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징계권의 필요성과 그에 합당한 노력>
임상 현장의 이해와 법적 판단이 가능한 내부 인력 확보
회원 전체 대상으로 윤리 법률인식 교육 병행실시 필수
최유성
前경기도치과의사회 회장
이지치과 원장
지난 9월 13일 가멕스 2025에서는 『치과윤리 대안 마련』이라는 필수과목 강의가 진행되었다.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의 ‘덤핑치과의 정의, 실태, 대안 마련’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한동헌 교수는 강의에서 ‘경쟁’이라는 단어로 요약되는 치과계의 현실, 즉 저수가 과잉진료치과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연간 750여 명의 신규 치과의사가 배출되고, 기존 치과의사들의 은퇴 시점이 늦어지면서 경쟁이 심화되었다는 점을 짚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치과의사 정원 감축’과 함께 ‘강력한 자율징계권의 부여’를 제안했다.
자율징계권의 필요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랫동안 치협 총회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진 안건이며, 많은 회원들의 숙원이기도 하다. 치과계 내부에서도 그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명분은 차고 넘친다. 실제로 자율징계권이 중앙회에 부여된다면, 여러 난제들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당장이라도 자율징계권이 주어진다면, 과연 『우리는 그것을 감당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징계 사안이 발생했을 때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할 조사권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누가 그 어려운 역할을 자청할 것인가? 현 윤리위원회가 실질적 조사와 판단을 담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외부 전문가를 위촉한다면 그 검증 절차는 어떻게 할 것이며, 소요되는 재정적 부담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더 나아가 징계 대상자의 반발로 소송이 제기되고, 패소로 이어질 경우 그 손해배상의 법적·재정적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 물음들은 자율징계권 논의의 핵심이다. ‘권한’은 곧 ‘책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앙회에는 윤리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자율징계권이 주어진다면 이 윤리위원회가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돌아보면, 윤리위는 실제 징계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과잉진료 의혹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사건에서도, 관련 자료 검토와 자문을 진행하고 당사자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실질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소극적으로 마무리된 바 있다. 진행중인 사법적 절차와의 충돌 우려, 동료 의료인을 판단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 등이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동료를 징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판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억울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정서적 부담은 윤리위원회의 결정력 약화로 이어지고, 결국 ‘징계권의 유명무실화’라는 결과로 귀결된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지역 단위에서 조사자나 평가자로 나서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조사권이 없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어려웠다. 예산 제약으로 외부 전문가 회의조차 부담스러웠으며, 일부에서는 피신고자의 신분 노출 우려로 참여율이 저조했다. 이는 제도적 기반보다 ‘운영 주체의 신뢰’와 ‘참여 의지’가 더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일부에서는 지부 단위 윤리위의 활동 저조를 중앙회 윤리위원회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규정상의 문제라기보다, 내부적 준비와 의지 부족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의 시행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는 노력 없이, 중앙회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부 윤리위원회로부터의 절차라는 규정을 핑계 삼는 의견은 어불성설이다.
자율징계권의 당위성 자체는 분명하다. 의료인의 비윤리적 행위로 인한 국민 불신을 의료계 스스로 바로잡겠다는 의지는 정당하다. 정부의 징계 시스템이 인력 부족과 절차적 한계로 인해 신속성과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먼저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의 실적과 한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동시에 향후 윤리위원회나 징계위원회에 참여할 외부 법조인 위원의 공정성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에서도 법적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실제 임상 현장을 이해하면서도 행정적·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소수의 전문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
또한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윤리·법률 인식 교육’의 강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윤리 수준의 향상은 비도덕적 행위를 예방하고, 법적 감수성과 절차 이해의 강화는 징계 결정 이후의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의료윤리와 의료법, 공정거래법 등 직역 관련 법률에 대한 체계적 교육은 자율징계제도의 실질적 정착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수십년이 걸린 법조계의 자율징계제도 모델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무엇일까를 돌이켜본다. 첫째 공공성과 대립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국가통제형 징계는 전문직의 본질을 약화시킨다는 점을 설득한다. 셋째 자정능력의 신뢰를 보여주기 위하여 윤리위원회의 독립성·절차적 공정성·사건공개원칙 등을 정비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그럴듯한 말과 같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다. 필자는 치협의 윤리위원을 지낸 검찰 고위직 출신 법률가에게 “현 시점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의료계의 자율징계권은 요원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답변을 주었다. “법과 제도는 사회의 필요에 따라 진화한다. 꾸준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가능하다.” 다만 그 전제는 명확하다. 사회적 신뢰 회복과 내부적 준비, 그리고 공정성에 대한 확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율징계권의 실현은 외부의 승인이 아니라, 내부의 신뢰에서 출발한다. 광주·울산지부에서의 시범사업을 넘어, 서울과 경기 등 대형지부에서 실질적인 평가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덱스와 가멕스의 부스비 수익'이 단순한 행사 운영비를 넘어, 윤리위원회 역량 강화와 외부전문가 시스템 구축에 투자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내년 서울과 경기 지부장 직선제를 통해 회원들이 ‘책임 있는 자율’을 공론화하고 선택한다면, 자율징계권의 현실화는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요구’가 아니라, ‘준비된 자율’을 향한 합당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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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징계권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료인 단체는 공감하며 명분은 차고 넘치지만 여러 문제로 아직도 실현은 묘연하다. (사진은 2022년 열린 '의료인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전문가단체 공청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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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열린 전국 법제이사 연석회의에선 자율징계권 도입에 앞서 실시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동료의료인을 판단해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확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