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진료를 위해 스스로의 몸도 안다치게 예방 노력 필요
허리 목 통증시 뒤로젖혀 C-shape 강화하는 신전 운동 효과
염 지 훈
포시즌치과원장
구강외과전문의
얼마 전 근관치료 환자가 연속으로 있어 오후 내내 근관치료만 한 적이 있습니다. 퇴근 무렵 경추 부위에 불에 데인 듯한 작열감과 통증이 느껴져서 데스크에 내일 환자 예약을 줄이라고 지시했습니다. 일일 내원 환자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 아마도 근관치료 시 무리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2024년 미국 Dental Tribune의 기사를 보면 50-80%의 치과의사가 목·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연간 설문에서 84% 이상이 진료 중 불편함 경험했다고 적혀있습니다(US.dental Tribune : back and neck pain in dentistry, a new reality. Wed. 21 February 2024).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정밀함과 인내, 집중력을 요구하는 고도의 전문 직군입니다. 환자의 구강 속,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수많은 치료를 반복하는 일은 결코 육체적으로 가볍지 않습니다. 수십 분, 때로는 몇 시간에 걸쳐 머리를 숙이고, 등을 구부린 채 미세한 손동작을 이어가는 우리의 일상은 마치 한 편의 외과적 퍼포먼스와도 같습니다. 그러나 이 정밀한 작업의 이면에는, 허리와 목 디스크라는 고질적인 건강 문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치과의사는 하루 대부분을 고정된 자세로 보냅니다. 특히 시술 시, 목을 전방으로 내밀고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환자의 입안을 들여다보는 ‘거북목 자세’는 경추(목 디스크)에 큰 부담을 주게 됩니다. 경추는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는 동시에 회전과 굴곡 운동을 담당하는 섬세한 구조이기에, 장시간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유지될 경우 쉽게 디스크 탈출이나 신경 압박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실제로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목디스크로 인한 두통, 팔 저림, 만성 피로 등을 호소하는 비율은 일반 직종보다 훨씬 높습니다.
허리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치료 중 허리를 굽히고 앉거나, 몸을 비스듬히 기울인 채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요추에도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집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요추간판(디스크)은 탄력을 잃고 탈출하거나 변형되며, 좌골신경통이나 만성 요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개원 초기나 진료량이 많은 시기의 치과의사들은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로 디스크 질환의 위험이 더욱 높아집니다.
예방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의자 사용, 진료대 높이 조절, 루페(loupe) 및 치과용 현미경의 적극적인 활용은 작업 중 자세를 교정하고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더불어 규칙적인 스트레칭, 허리와 등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주기적인 물리치료는 디스크 질환을 예방하는 핵심적인 방법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건강을 진료만큼이나 중요한 일로 인식하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허리 통증에는 맥켄지 신전 운동 (McKenzie Extension : 엎드려 팔꿈치로 상체만 들어올림)이나 무릎 끌어안기 스트레칭 (Knee to Chest Stretch : 누운 상태에서 한쪽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김), 브릿지 (Glute Bridge : 무릎을 세우고 누운 자세에서 엉덩이 들어올리기), 버드독 (Bird Dog : 네발기기 자세에서 오른팔+왼다리 들어올림), 고양이-소 자세 (Cat-Cow Stretch : 네발기기 자세에서 등을 천장 쪽으로 말았다가, 반대로 등 내리기)가 추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서울대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디스크에 문제가 있거나 허리 통증이 심한 경우 절대 앞으로 구부리는 운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허리 통증의 핵심 원인 중 다수는 디스크(특히 후방 탈출)이고 이때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는 동작은 디스크를 더 밀어내고 신경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숙이는 스트레칭(무릎 끌어안기, 굴곡 중심 요가, 동적 스트레칭 등)은 피해야 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라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합니다만 안전해서 나쁠 건 업기 때문에 일단은 통증 유발 시 목과 허리를 뒤로 젖혀 C-shape을 강화시키는 맥켄지 신전 같은 운동 위주로 해 주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치과의사의 손끝은 환자의 삶의 질을 변화시킵니다. 하지만 그 손끝이 건강을 잃는다면 아무리 탁월한 기술도 지속될 수 없습니다. 허리와 목 디스크는 단지 육체적 고통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삶의 리듬을 흔들고, 진료에 대한 열정을 무디게 만드는 조용한 침입자입니다.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이들이 스스로의 몸도 소중히 여길 때, 진정한 ‘건강한 진료’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http://www.chihak.co.kr/news/2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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