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의 법인화와 치과병원 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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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7/01 치학신문

서울대학교병원의 법인화와 치과병원 ⑰
임창윤 회고록

임 창 윤

서울대학교명예교수 치의학

4. 제2 진료부 병리과의 생활
병리과 생활이 시작되면서 필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까지의 학술활동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필자가 하는 학술 활동에 영향을 주었던 것은 필자가 1961년 구강병리학교실 생활을 하면서 형태학적인 연구에 중점을 두었던 것이 1971년 일본유학에서 분자생물학적 연구(molecular biological research)와 면역병리학적 연구(immunopathological study)를 공부하면서 연구의 방향이 크게 변화되었고, 다시 1978년 서울대학교병원 병리과와의 협동생활과 함께 이제까지 고립무원하던 치과계 내에서 홀로의 생활이 수십 여명이 같은 병리학을 공부하는 학자들과 인체 각 장기에서 적출되는 조직을 급작스럽게 대하면서 필자는 당황하고 필자의 위치를 다시 새롭게 인식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제까지는 치과계에서 유아독존격이었던 필자의 위치가 망망대해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필자가 이제까지 취급하지 않았던 각 장기조직에 대하여 다시 공부하여야 주위 사람들과 지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매주 목요일마다 펼쳐지는 외과병리 초독회(주:weekly slide conference)는 처음에는 필자를 괴롭히는 존재였다. 이제까지 필자는 이렇게 같은 전공을 하는 여러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환자의 적출물로 만든 slide 표본을 가지고 논의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리고 그 slide가 구강조직도 아니고 인체 각 장기에서 적출된 조직이기 때문에 일반 장기의 조직도 잘 모르는데 그 장기를 이루는 조직에서 발생된 변화를 판독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
토론을 할 때에는 30여명의 인턴 레지던트를 포함한 전 병리과 교수(인턴, 1~4년차 레지던트, 교수 7명, 외부 인사 등)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기 때문에, 여기서 잘 못 진단을 하거나 이론을 전개할 때에 논리에 맞지 않는 답변을 하면 망신을 당하게 된다. 그 때 치과대학에서 파견된 교수는 필자 혼자였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1976년 서울대학교 교수재임용 파동으로 구강병리학교실에는 필자 혼자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필자의 직위는 부교수였다. 의과대학 교수들과 필자까지 합쳐 7명의 교수가 있었다.
당시 병리과 교수들은 최고의 선임교수가 이상국 교수이시고, 그 다음이 함의근 교수, 김용일 부교수, 임창윤 부교수(필자). 지제근 조교수(지제근 교수는 필자보다 먼저 전임강사 발령은 받았는데 미국에서 근무하다 귀국하여 필자보다 한 단계 낮은 조교수였다. 그 다음이 안긍환 조교수 이현순 전임강사였다.
토론회가 개최될 때는 제일 아래에 있는 1년차 레지던트로부터 시작하여 차츰 위 서열로 옮겨오면서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진단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순서가 필자에게 올 때는 이분들이 필자를 예우하여 조심스럽게 나의 의견을 물었다. 왜냐하면 내가 이제까지 구강질환에 대하여만 공부하였고 또 내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 나의 체면을 생각하여 아주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물어왔다.
사실상 필자는 처음에는 진단을 잘 못 내리고 “모르겠다”고 필자 순서를 그냥 다음으로 양보하였다. 참 괴로웠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 slide conference가 다가올 때마다 예습을 열심히 하였다. 생소한 조직들은 일일이 책을 보면서 진단 명을 맞추어보고 하면서 예습을 하였다.
그러나 slide를 보는 기본은 되어 있어서 시일이 경과 할수록 점차 slide 판독력이 늘어가고 눈치도 빨라져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가게 되었다. 그리고 일반 병리학회의 월례 집담회(monthly conference)에도 참석하여 구강질환에 대하여는 특별히 필자가 일어나서 comment도 하고, 각 의과대학의 병리학 교수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학문을 교류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도 특별히 치과대학교수라고 하여 각별히 잘 대우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