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창 윤
서울대학교명예교수 치의학
유동수 부원장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유동수 교수는 필자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5년 위 대 선배다. 그러나 교수 발령은 1967년 4월 1일부로 필자와 한날한시에 최문환 전 서울대학교 총장으로부터 받았다.
유동수 교수께서 치과진료부 제3진료부원장이 되셨을 때 필자도 기뻐했다. 고등학교 선배로 임상 진료지원과인 방사선과 교수였기 때문이다.
진료부서의 교수가 높은 자리에 있는 것보다 진료지원과인 치과방사선과여서 구강병리과의 애로를 남들보다 더 이해해 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뻐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물론 책임자의 위치에 올라 그런지는 몰라도 차문호 교수가 원장일 때보다 더 인상을 찌푸리시면서 야단을 치신다. 그러나 필자보다 연배이시고 특히 고등학교 대 선배이신데 어떻게 말도 못하고 주눅이 들어 몸 둘 바를 몰라 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수입이 적다고 너무 모욕을 주는 바람에 필자도 언성을 높이며 막말로 다툰 일이 한 번 있었다. 그 후로는 구강병리과의 수입에 대하여 별로 말이 없으셨다.
이제는 다 지나간 이야기이다. 옛일을 그저 한 때의 일로 지금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갖고 아웅다웅하던 일이 쑥스럽기만 하다.
사실상 아무리 영리병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수입에 따라 그 부서가 대우를 더 받거나 덜 받는다. 또 병원을 책임지고 있는 병원장도 수입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부서별로 수입이 많거나 적은 부서가 있게 마련이고 모든 부서가 흑자만 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느 부서든지 특성이 있고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수입이 아무리 적더라도 구강병리과가 하여야 할 일이 있다.
치과병원의 구강외과나 치주과에서 수술 후 나오는 적출물을 검사해야 할 터인데 어디서 할 것인가? 암 조직인지 결핵 병소인지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후속 치료가 가능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치과학문이 관혈적(觀血的, 외과 치주과)인 부서보다 비관혈적(非觀血的)인 보철이나 보존학적 또는 교정치료와 같은 피를 안보는 부서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관혈적인 치료는 관심이 적다.
옛날에도 치과하면 입치(入齒)를 위주로 하여 한 때는 치과의사를 입치사(入齒士)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치과대학 교수들이 주로 입치에만 관심이 있지 구강외과하면 치과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한 때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구강외과에서 발치 외에 구강의 종양이나 다른 관혈적 수술을 하면 치과의사들도 이상하게 여겼다.
또한 비관혈적(피를 안보는) 치료에만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종합병원 치과에 근무하는 치과의사들이 타과의 일반의사들에게 가끔 무시를 당하곤 하였다. 그러한 인식은 지금도 지방대학 병원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지금은 치과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었으나 필자가 재직하던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반 의과대학 교수들이 치과의사를 조금 하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상 치과학문이 지금처럼 발달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 구강외과 교수들의 공헌이 심대하였기 때문이다. 성형외과의 일부인 턱관절, 악안면 기형 등을 치과영역으로 도입한 것이 1970년대부터였다. 구강병리학도 구강외과의 발달과 더불어 발전하게 되었다. 구강외과와 구강병리학과는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관계이다.
http://www.chihak.co.kr/news/16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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