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의 장소 ⑮ - 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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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10/09 치학신문

기원의 장소 ⑮
불암사 마애삼존불과 진신사리보탑

임 창 준

서초이엔이치과원장

갤러리무늬와공간 대표

bonebank@hitel.net

불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로 남양주시 별내동 불암산 아래 위치하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 만나게 되는 제월루 앞에는 1731년(영조 7)에 이덕수가 짓고, 조명교가 쓴 ‘천보산불암사사적비’가 세워져 있다. 사적비에 의하면 824년(헌덕왕 16) 희양산문을 일으켰던 지증대사가 창건하였고, 도선이 중창하였으며, 무학이 삼창하였다고 한다.
한편 조선 세조 때에는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기 위하여 한양 동·서·남·북 각각에 원찰을 정할 때 서진관(진관사), 남삼막(삼막사), 북승가(승가사)와 함께 동쪽 방향을 담당하는 동불암(불암사)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대웅전과 삼성각 사이 뒤쪽으로 올라가면 상당히 큰 ‘십이지신상’이 양쪽에서 수호하고 있는 길을 지나 우측으로 ‘마애삼존불상’(그림1)을 만나게 된다. 불암사 주지 태정스님에 의해 1973년 암벽에 조성한 마애삼존불상은 정면 가운데 아미타불이 있고, 좌우에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서있다.
어디선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기도마당에는 많은 이들의 소원지가 자비로운 미소 속에서 바람에 날린다. 펜으로 그리면서 정말 이 자리는 불암산의 정기가 들어오는 곳이 아닐까 하는 신비함이 들었다. 바위에 낀 이끼와 담쟁이들이 어울려 하얀 불상과 조화를 이뤄낸 모습이야 말로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마애삼존불상 왼편 계단을 오르면 ‘진신사리보탑’이라 불리는 5층 석탑(그림2)이 멋지게 세워져 있다. 1989년에 태국과 스리랑카에서 진신사리를 모셔와 봉안했다고 한다. 돌을 많이 촬영해온 작가의 눈에는, 주변 불암산 숲에 둘러싸인채, 둥글고 널찍한 바위 위에 세워진 석탑이 마치 피안의 세계를 향하는 듯 보여졌다.
불암사는 불암산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 산사인데도 불구하고 도심에서 가깝고, 마지막 가파른 길이 있지만 승용차로 접근이 가능하다.
조용하게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불자들은 진신사리보탑 옆의 작은 빈터에 멀찌감치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보면 마음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