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대기업들 불임종자 만들어 판매
농부가 사라지면, 식탁에 위기가 온다
세계식량대전의 중심에는 ‘종자(種子)대전’이 있다. 전 세계 식탁을 놓고 몬산토, 듀폰, 파이오니어, 시젠타, 다키이와 같은 종자 다국적 대기업들이 토종종자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몬산토가 인도의 면화 종자시장을 지배하면서 인도 농민들은 몬산토에 진 빚에 허덕이다가 죽음으로까지 내몰렸다. 이는 국제 사회에서도 큰 문제로 등장했다. 우리나라 역시 무, 배추, 고추의 50%이상은 이러한 외국기업의 종자다. 양파, 당근 종자시장에서도 토종종자는 거의 살아남지 못했다. 심지어 청양고추 역시 IMF를 거쳐 결국 외국기업으로 넘어간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다국적 대기업들은 종자 판매를 계속하기 위해서 불임종자를 만든다는 것이다. 일대잡종(1F)이라고 한다. 불임종자는 내병성이 강해 생산량 증대가 확실하고 균일한 품질의 생산물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불임종자 작물의 씨를 받아 다음 대에 키우면 발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품질이 낮다. 아예 씨를 받을 수 없는 종자도 개발됐다. 가임씨앗을 만들면 농부들이 다시 씨앗을 사지 않기 때문에 종자 대기업들이 불임씨앗을 만들어 파는 것이다.
반면 토종종자는 특허권이 없다. 기업이나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지구의 생명이 시작할 때부터 소중하게 키워온 자연환경의 일부다. 토종종자는 거친 바람과 홍수와 가뭄, 또 다른 생명으로부터의 공격, 천재지변 속에서 가장 강하게 살아남은 자연의 자손들이다. 또한 이들은 수천 년 동안 한반도에 살아온 조상들의 경험이 담긴 산물이다.
앞서 설명한 청양고추도 현재 중국 산둥성에서 채종하기 때문에 더 이상 100% 토종이라고 말할 수 없다. 밀 역시 멸종 위기까지 치달았다가 농민과 시민들이 노력으로 복원됐다. 토종이 사라지면, 우리 농부 역시 몬산토가 장악한 인도 면화농업처럼 종자를 비싼 값을 치르고 다국적기업에서 사야 한다. 결국 다국적 대기업의 독점은 농부를 빈곤하게 만든다. 농부가 사라지면, 그 나라의 식탁에도 위기가 온다.
인도의 과학자이자 유전자조작 반대 운동단체인 ‘나브다냐’의 리더인 반다나 시바는 종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토종종자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농업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화학비료에 길들여지지 않은 유기농이 해답이라고 말한다.
이제 우리도 소리 없는 전쟁에 대비한 최전선 방어망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 관념이 아니라 생태, 먹을거리의 시각으로 농업을 보고 식량주권을 지켜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도는 OECD에서도 최하위의 수준이다. 2009년 식량자급률은 51.4%이며, 그중에서 곡물의 자급률은 26.7%에 불과하다. 특히 쌀을 제외하면 옥수수 4%, 밀 0/9% 등 자급률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의 곡물시장의 72.9%가 일부 곡물 메이저에 편중되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옥수수의 87%, 밀의 61%를 곡물 메이저에서 공급받는다. 식량안보 수준이 상당히 취약하다.
우리나라처럼 곡물자급률이 20%대 후반인 일본은 식량자급률을 대폭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본 컬럼은 김영환 의원이 보내온 원고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http://www.chihak.co.kr/news/6360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