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창 준
서초이엔이치과원장
갤러리무늬와공간 대표
bonebank@hitel.net
강원도 정선 고한읍과 영월 상동읍, 태백시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만항재를 넘으면 영월 상동이다. 만항재(해발 1330m)는 함백산(해발 1573m) 줄기가 태백산(해발 1567m)으로 흘러내려가다 잠시 숨을 죽인 곳으로 우리나라에서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중 가장 높다. 계곡은 상동 구룡산과 상동산 자락에 숨어 있는데, 칠랑이골 지류 중 하나다.
상동은 과거 중석(텅스텐) 광산인 대한중석이 있던 마을이다. 대한중석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교과서에도 나온다. 당시 중석을 캐던 광부는 석탄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보다 월급이 월등히 많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광산은 문을 닫고 사람들은 오간 데 없다. 마을 안에는 빈 집이 많은데, 심지어 폐가가 된 ㅡㅅ이 비어진 집들도 많아서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게다가 마을 입구에 있는 종교 시설도 골격만 남은 채로 있는 것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스산한 느낌까지 들었다.
마을 복판 광산 입구에는 소나무를 머리에 이고 있는 꼴두바위(고두암)가 우뚝 서 있다. ‘꼴’은 ‘형상’, ‘두’는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으뜸가는 형상’을 지닌 바위라는 의미이다.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이 1580년(선조 13) 강원도관찰사가 되었을 때, 이 바위에 신령이 있는 듯하여 목욕재계 후 절을 하면서, "먼 훗날 이 바위 때문에 심산유곡인 이곳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바위를 우러러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유를 묻자 “몇 백 년 후 세상 사람들의 숭배를 받을 바위”라는 게 이유다. 이후 1923년 이곳에 중석광산이 들어선 것이 송강의 예언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꼴두바위 앞에는 비교적 넓은 광장이 있고, 광장 주위에는 벤치들이 있어 오가는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고, 바위 아래 사당 아래 광장 구석에는 뜬금없이 농구대가 서있어 과거와는 달리 한가한 모습이었다.
꼴두바위에는 아이를 못 낳아 시어머니에게 갖은 구박을 받던 며느리의 애달픈 전설도 전해져 내려온다. 바위 앞에서 득남을 기원하며 100일 치성을 드리던 여인이 100일을 못 채우고 목숨을 잃었는데 하늘에서 이 여인 대신 꼴두바위로 하여금 중석을 잉태하게 해 한을 풀어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전설을 뒷받침 하듯이 사당 옆에는 치성드리는 며느리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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