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창 준
서초이엔이치과원장
갤러리무늬와공간 대표
bonebank@hitel.net
북한산에 있는 승가사에 몇 번 더 다녀오며 나의 눈길을 끈 범바위와 상존암이 더 있었는데 일단 범바위부터 이야기하고자 한다.
마애석가여래불에서 백팔계단을 내려와 전에 언급한 향로각과 석굴 법당(약사전)을 지나쳐 계단을 더 내려오면 좌측으로 대웅전이 있다. 대웅전을 지나 아래 마당에서 언뜻 뒤를 돌아보던 중 머리 위로 작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바위가 시야에 들어왔다. 코끼리가 코를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모습 같기도 하여 내려가다 말고 다시 올라가며 다가 가는데 여러 가지 느낌이 들었다(그림1). 신비한 느낌을 담기 위해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 한 자리에 우두커니 서기도 하며 렌즈 속에 담아 보았다. 그 바위는 대웅전과 영산전을 지나친 곳에 있었다.
영산은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법한 고대 인도 마갈타국의 왕사성 부근에 있던 산으로, 신선들이 살았는데 독수리들이 많이 있으므로 영취산이라고도 한다. 이 영산을 사찰 내로 옮긴 것이 영산전이다. 승가사 영신전에는 석가여래 삼존불과 석가모니후불탱, 십육나한탱, 신중탱 등이 봉안되어 있는데 삼존불은 경주 옥석으로 조성한 석불로 권정학의 작품이며, 불화는 모두 목각탱으로 1987년에 김광한, 김광열 두 형제에 의해 조성되었다.
코끼리가 불교를 상징하는 동물이 된 것은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흰 코끼리가 품안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부처님을 잉태한데서 시작된다. 가톨릭 묵주기도가 예수님의 일생을 보여주듯이, 불교에는 부처님의 생애를 8가지로 나눠 보여주는 팔상도가 있는데, 그 중 한 장면이 석가모니께서 카필라국의 정반왕과 마야왕비의 태자로 탄생할 때 태몽을 그린 도솔래의상이다. 또 보현보살이 6개의 어금니가 있는 흰 코끼리에 앉아서 합장을 하고 있는 불화도 있고, 코끼리 관련 불교 용어도 많다. ‘상(象)’은 코끼리를 나타내는 한자인데 고승을 의미하는 용상(龍象), 불교의 일곱가지 보물의 하나인 상보(象寶) 등은 불교에서 널리 사용되는 단어이다.
인도신화에서도 흰 코끼리가 등장한다. 제석천의 힌두버전인 인드라 신이 타고 다니는 아이라바따가 흰 코끼리이다. 아이라바따는 ‘구름의 코끼리라 불리는데, 전설에서 흰색 아이라바따는 구름을 만들어 비를 가져다 주는 상서로운 순백의 의미를 갖는다.
나중에 다시 찾은 내게 어느 스님께 이 바위 사진을 보여주니, 그 스님은 바위 이름이 ‘범바위’라고 불려진다며 그 아래에 작은 공간이 있어 당신도 여러 해 전에 그곳에서 수행기도를 한 적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범바위도 범상치 않은 표현이지만 나는 사진으로 담은 바위의 코끼리 같은 느낌, 또 개인전 당시 그 바위 사진 여기 저기에서 관람객 자신들 만이 보고 느낀 디테일들에 대해 이야기해준 것들이 머리 속에서 떠다닌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자신들의 경험과, 일상 속의 꿈들이 현시되며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
http://www.chihak.co.kr/news/17236
관련기사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