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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6/17  치학신문
철학적, 과학적, 예술적 상상력-생각의 껍질을 뚫고 상상으로 날아오르다
인문학칼럼

 


 이 흥 우


 李興雨齒科 院長, 哲博

 

 

 

 

 자신이 생각하고 상상한 내용을 사진처럼 그대로 다른 이에게 말로 전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면 똑같은 어휘라도 시대나 지역에 따라 그 쓰임새가 변하고, 또 사람마다 체득된 바가 서로 달라서 의도하는 뜻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책, ‘물질과 기억’을 읽어야만, 그가 말하는 상상이 빚는 ‘공간에서의 가분적(可分的)인 물질의 연장성(延長性)’과 과거를 현재에 가져다 놓는 기억을 통한 ‘시간에서의 정신의 지속성(持續性)’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개념적인 언어는 다소 개인적이고 독창적이라 저마다 뜻이 다를 수 있지만, 이런저런 상념 속에 부유하다 굳어지는 생각의 껍질을 뚫고 우리는 더러 상상으로 날아오르기도 한다. 이럴 때 철학은 상상하는 방법의 하나가 되며, 철학적 상상은 관념이라는 견고한 생각(思考)에서 자유로운 상상이 된다.
 두 점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거나, 그 거리를 달리는 사람의 속도 등 변화하는 사건과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선 기준이 되는 절대적 좌표를 상상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그 기준 좌표가 시간과 공간이다. 우리는 상상 속 좌표로서 시공간이란 개념을 설정한다. 숫자 1, 2, 3도 일종의 개념이고, 수학, 과학, 물리학도 이런 절대적 기준점으로부터 시작한다. 살면서 실용적인 무언가를 관측하고 측정하려고 우리는 언제나 기준을 상정한다.
 그 기준점으로 이름 붙이는 것이 바로 우주가 시작하는 빅뱅이고, 시공간 좌표이고, 1, 2, 3 숫자이다. 이리하여 수학과 과학이 시작되고, 이런 기준점으로 우리는 사건이나 물질의 변화나 현상을 관측하고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블랙홀, 우주의 시작과 끝, 허 시간 등 광대한 우주에 관한 많은 이론이나 가설을 과학적 상상으로 펼쳤다. 먼 옛날에도 점이나 선, 면의 상정(상상) 후에 기하학이 출발하고 활용되다가, 모자람이나 모순에 부딪히면 새로운 개념이나 이론이 시대 전면에 등장했다.
 물체 구성 원자의 원자핵 주변에 있는 전자가 어느 순간 어느 위치에 있는 것은 확률로만 말할 수 있을 뿐 공식으로 정확히 결정되어 있지는 않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도 그렇고, 원자핵 주변의 전자는 모든 반경의 거리에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띄엄띄엄 떨어진 특정한 거리의 궤도(정상상태)에만 있는데 전자는 빛을 방출하거나 흡수하며 제 궤도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궤도로 불쑥 나타나는 ‘양자 도약’을 통해 순간이동 한다는 것도 과학적 상상이다. 역동적인 진공상태의 무(無)에서 우주와 반우주가 시작되었다는 알렉산더 빌레킨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고 컴퓨터 기기 사용이 빈번해지면서, 앞으로 증강현실, 가상현실의 세계는 더 활성화되어 메타버스 사업이 번창하고, 여기에 예술적 상상력은 필수적인 동력이 될 것이라고 사람들은 예상한다. 아마 K팝의 세계적인 유행이나 최근 국제영화제의 잇따른 수상도 한국인의 이러한 예술적 상상력에서 나왔으리라.
 유연성을 제외하면 생각과 상상은 거의 유사하고, 철학적, 과학적, 예술적 상상은 대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서로 혼재된 경우도 많아 따로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 과학적 상상의 일례로 폴 디랙은 1928년 우주가 물질과 반물질로 되어있다고 예측했고 4년 뒤 칼 데이비드 앤더슨이 반물질인 양전자를 발견했다. 반물질을 상상하지 않았다면 아마 인간은 아직도 양전자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고라는 각진 도구가 어렵게 양전자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우선 양전자, 음전자라고 상상했기에 양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인류는 생각의 견고한 껍질을 뚫고 자유롭게 상상함으로써 한 단계 한 단계 미지의 세계로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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