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교로 전학 하려 했지만 실패 졸업후 서울치대 합격
김 영 수
서울대 명예교수
그후로는 무엇보다 정신력이 강해져 누구에도 맞지도 않았고 때린 일도 없다. 후에 대학생 때 서울 우리 동네 약수동 큰길 인도에서 그놈을 딱 마주쳤다. 외나무다리 위에서 인사만하고 성하건설 이라고 찍힌 명함을 받고 지나쳤지만 나는 돌아서서 그의 모습을 증오의 눈길로 한참 쳐다보았다. 쫒아가 발길로라도 한번 차줄까도 생각 했지만 참았다. 30년 이상지나 나중에 그는 사망했다는 말을 동창에게서 들었다. 성인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젊은이들이 자기 성깔대로 행동하는 것이 문명사회에서는 제어되어야 하므로 그의 이름 손성하 여기에 공개한다. 그는 가정이 부유한 사람의 제2부인의 자식이라고 들었다. 가정의 배경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그런일이 있고 나서 나는 서울에 전학할 결심을 하고 어머니와 상의도 하지 않고 담임선생과 상담도 없이 서울로 전학할 생각으로 무작정 서울로 떠났다. 6.25전후 상당한 기간은 도강증이 있어야 입경할 수 있었다. 그런 조치는 다 지나간때였으므로 호남선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 와서 조부모님과 상의를 해보았으나 부질 없는 일이었다. 우리 옆집 깡패로 이름난 친구는 누나가 미군과 사는데 유명K고에 얼마를 대주어 편입되었다고 동네에 파다하게 소문이 나 있었다. 우리 조부모님은 먹고살 재물은 이북에서 가져왔지만 그렇게 많은 여유는 없어 못한다고 해서 결국 포기하고 학원에서라도 배우고 가려고 을지로6가 네거리에 있는 학원을 한 달 다녀보았으나 만족을 얻지 못해 그만두고 서울 고등학생 교복지는 기지가 좀 달라 멋있어 보여 한 벌 맞춰 입고 나는 왜 같이 살던 동네 다른 친구들처럼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수 없나 하는 마음으로 번민을 하면서 옛날 청구초등학교 친구 몇 명을 만나 보고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그때 담임선생님은 아주 엄격하고 나이가 드신 고대 문선생이었는데 나를 불량학생 취급하면서 반 학생들이 모두 쳐다보는데 교탁 앞에 세워놓고 무단결석한 사유를 대라고 하셨다.
내가 말을 안 하니까 내일까지 어머니를 오시게 하라 해서 다음날 어머니가 다녀가셨다.
어머니는 다녀 왔다고만 하시고, 나도, 그 후로는 담임 선생님도, 다시는 아무 말 안하시고 지나갔다.
그런데 며칠 빼먹어서 수학강의가 연결이 잘 안되 가까이 살던 전 삼성병원장을지낸 같은 반 하권익 집에 가 한번 이해를 도와달라고 한 일이 기억난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입학
그뒤로는 학교에서 마련해준 대학진학 준비에만 열중했다. 고3때 담임선생의 지도로 서울대 치대에 응시하게 되었다. 우리때 서울대 합격자 수는 120명 정도였는데 재경 일류고는 300명에 이르렀으나 지방고로서는 일류에 도달하는 수준이었다. 치대 입학 경쟁률은 그해 3.8:1로 유난히 높았다. 치대에 조사현과 함께 2명이 합격했다. 우리가 살던 집 주인은 연로해서 집을 아주머니 이름 조오목으로 등기가 되있었다. 이름이 특이해 다섯오자, 눈목자여서 기억이 쉬웠다. 그 아주머니가 보기에도 피난 왔다가 모자만 떨어져 방 한 칸 얻어사는 것을 애틋하게 여겼었는지 이젠 고생 그만하고 서울 올라가게 되었다고 나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기뻐해 주셨다.
대학을 마치고 수련과 군복무를 다 하고 10년 후에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그 집엔 다른 사람의 문패가 붙어 있었고 그분의 종적은 알 수 없었다. 감사 인사가 너무 늦었다. 새로 이사온 사람 말로는 영감님은 돌아가시고 아주머니도 나이가 많아 자식들에 합류한 것 같다고 했다. 인생무상을 또 한 번 느끼면서 광주를 떠났다.
http://www.chihak.co.kr/news/2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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