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관련 학생관리 등 기본적인 업무는 철저히 하리라 생각
김 영 수
서울대 명예교수
이정식 교수는 초임자에게 아주 도움이 될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보철과 교수들은 시큰둥했다. 당시 원장을 맡고있었던 장완식 교수는 학장을 한번하시지요 하고 조언을 했더니 “돈도 안생기는데 학장은 해서 뭘해”하면서 투덜 대시었다.
나는 우선 서울대학교 학도호국단 운영규정 시행세칙을 검토하면서 장학금 지급규정, 봉사 장학금, 면제 장학금, 급여 장학금, 교회 장학금, 기숙사 입사조건, 기성회 이사 선정 등 내가 맡은 업무만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수년을 벼르다 교무보직을 맡은 동기 이종흔 교무학장보는 성격이 있어 예전 학장들에게도 찾아가 자기주장을 많이 한 일이 있고 성품이 온순하고 착한 김 학장에게는 무리한 주장을 더 자주 했다.
예를 들어 학장실 가구를 교체하고 카펫을 깔자고 했으나 검소한 것을 철직으로 하는 김 학장이 국가의 돈을 낭비하면 안된다고 거부했고, 학생들 동아리가 10여개가 있는데 이들에게 방을 하나씩 새로 만들어 정비해야 한다고 지하식당 등을 모조리 개조했다. 학생건은 나와 상의도 안하고 학교 시설에 대한건 교무가 하는 거라고 맘대로 베니야판으로 작은 벌집을 만들어 한구데 모은다고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좁은 공간에 생각대로 할 수 없어 산악부는 그대로 두는 등 사실상 쓰지 못하는 써클이 다수였다.
천호동에서 치과 개원을 하다가 우리가 유급조교를 할 때 다시 대학에 들어와 치아 형태학 담당교수를 밀어내고 그 과목을 뺏으려다 잘 안되 의대 생리학 교실에 잠시 몸을 두었다가 1969년 이춘근 교수가 학장이 되자 의대 생화학 교실에 가 있던 경복 동문 정태영과 함께 학장 집을 찾아가 기초학 교실 육성을 빌미로 우리의 T/O를 먼저 가져간 사람이다.
김영해 학장에게도 가끔 억지를 부린 것으로 알고 있다. 김영해 학장은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그는 정말 정직하시고 양심을 가지신 순수한 분이셨다.
그러자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당한 후 1980년 초의 학생운동 양상은 아주 특별해졌다. 대학본부의 이현재 학생처장의 역할은 반정부학생을 조정하는 것이 주요 업무라는 생각을 해야 할 정도로 캠퍼스는 혼란한 시기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연건 캠퍼스의 분위기는 관악캠퍼스와는 달라 극소수의 학생들이 다른 곳에서 시위가 있을 때 수업을 빠지고 몰래 참가하는 정도였다. 수업 출석은 누군가가 도와주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숨기고 몰래 하는 행동일뿐, 고등학교 수업시간처럼 짜인 학사 일정에서는 가담하기는 어려웠다. 학생들은 신문 방송에 나오는 소식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학교에 출입하는 보안요원들이 찾아와 광화문 집회에 요주의 학생이 참가한 일이 있다고 해서 출석을 확인해 보았지만, 출석으로 확인됐고 본인도 부인하는 정도로 철저하게 친구들이 협조하는 것이거나 요원들이 의심하는 것으로 판단될 정도였다. 그래서 사진을 제시하라고 한 일도 있었는데 사진은 없고 요원들이 분명히 보았다고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른아침 대학에서 연락이 왔다. 급히 달려갔더니 모든 강의실 책상 위에 “광주학살의 원흉 전두환을 처단하라”라는 스티커가 무수히 붙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 대학에도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학생과 직원이나 수위도 아무도 교내에 출입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직원들 시켜 스티커를 제거하라는 지시 이외에는 할 일이 전혀 없어 스티커 부착 사건은 그것으로 끝났다.
왜 관악의 분위기가 연건까지 왔을까. 권이혁 총장실 앞쪽의 화단에 심은 장미를 다 뽑아 버렸다는 학생들의 저항의 의미는 바로 설명되지 않았다. 나는 그런대로 대학 출입 요원들이 지적한 혐의 학생들의 신상을 확인해 보았다. 틀릴수도 있지만 나 나름의 어떤 결론을 찾아 보았다. 적어도 우리 학생들에게서는 의식화된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http://www.chihak.co.kr/news/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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