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창 준
서초이엔이치과원장
갤러리무늬와공간 대표
bonebank@hitel.net
구기동 입구에서 북한산 승가사까지 가는 길은 내내 오르막길이며, 북한산 승가사는 8부 능선에 있어서 올라가는 것 자체가 고행이다. 작은 산길 도로가 하나 있지만 승가사에서 하루 두세 차례 운영하는 차량만 운행이 가능하다.
기원의 장소 1편에서 북한산 승가사 향로각에 관하여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대웅전 뒤의 가파른 계단을 숨가쁘게 오르던 중, 향로각 바로 못미처에 있는 거대한 암벽을 먼저 맞닥뜨리며 그 기세에 압도당했는데, 이 바위 아래 석굴 법당이 바로 승가사 약사전(사진1)이다.
약사전 안에서는 승가사의 기원이며, 실존 인물이었다고 하는 승가대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승가사 석조승가대사좌상(사진2)은 1989년 4월10일에 대한민국보물 제1000호 승가사석조 승가대사상으로 지정되었다가, 2010년 8월 25일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경덕왕 15년(756년)에 수태가 창건한 승가사에 모셔져 있는 이 상은 인도의 고승으로 중국 당나라에 와서 전도에 전념하여 관음보살로까지 칭송받았던 승가대사의 모습을 새긴 초상 조각이다.
불상 높이 76㎝, 광배(光背) 높이 130㎝. 승가굴은 삼국시대부터 불승들이 수도하던 석굴로서 이 석굴 안에 석상(石像) 1구가 봉안되어 있다. <승가사중수기(僧伽寺重修記)>에 따르면 승가대사(僧伽大師)의 상으로 추정된다. 인도의 고승으로 당나라에 와서 전도에 전념하여 관음보살의 화신(化身)으로까지 추앙받았던 승가대사를 돌로 형상화하여 석굴에 봉안, 신앙하였던 것이다.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배 모양의 화려한 광배를 등에 진 이 상은 결가부좌한 등신대의 좌상이다. 머리광배에는 연꽃무늬와 덩쿨무늬, 모란무늬를 새겼으며, 둥근 원형의 몸광배에는 덩쿨·보상화무늬를 새겼다. 광배 뒷면에는 태평 4년(고려 현종 15년, 1024)에 지광스님이 중심이 되어 광유 등이 조각했다는 내용의 글이 새겨져 있다.
광배는 상에 비해서 훨씬 거대한 주형 거신광배로서, 중간 아래는 원형을 형성하여 신라시대의 주형거신광배와는 다소 다르지만, 거신광의 테두리에 전체적으로 불꽃무늬를 새긴 것은 신라의 광배와 비슷하다. 하지만 비교적 정교하고 화려한 무늬의 조각 수법은 고려 특유의 궁정 취향을 잘 나타내고 있어서 당대의 우수한 작품임을 알려주고 있다.
머리에는 두건을 쓰고 있고 얼굴은 넓적하면서도 광대뼈가 튀어나와 전형적인 시골 노인같은 인상으로 지방색이 짙게 보인다. 이러한 특징은 평판적인 체구와 함께 충북 제천군 한수면 사자빈신사지에 있는 석탑석상 등의 고려 초기 석조 승상과 비슷한 면을 보여준다. 상체가 사각형에 가깝고 평판적이며 상체에 비해서 하체의 무릎이 유난히 넓어 고려 초기의 철불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양 어깨를 감싸고 입은 옷도 주름선이 굵으면서도 간결해 당시의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려 초기의 확실한 초상 조각으로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각광을 받던 석굴(石窟)과 함께 크게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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