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과 함께 한 레전드 손흥민의 우승은 오랜 기다림의 쾌거
상식밖 경쟁속에서 소신갖고 진료하는 우리가 진정한 레전드
심 동 욱
서울시치과의사회 홍보이사
연세치대동문회 부회장
TV로 축구 경기 시청을 하는 것은 필자의 오래된 취미다. 어릴 적부터 축구를 즐겼고 예과 시절에는 축구 동아리 활동도 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를 현지에서 관전할 기회를 가졌다. 비록 스위스에게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해외 직관의 묘미를 느끼며 잊고 지냈던 축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다.
2005년 박지성과 이영표가 각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하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축구 리그로 자리잡았다. 당시 맨유는 국민 구단이라 불릴 만큼 많은 팬들을 보유했고, 이제는 손흥민 선수가 활약 중인 토트넘이 그 자리를 이어받고 있다.
토트넘은 EPL에서 자산 규모가 큰 빅클럽이지만 우승을 위한 스쿼드 투자에는 인색하고 경영 수익과 흑자 운영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로 인해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너지는’ 모습을 가리키는 Spursy란 표현까지 생겼고, 북런던 라이벌인 아스널 팬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국가대표와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 선수는 2010년 함부르크에서 시작해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무려 10년간 한 팀에 몸담으며 EPL 득점왕과 푸스카스 상 등을 수상한 역대 아시아 최고의 월드 클래스 선수다. 아시아 선수가 실력은 물론 인성과 리더십까지 인정받아 세계 최고 리그의 빅클럽에서 2년 연속 주장을 맡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화려한 개인 활약에 비해 그의 커리어에는 늘 우승 트로피의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같은 시기를 함께한 '영혼의 파트너' 해리 케인은 결국 우승을 위해 2023년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고, 드디어 올해 그렇게 원했던 첫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손흥민의 토트넘도 지난 달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 리그(챔피언스 리그의 하위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1972년 유럽 클럽 대항전 , 2008년 리그컵 이후 오랜 기다림 끝의 쾌거였다. 런던 현지 팬들은 열광했고, 손흥민은 마침내 진정한 레전드(Legend)의 반열에 올랐다. 레전드란 단순한 스타를 넘어, 구단과 팬들의 기억에 속에 영원히 남는 특별하고 상징적인 존재를 뜻한다. 손흥민은 클럽의 어려운 시기에도 끝까지 팀에 헌신했고, 눈부신 활약 속에서도 늘 겸손하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팬과 동료들에게 존경받았다.
무엇보다 팬들이 그를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하는 큰 이유는, 많은 이적 제안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팀에 남아 우승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끝까지 지켜냈고, 마침내 그 헌신의 값진 보상을 온전히 받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주장이자 슈퍼스타인 해리 케인이 우승 트로피를 찾아 타 팀으로 이적한 선택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우승을 위해 팀을 떠나는 것은 나의 방식이 아니다.” 손흥민의 이 한마디는 그의 철학과 신념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내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러한 손흥민 선수의 묵묵한 헌신은 지금 이 순간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를 대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요즘 치과계는 저수가 덤핑 치과와 불법 의료광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형 마켓팅 대행업체들의 유인물은 수시로 날아들고, 상식을 벗어난 수가 경쟁의 현실에 어이가 없고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주변의 많은 원장님들은 오늘도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키며 소신과 진심을 담은 진료를 이어간다. 쉬운 길을 몰라서도 아니고 유혹이 없어서도 아니다. 단지 올바른 방식으로 진료하고 싶은 자신의 진료 철학과 양심의 선택일 뿐이다. 그것이 '우리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념과 헌신의 가치는 언젠가 우리 후배 치과의사들이 겪을 치과 생태계를 지탱하는 든든한 보상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손흥민 선수가 EPL팀의 주장으로 태극기를 두르고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장면에서 필자가 울컥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신념과 헌신이 보상받는 순간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영원한 전설로 남듯, 각자의 진료실에서 치과의사로서의 철학과 소신을 지켜가는 우리들도 환자와 동료들에게 이미 진정한 레전드다.
진심을 다해 진료하는 모든 원장님들께 깊은 존경과 따뜻한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http://www.chihak.co.kr/news/20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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