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유 성
前경기도치과의사회 회장
부천·이지치과 원장
2015년 치과의료정책연구소 정책포럼에서 인상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간 적이 있다.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에서 치의학을 공부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국민의 구강건강 증진보다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형 유학’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한 일본처럼 국가고시 합격률을 조정해 치과의사 수를 제한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가 하는 질문이었다.
당시 답변은 신중했다. 치의학 교육에 투입되는 개인의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국가고시를 통해 인위적으로 수급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함께,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국가고시 응시를 제한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있었다.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며, 우회적인 경로로 응시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도 충돌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질문은 더욱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2026년 올해,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의 ‘치과의사 인력 수급 적정화 방안 연구’라는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일본의 치과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합격률은 90%대 중후반에 이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높은 합격률은 과연 적절한 것인가.
여기서 ‘국시 합격률을 조정해 적정수급을 도모하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신중해야 한다.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6년이라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학생들에게 국가가 수급조절을 이유로 합격의 문을 좁히는 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국가시험의 본래 목적 역시 치과의사 수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안전한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검증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치과의사 수를 줄이기 위해 국시 합격률을 낮출 것인가?”가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치과의사의 역량을 국가가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가?”라고 말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6년간 치의학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과 국가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구강건강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까.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국시 합격자’가 아니다. 자신의 건강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치과의사다.
이렇게 접근한다면 국시 문제는 적정수급의 수단이 아니라 치과의사 역량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검증하는 제도가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규 면허자의 규모가 결정된다면 사회적 설득력도 훨씬 커질 것이다.
반대로 ‘적정수급’을 명분으로 ‘국시 합격률 자체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식’에는 반대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교육을 모두 마친 개인에게 수급조절의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입학정원 감축’ 역시 마찬가지다. 치과의사 숫자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필요한 치과의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적정한 인력 규모를 설정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입학정원과 정원 외 입학뿐 아니라 해외 치과대학 졸업자의 국내 진입, 교육의 질, 국가시험, 면허제도까지 하나의 체계 안에서 살펴봐야 한다. 인구구조와 고령화, 지역별 의료접근성, 국민의 치과의료 이용량과 구강건강 수준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문제를 치과의사만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과잉배출과 비정상적인 경쟁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존 치과의사, 현재 치과대학에서 공부하고 있거나 앞으로 진학할 예비 치과의사, 해외에서 치의학을 공부하고 국내 진입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구강건강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치과의사를 원하는 국민이 모두 이해당사자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이해만으로 해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적정수급의 최종 목적지는 치과의사가 아니라 ‘국민’이어야 한다.
국시 합격률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무조건 피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치과의사의 역량평가를 정상화하고, 적정수급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치과계가 먼저 국민에게 설명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치과의사를 몇 명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치과의사는 어떤 사람이며, 매년 몇 명이 필요한가?”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입학정원과 국가시험, 교육의 질과 면허제도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적정수급은 결국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치과의사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