역할 이상으로 민간신앙의 중심터였다. 특히 암석 숭배 혹은 바위 정령을 믿는 우리나라 민속신앙의 성향으로 보아, 인왕산의 형세는 그만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화강암 거암이 넓직하고 듬직하게 솟아 둥그스레한 주봉의 암반은 당당한 위풍을 뽐내고, 그 주변과 계곡에 박힌 크고 작은 바위 형상들은 모두 개성적이다. 모양새에 따라 불리는 선바위, 말바위, 매바위, 삿갓바위, 부처바위, 맷돌바위, 치마바위와 조바위 등 그 이름도 재미있고 다양하다.
그런데 막상 선바위를 비롯해서 서울 여인들이 성신앙이나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삼은 인왕산의 주요 바위는 모두 성곽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한양에 조선의 도성이 들어서고 유교사회의 기틀이 확고히 잡히면서 그리 되었을 것이다.
또 도성이 인왕산 정상을 동서로 가르는 위치에 세워진 탓으로 민간신앙의 터는 자연히 성밖 신세로 전락하였다. 여기에도 일전에 언급한 바 있는 무학대사의 패배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온다.
제석할매바위(그림1)는 인왕산 천존단 혹은 칠성단이라 불리는 선바위 계곡 위쪽 바위에 부조되어 있는 마애불로 무속인들은 제석, 제석이, 제석불, 대석, 대석이 등으로 부른다.
제석(帝釋)이란 자손, 수명, 운명 등을 관장하는 가신으로, 무속인들이 모시는 최고의 신들 중의 하나인데, 그 이름 뒤에 다시 불(佛)자를 붙인 것은 무속과 불교의 융합이라 볼 수 있다. ‘인왕산 할미’, ‘천왕 할머니’라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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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인왕산 제석할매바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