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암 치료는 환자 삶 전체를 바꾸는 고도의 전문성 요구
환자가 미소지을때 회복은 정서적 교감의 결실임을 깨달아
최 유 성
단국치대 치과보철학교실 교수
단국치대 치의학과장
대한치과보철학회 수련이사
대한진단검사치의학회 공보이사
치과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치과대학병원에서 치과보철과 전문의로써 다양한 보철치료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환자를 만나게 된다.
다양한 치아 질환과 기능 회복을 돕는 일은 보람되고 즐거운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마음이 가장 아픈 환자들이 있다. 바로 구강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마친 후 악안면보철치료를 받는 환자들이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두려움과 상실감이 공존하고, 말 한마디, 음식 한 숟가락에도 삶의 큰 변화를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그들의 고통은 단순히 신체적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일상의 모든 즐거움까지 흔드는 깊은 시련이다.
구강암 진단을 받는 순간, 환자에게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병실의 하얀 벽, 들려오는 기계음, 그리고 의료진의 침묵 속에서 환자는 자신이 이제껏 당연하게 누리던 삶의 일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음식 맛, 말하기, 웃음, 표정—이 모든 것이 평범했던 일상 속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지, 그제야 깨닫는다. 구강암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기쁨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존재다.
수술 후 악안면보철치료를 시작하는 과정은 몸과 마음 모두에게 긴 여정이다. 수술로 인해 상실된 치아와 입천장부위, 턱뼈, 얼굴의 형태는 단순히 기능적 문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를 회복하는 과정은 물리적 재건을 넘어 정체성과 자기 인식을 다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여정의 첫 발걸음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은 바로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들이다. 그들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정밀한 수술은 단순히 조직을 절제하고 재배치하는 기술이 아니다.
구강내 구조를 설계하고, 신경과 혈관을 고려하며, 환자의 삶 전체를 바꾸는 결정을 내리는 그 과정은 상상을 초월하는 전문성을 요구한다. 악안면보철물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그들의 기술과 판단력은 나의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며, 그야말로 깊은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환자와의 첫 만남은 언제나 긴장과 설렘이 섞여 있다. 거울 속 낯선 얼굴을 마주하며, 환자는 ‘나는 여전히 나일까?’라는 질문으로 마음을 채우는 것 같다. 악안면보철물을 제작하는 치과의사로서 나의 역할은 단순히 보철물을 제작하는 것이 아닐 수 밖에 없다. 환자가 상실감과 두려움을 안고 있는 순간, 그 마음을 읽고 공감하며, 작은 변화 속에서도 희망을 함께 느끼도록 돕는 것이다. 제작된 보철물이 환자의 구강내 환경에 적절하게 맞춰지는 순간, 환자의 미소가 조금씩 돌아오는 것을 볼 때, 나는 그 순간이 단순한 치료의 결과가 아니라 함께 견뎌온 시간의 결실임을 깨닫는다.
치과의사의 기술과 환자의 회복을 이어주는 다리는 바로 이러한 정서적 교감이다. 환자가 처음으로 음식을 다시 씹고, 첫 말을 조심스레 내뱉을 때, 나는 치료의 성공 여부보다 그들이 자신을 받아들이고 웃음을 되찾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다. 동시에, 구강악안면외과 의사와의 협업 속에서 환자가 경험하는 고통과 회복 과정을 세밀하게 공유하며,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가 치료의 질을 한층 높이게 된다.
악안면보철치료는 신체적 회복뿐만 아니라 정신적 회복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작은 변화에도 희망을 느끼지만, 예상치 못한 통증이나 적응 문제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환자에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요, 천천히 회복하면 됩니다.’
단순한 위로이지만, 정서적 지지를 주는 순간이자 환자가 다시 삶의 일부를 되찾도록 돕는 힘이다.
치료 과정에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환자가 다시 미소를 지을 때인 것 같다. 보철물이 구강내 환경에 적절하게 맞춰지고, 발음과 저작이 자연스러워지면서, 환자는 자신감을 되찾는다. 그 웃음 속에는 수술을 집도한 구강악안면외과 의사의 시간과, 환자의 인내, 그리고 치과보철과 의사의 기다림이 함께 담겨 있다. 전문성과 공감, 기술과 마음이 만나는 지점에서 회복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과 환자를 이해하고 마음을 다하는 사람, 두 역할이 만나야만 비로소 회복의 의미가 완성된다고 본다.
구강암과 악안면보철치료는 몸과 마음 모두를 시험한다. 통증, 불편함, 미적 변화와 싸우는 환자와, 그 과정을 정성으로 돕는 치과의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싸움을 이어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 피어나는 공감, 존경, 희망, 회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다.
치료의 끝에서 환자가 조심스레 입을 열어 웃음을 보여줄 때, 치과의사와 환자 모두가 알게 된다. 회복은 단순히 몸의 재건이 아니라, 전문성과 공감, 인간적 교감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힘이라는 것을.
이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매번 새로운 환자를 만나고, 또 다른 환자와 이야기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다시금 느낀다. 구강암 이후의 회복은 누구 혼자 완성할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구강악안면외과 의사의 책임있는 수술과, 환자의 의지, 그리고 치과보철과 의사의 지속적인 동행이 함께할 때 비로소 회복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삶의 일부를 잃고 다시 되찾는 과정 속에서 사람은 더욱 단단해지고, 그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의 마음 또한 깊이 연결된다. 구강암이라는 시련 속에서도 환자가 다시 웃음을 되찾는 순간, 함께한 이들의 연대 속에서 회복의 여정은 비로소 완성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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