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윤
본지 발행인
언어학 박사
기독교에서는 이단자를 가장 증오한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여호와를 숭배하지 않고 태양을 숭배하는 시바 여왕과 사랑에 빠진다. 이교도와 사랑에 눈멀어 있을 동안 솔로몬 왕국은 혼란과 파탄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왜 결국 하느님은 솔로몬을 용서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천국의 높은 보좌에 앉혔을까. 그것은 솔로몬의 능력을 통하여 기독교를 이 세상에 널리 보급하려고 한 것이다. 사실 그렇다. 하느님 역시 선악의 시비에 비중을 두지 않고, 오히려 얻어낼 수 있는 결과를 중시한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회사의 간부나 단체의 임원 역시 법이나 회칙에 구애받지 말고 훌륭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악법도 법이다. 나태한 공무원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 역시 “악법도 법이다”이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한 이유는 준법 정신을 가져야 된다는 것을 말한 것이지 결코 악법도 훌륭한 법이라고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악법은 고쳐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원했다. 현재의 법을 적용하면 모순이 많아 일을 진행하기가 어려워 관할 관청에 민원을 제기하면 능력 있는 공무원은 긍정적으로 대답을 하고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때로는 유사한 선례를 적용하거나 상위법을 적용하여 가능하도록 조언을 해준다. 그러나 이른바 ‘복지부동’하는 나태한 공무원은 불가능한 조항만을 이야기하며 안 된다고 한다.
대통령 사면권은 미국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법으로 풀 수 없는 것들을 정치적으로나 통치적으로 풀어야할 것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미국의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에게 한 노파가 대통령사면을 부탁했다. 그 노파가 실정법을 위반하여 감옥에 가야할 큰 죄를 지었는데, 노파가 감옥에 가게 되면 그녀가 부양하고 있는 어린아이 열 명이 굶어죽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루즈벨트 대통령은 법을 잘 지키기로 유명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당연히 법을 어길 수 없다는 답변을 했고, 실정법을 어긴 그 노파는 구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구속되기 바로 전에 루즈벨트 대통령은 집행관에게 서한을 보냈다. “내가 그 노파를 사면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법을 어긴 것과 같다. 그 노파를 사면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사회의 도약기에서는 비약적인 발전을 위해 범법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예수 그리스도나 소크라테스도 사형을 당할 만큼 당시의 체제에서는 죄인으로 인식되었다. 미국의 교통법을 보면 매우 유연하다.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가 80마일인데 교통의 흐름이 좋아 대부분의 차들이 100마일로 달릴 때는 교통경찰은 속도 단속을 하지 않는다. 또 어떤 친구가 눈에 띄게 과속을 하면 교통경찰은 그의 뒤를 계속 추적한다. 그 동안에 경찰이 따라오는 것을 그 친구가 눈치 채고 속력을 줄인다면, 경찰은 굳이 그 친구의 차를 불러 세워 스티커를 끊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미 그가 눈치 챘기 때문에 사고를 안낼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경찰이 추적하는데도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 과속을 하면 그때서야 경찰은 그를 잡게 된다. 경찰이 따라가는데도 눈치도 채지 못할 정도로 과속을 한다면 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중부고속도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고속도로는 길의 사정이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제한속도는 한결같이 100km이다. 오르막길이 있어 액세레이터를 힘차게 올라서면 길이 쭉 뻗고 내리막이 되어 저절로 가속도가 붙는 곳에는 대부분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교통법이 매우 경직되어 있어, 예방보다 단속위주가 많은 듯하다. 가벼운 위반을 했을 때는 현지교정 방법도 있는데, 주로 스티커를 끊어 벌금을 물린다.
일본은 교통법을 위반하여 적발되었을 경우 점수 누적제를 채택한다. 일정한 점수가 될 때까지는 벌금을 물리지 않는다. 그들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위반, 단속을 받을 때면 태연히 스티커를 교부받으며, 경찰과 우기거나 싸우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교통법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언급했을 뿐이다. 모든 법이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법의 논리에 매이지 말고 법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할 것이다.
<jaeyoon37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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