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교직생활을 돌이켜보면서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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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11/11 치학신문

40년 교직생활을 돌이켜보면서 ③
임창윤 회고록

임 창 윤

서울대학교명예교수 치의학

필자가 석사과정에서 구강병리학을 택하게 된 또 하나의 계기는 대학 2학년 시절 김동순 교수님의 구강병리학 강의를 들으면서 너무 명강의이시고 열의가 넘치는데 감동했다. 다른 교수님들에게서는 들어볼 수 없는 시청각 강의를 포함한 김동순 교수님의 강의에 매료되어 석사과정을 구강병리학으로 택하게된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교수님의 강의에서 환등기로 비쳐지는 구강내의 각종 질병들을 보면서 수업을 듣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 질환들의 본태를 연구할 의욕을 돋우었다.
그 당시 교수님들의 강의는 교과서도 없었다. 교수법은 주로 칠판 글씨와 교수님들의 노트를 읽어주면 그 말을 받아쓰는 수준이었다. 그 당시 교수님들의 강의를 돌이켜보면 지금과 너무나 현격한 차이가 난다. 학기가 끝나고 강의 노트를 보면 그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강의 양이 너무 적은 것이다. 그럴 수밖에, 강의 진도가 너무 안 나가는 것이다. 지금은 한 학기에 원서 한 권이 되는 교과 분량이지만 그 당시는 교수님이 불러주시고 설명을 하시면 한시간 강의가 끝나는 것이다. 한시간 강의가 50분 수업이다. 강의 진도가 나갈 수 없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유독 김동순 교수님의 강의는 불러주는 강의가 아니라 그대로 구연(口演)과 슬라이드 설명으로 시청각(視聽覺)의 입체적인 강의를 하시어 학생들은 교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면서 강의를 듣는 독특한 강의였다. 강의 분량도 많았다.
김동순 교수께서는 1958년 미국 알라바마(Alabama) 치과대학 구강병리학교실 Robbinson 교수 밑에서 1년간 수학을 마치고 귀국하시어 기존 낙후된 왜정시대의 편협된 치과병라학을 미국의 구강병리학의 체계로 개편했다. 강의와 진단병리학을 통한 본격적인 현대 구강병리학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치과병리학(Dental Pathology)이라고 하여 치아만을 중심으로 한 강의가 진행되어 왔다. 악구강계 연조직에 대한 질환은 거의 다루지 않았고, 또 생검을 통한 구강질환에 대한 진단업무에도 관여하지 않았었다. 김동순교수께서 미국 유학에서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치과대학에서 조직검사라는 것이 없었다. 김교수님께서 귀국하시면서 조직검사가 시작되어 구강암 등 구강에서 발생되는 연조직 질환에 대한 진단업무가 시행되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가 구강병리학 대학원생으로 입학할 당시에는 구강병리학 교실에 비치된 생검된 예가 100예를 겨우 넘고 있었다. 병리학은 실험병리학과 진단병리학 2개 부분으로 나뉜다. 진단병리학은 병리학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임상에서 수술 전이나 수술 후에 질병의 진단과 병의 진행과정, 또 수술의 성공여부를 판정하는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과목이다. 이 과정이 치과대학 병원에 없었던 것을 김동순교수께서 미국에서 귀국하시자 마자 시행하셨다. 실험구강병리학은 구강내의 여러 가지 질병의 본태를 구명하는 치과학문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귀국하실 때 구강질환에 대한 슬라이드 2,000매를 가지고 오셔서 처음으로 우리에게 선보이는 등 영상매체를 이용한 시청각교육으로 관심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