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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08/27  최유성
국민과 함께 가는 치협, ‘사회중심가치’에서 시작해야 한다
시사칼럼

 

 

 

 최 유 성


 前경기도치과의사회 회장


 부천·이지치과 원장
 

 

 

 

 

 지난 3월 치협 회장단 선거에서 당선된 뒤, 무거운 꽃다발을 목에 걸었다. 5월 임기를 기다리며 각 부서의 인수위원회에 참여했고, 올해까지 개정된 치협 규정집도 구했다. 매달 열리는 정기이사회마다 이 두꺼운 규정집을 가방에 넣고 참석하리라 마음먹었다.


 치협 회무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치무’ 업무를 담당하기로 하고, 그동안 언론에 기고했던 글들을 다시 찾아보며 임기의 시작을 기다렸다. 비록 예상하지 못한 직무정지로 회무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오히려 회무의 중심에서 한 걸음 물러나 치과계의 미래와 회무의 방향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구상해 온 공약과 회무의 철학을 정돈해 동료들과 나누고 싶다. 앞으로의 치협 회무에 작은 밀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치과의사 면허번호가 3만을 넘어 4만을 향해 가고 있다. 치과의사의 대표 단체인 치협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회원의 권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책무다. 그러나 회원의 경제적 이익만을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단체로 비친다면 국민에게 필요한 전문직 단체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품어온 질문이다.


 그 답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2015년 ‘치과의료정책전문가과정’에서 박영국 교수님의 ‘사회중심가치’에 관한 강의를 들으면서였다. 당시 선거에서 제시된 ‘보험청구액 2천만원 공약’을 예로 들며, 회원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국민의 구강건강 향상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돌이켜보면 ‘사회중심가치’란 회원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보다 국민에게 어떤 치과의료가 필요한지를 먼저 묻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회원의 권익과 국민의 이익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치과의료를 통해 전문직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그 과정에서 회원의 권익도 함께 지켜내는 것이다.


 개원가의 경영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공약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전문직 단체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


 10여 년이 지난 2026년 치협 회장단 선거에서도 ‘보험청구액 3천만원’이라는 공약이 제시되었다. 숫자는 달라졌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회원의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중심에 둔 담론이 여전히 강한 호소력을 갖는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그 사이 임플란트 초저가 광고는 넘쳐나고, 진료의 정당한 가치보다 가격이 먼저 이야기되고 있다. 일부의 초저가 경쟁 속에서 정상적인 진료의 가치마저 평가절하되고 있다. 치과의사들은 생존을 위한 경영난과 의료인으로서의 자괴감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단순히 임플란트의 초저가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부족하다. 국민의 구강건강을 중심에 두고 치과의료의 본질과 가치를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


 ‘사회중심가치’는 이러한 치과의료의 본질을 국민의 삶과 연결하는 관점이기도 하다. NCD(비감염성 만성질환) 관리에서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안에서 구강건강을 함께 다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강건강을 치과 안에만 가두지 않고 국민의 전반적인 건강과 삶의 질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이 선행될 때 임플란트 역시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자연치아를 보존하기 위한 진단과 치료의 전 과정으로서 정당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국민이 그 차이를 이해하게 된다면, 초저가·과잉진료의 문제도 단순한 의료인 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의료의 질과 국민건강 보호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나아가 전문직 단체가 스스로 구성원의 윤리적 행위를 규율하는 ‘자율징계권’ 역시 국민적 명분과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할 수 있다.


 ‘치과의사 적정수급과 정원 감축’도 마찬가지다. 치과의사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만으로 주장한다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구강건강권, 의료의 질 향상, 정당한 진료 가치, 지속 가능한 치과의료체계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사회적 합의와 정치권의 논의로 발전할 수 있다.


 결국 회원의 권익과 국민의 이익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국민에게 필요한 치과의료를 제공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치과의사의 사회적 신뢰와 전문직으로서의 정당성이 높아지고, 그 결과 회원의 권익도 더욱 굳건해질 수 있다.


 치협 선거 때마다 제시되는 아름다운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력 역시 국민에게 깊이 신뢰받는 치협을 만드는 데 있다. 회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먼저 국민에게 필요한 치과의료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국민과 함께 가는 치협, 그 출발점은 ‘사회중심가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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