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창 준
서초이엔이치과원장
갤러리무늬와공간 대표
bonebank@hitel.net
기원의 장소로 이름난 바위, 혹은 마애불이나 고인돌 같은 문화재를 찾아 다니다 보면 어떤 날은 한 군데도 못 찾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문헌이나 인터넷 검색 기록에 있는 주소가 불분명 하거나, 위치가 바뀌기도 하고, 지형지물이 변화하여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위도와 경도를 찍어 가도, 그 동네 주민들에게 물어보아도 못 찾는 경우가 있다.
처음 학도암을 찾아 운전해 가던 나는 무언가 데자뷔 되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중계동 불암산 자락으로 가는 눈에 익은 길, 산길 도로 입구의 교회 건물, 급경사로 올라가는 가파른 도로, 이 모든 것들은 분명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렇다 언젠가 불암산 밑 자락의 여근석을 찾아 헤매던 바로 그 길이었다. 부용바위 혹은 밑바위라고도 불린다는 이 바위를 찾을 때 중요한 좌표 중 하나로 삼았던 암자의 이름이 바로 학도암이었다.
실제 와서 보니 여근석 입구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는 거리에 있었고 워낙 잘 알려진 곳이라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 번 여근석 답사 때에 이곳에 마애불이 있는 줄 알았으면 그 당시에 함께 찾아 보고, 시간을 절약 했을텐데 아쉬웠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학도암은 조선 후기인 1624년(인조 2) 무공이 불암산의 한 암자를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창건한 사찰이다. 초기의 사찰 명칭은 알 수 없으며, 절 주위로 학이 날아와 노닐었다고 하여 학도암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1878년(고종 15) 벽운이 중창하였고, 일제강점기인 1922년 성담이 주지로 있을 때 절을 확장하였다. 1950년의 6·25전쟁 때 절이 소실되었으나 1965년 주지 김명호가 중창하여 오늘에 이른다.
절의 대웅전 뒤편 암벽에는 선각으로 새긴 높이 13.4m, 너비 7m의 거대한 마애불(그림1)이 있으며, 2000년 7월 15일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124호 ‘마애관음보살좌상’으로 지정받았다.
바위 옆면에 새겨진 명문에는, 1870년(고종 7) 명성황후가 지극한 불심으로 조성했다는 내용과 1878년(고종 15)에 한씨 일가의 시주로 학도암을 보수하면서 장선화상이 마애불의 선각을 보강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당한 체구에 원만한 얼굴 모습, 머리에는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는데, 보관의 정면에 작은 부처, 즉 화불이 표현되어 있어 이 불상이 관음보살임을 나타내고 있다. ‘관음보살’과 ‘관세음보살’은 같은 명칭으로, 당나라 태종 이세민의 ‘세’ 자를 빼어 부른 것이 관용화된 것이다.
후일 알게 되었는데, 평소 잘 알고 지내던 B갤러리 관장님이 이곳 학도암의 불자였다. 미리 알았으면 좀더 수월하게 답사를 했을텐데…
우리의 삶의 여정이 알고 보면 지척에 가까운 곳을 두고도, 미처 모른 채 멀리 돌아갈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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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hihak.co.kr/news/16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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