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억제 눈 건강에 좋으며 장운동을 촉진해 변비예방에 탁월
조 재 오
경희 치대 외래교수
갯기름나물은 미나리과의 쌍떡잎식물로 중부지방 이남의 바닷가에 비교적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학명은 Peucedanum japonicum Thunb., 1784 이다.
바닷가에 주로 서식하는(갯-) 기름나물 속의 식물이라 하여 갯기름나물이라는 이름이 되었다. 기름나물 속은 잎이 기름을 바른 듯 윤이 난다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중풍을 예방한다고 하여 방풍나물, 식방풍이라고도 불린다. 따라서 방풍이라는 식물과 혼동되기도 하나 원래의 방풍은 미나리과 방풍속에 속하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이 식물은 해안 지역과 해안선 100미터 아래에 서식하며, 일반적으로 약간 산성에서 약알칼리성 토양에서 발견된다. 갯기름나물은 중국의 푸젠성, 홍콩, 장쑤성, 산둥성, 대만 및 저장성과 일본, 한국, 필리핀에서 발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갯기름나물(방풍)은 흔히 농가에서 재배하는 약용식물인데, 햇볕이 잘 드는 해안가 모래밭에서 잘 자라는 갯기름나물(방풍)은 바다내음을 머금고 자라는 식물이다. 방풍(防風)이란 이름은 풍질(風疾)을 막는다는 뜻에서 유래하며, 민간에는 풍증을 치료하는 데 가장 필요한 약으로 알려져 있다. 『세종실록(世宗實錄)』「지리지(地理志)」에 의하면 방풍은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황해도, 강원도, 평안도, 함길도에서 생산되는 토산물이다.
현재도 우리가 사용하는 갯기름나물(방풍)은 피부 기능을 강화해서 감기, 저린 증상을 해소하고[解表祛風], 불필요한 습기를 제거하며[勝濕], 경련 증상을 해소하는[止痙] 등의 효능이 있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방풍의 묵은 뿌리가 감기 몸살이나 각종 전염병을 치료하고 몸을 보하는 약재란 점을 강조하며, 순·잎·줄기·꽃·씨도 관절염과 파상풍 등에 좋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1541년 출간된 『구황촬요(救荒撮要)』에는 ‘도소주(屠蘇酒)’에 도라지, 산초, 육계, 방풍을 넣어 술을 담그는 내용이 있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와 『해동농서(海東農書)』에는 방풍의 뿌리와 잎에 대한 식용과 중풍예방에 대한 기록이 있다. 또한 허균은 1610년 작성한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방풍 죽에 대한 맛을 회고 하였으며,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와 『산림경제(山林經濟)』에도 눈, 싹, 잎을 삶아 나물을 만들면 입안이 상쾌하다는 설명이 있을 정도로 각별한 맛이 나는 별식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상의 기록으로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방풍을 약용은 물론 식용으로 생활에 가깝게 이용해 온 사실을 알수 있다.
최근에는 갯기름나물(방풍)의 생화학적 성분의 이용과 방풍나물을 가공하여 다른 요리 재료에 첨가하여 요리의 질을 개선하는 연구가 시도 되고 있다.
갯기름나물의 뿌리는 굵고 줄기는 곧추서며, 가지가 갈라지고, 높이는 60-100cm다. 잎은 어긋나며, 1-3번 갈라지는 3출 깃꼴겹잎으로 털이 없고, 윤기가 난다. 꽃은 6-8월에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난 꽃대에 겹산형꽃차례로 피며, 흰색이다. 꽃자루 안쪽에 털이 난다. 꽃싸개잎은 없거나 몇 장 있고, 일찍 떨어진다. 작은 꽃차례에는 꽃이 20-30개 달린다. 작은 꽃싸개잎은 여러 장, 피침형이다. 꽃잎은 5장, 도란형, 끝이 오목하며 안쪽으로 말린다. 개화기는 6월부터 7월까지이며 결실기는 8월부터 9월까지이다. 열매는 분과이며, 타원형이고 표면에 능선이 있다. 식용, 약용으로 쓰인다. 갯기름나물은 3월의 제철 음식으로 주로 잎을 삶아 나물로 무쳐 먹는다.
갯기름나물은 쿠마린(cumarin)과 폴리페놀(polyphenol)성분이 풍부해 혈전 생성을 막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뇌졸중과 중풍 예방에 도움을 주며, 미세먼지나 중금속 같은 체내 독소를 배출하고, 감기·기침·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 완화에 효과가 있다. 또한 방풍은 염증 유발 물질의 생성을 억제해 관절염이나 피부 염증 반응을 줄여 주고, 방풍에는 비타민 A와 베타카로틴(beta carotine)이 풍부하여 눈 건강을 지키고 피로를 풀어 주며, 풍부한 식이섬유가 장운동을 촉진하여 변비를 예방한다.
갯기름나물(방풍) 잎은 나물이나 쌈으로 주로 이용된다. 당귀와 미나리의 맛을 합친 향이 나는 갯기름나물(방풍)은 잎과 줄기를 데쳐 나물로 무치거나 볶아 먹으며 열매는 술을 담가 마시면 피로를 덜어주고, 빈혈과 두통에도 좋다. 생것으로 먹을 때는 쌈 채소나 생채 무침으로 먹고, 각종 죽이나 전, 튀김, 나물 등으로도 먹으며 된장국이나 찌개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방풍나물을 케이크나 식빵, 소스, 장아찌, 파스타, 피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갯기름나물(방풍)은 싱싱할 때 구입해서 즙으로 짜 두면 마시기 편하고 요리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데쳐서 사용할 때는 물기를 빼주어야 하는데, 김을 싸는 발을 이용해서 방풍나물을 둘둘 말아 꼭꼭 눌러주면 물기가 빠지기가 쉽다. 방풍나물을 말려서 가루나 방풍나물 효소 등으로 다양하게 보관하고 이용할 수도 있다.
지난 봄 가락동 농수산 도매시장에 갔다가 채소가게의 좌판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갯기름나물(방풍)을 한 무더기 구해서 손질하여 방풍나물로 비빔밥을 해서 전 가족이 즐긴 일이 있다. 비빔밥 한 숟가락 입에 넣으니 한약다운 냄새가 입안에 가득하여 마치도 보약을 머금은 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으며 살짝 데쳐 무친 나물에 삼겹살을 싸먹는 맛 또한 일품이었다.
봄철 구입한 갯기름나물(방풍)을 손질하여 냉장해 보관하면 언제라도 취향껏 즐길 수 있으니 소시민의 행복이 이런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