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그 자리에 서있는 상존암
임 창 준
서초이엔이치과원장
갤러리무늬와공간 대표
bonebank@hitel.net
구기동에서 승가사로 가려면 걸어 올라가는 방법과 승가사에서 운영하는 '셔틀 버스'를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구기동 비봉 공용 주차장에서 시작하면 되는데, 승가사 측이 운영하는 '셔틀 버스'는 비봉 주차장 뒤쪽 경계에 붙은 바로 윗 길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운행 시간이 부정확하므로 미리 승가사에 전화하여 확인해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다른 하나는 북한산국립공원 ‘승가공원지킴터’에서 출발하여 걸어가는 방법으로 약 2km인데, 약간 오르막 내리막이 있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권하고 싶은 코스이다.
지난 번 이야기 한 범바위에 이어 나의 눈길을 끈 상존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기원의 장소 작업은 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먼저 돌과 관련된 키워드 작업을 시작했는데, 돌과 관련해서 영원, 불멸, 변치 않음 등의 단어로 이어졌고, 떠오르는 각각의 단어들과 저자가 촬영해왔던 사진들을 비교하며 여러 가지 분류를 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무거움, 고요 등의 추상적인 단어들과 함께 인류의 문화가 시작되며 자연스레 생겨난 돌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우리 민족들의 살아온 길과 함께 해온 토속신앙, 종교 등의 주제로 옮겨가게 되었고, 결국 돌과 관련된 기원의 장소 작업을 기획하게 되었다.
개인전이나 책을 집필할 때 사진 미학적인 면을 고려하며 하나 하나 빼다 보니 많은 자료들이 빠지게 되었는데, 오늘 이야기 하는 상존암은 거의 아무도 주의하지 않는 바위 덩어리가 작업을 하던 나에게는 크게 다가와서 결국 전시 작품으로 선택되었다. 물론 상존암이란 이름도 원래는 없으며 전적으로 저자가 명명한 것이다.
일주문에서 대웅전 마당까지 약 300 계단의 화강암 계단을 오르면 민족통일호국보탑 (혹은 승가사 9층석탑)이 서 있다. 이렇게 거창한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사찰이 창건된 신라 시대 이후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호국도량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탑에서 좌측으로 눈길을 돌리면 민족통일호국보탑공덕비와 시주들의 명단이 있는 구조물이 있는데, 나의 눈길은 그 우상방에 있는 거대한 암벽으로 향하였다. 그 바위에는 풀과 나무들이 붙어 있었고, 그 앞으로는 전깃줄들이 지나가 지저분한 느낌이었지만, 집채보다 높은 바위 앞에 한없이 작은 인간사의 흐름이 보였다<그림1>.
태초부터 이 세상에는 피조물이 항상 있었다. 그것은 무에서 창조되었으며, 창조주는 그 피조물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먼저 있었을 것이다. 주변의 생명체는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로 변하였으나, 저 바위는 상존하는 영속성에 의해서 이 사찰이 생긴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저 자리에서 주위의 모든 변화와 인간들의 삶을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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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기동 상존암 |
http://www.chihak.co.kr/news/17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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