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창 준
서초이엔이치과원장
갤러리무늬와공간 대표
bonebank@hitel.net
이불병좌상은 발해에서 동경용원부를 중심으로 성행하였던 불상이나 신라나 고려에서는 조성 사례가 매우 희박하다. 단국대학교 정성권은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의 조성 시기를 10세기 후반기인 광종 집권기로,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이 소백산맥을 넘는 주요 교통로 입구에 조성된 이유는 진천과 청주 세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 이유는 진천과 청주는 광종에 앞서 재위하였던 고려 2대, 3대 왕인 혜종과 정종의 처가 세력들의 거주지였기 때문이다. 또 마애이불병좌상의 제작 시 중앙 정부의 후원 하에 충주와 문경 지역 장인들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였는데, 이 지역 장인들은 발해 유민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러한 추정의 이유는 마애불의 형태가 발해에서 유행하였던 이불병좌상인 점, 협시보살 보관의 특징이 발해적 요소가 확인되는 점을 들었다. 또한 고려시대 발해 왕실 후예로 추정되는 대씨는 조선시대에 들어와 대개 태씨로 기록되어 있으며 태씨들의 집단 거주지가 문경이라는 점을 통해, 발해 유민들이 고려 초 문경에 정착했을 가능성도 제시하였다. (단국대학교 정성권, 文化財 KCI, 53권, 3호, 국립문화재연구소, 2020)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은 소백산맥을 넘어 경상도 북부와 충청도 중부 지역을 왕래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려 왕실의 권위를 보여주는 불상이라 할 수 있다. 그 권위는 한 때 광종에 대항하여 권력 투쟁을 벌였던 진천과 청주의 호족 세력들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거대한 이불병좌상을 주요 교통로에 조성한 이유는 후삼국 시기 이후 고려에 들어온 수만의 발해 사람들이 광종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또한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마애이불병좌상은 10세기 후반 광종 지배 시대의 시대적 상황과 조각사의 흐름이 잘 반영되어 있는 의미 있는 불상이라 할 수 있다. (단국대학교 정성권, 文化財 KCI, 53권, 3호, 국립문화재연구소, 2020)
답사간 날에도 방문객들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언덕위로 올라가 둘러보곤 했는데, 혼자 온 분들도 있었고, 몇 분의 가족이나 친구들처럼 보이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방문자들이 마애불 아래 경계목까지 다가가서 두 손 모아 기원을 드리고 가는 것이었다. 물론 입구에는 ‘무속행위 금지’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무언가를 기원 드리는 것은 특정 종교를 떠나 사람들의 보편적이고 본능적인 행동인 것 같았다.
요즈음 중국은 동북공정 작업을 통해, 수 천년 전 황하문화보다 앞선 것으로 생각되는 홍산문화 유적지, 요동과 만주 지역의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유적지들에 우리 한국인들의 출입을 막으며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 잘못된 일제 시대 식민사관의 잔재로 인하여 우리 역사가 왜곡되어 있는 데다가, 중국마저 이렇게 의도적인 왜곡 행위를 하고 있는 바, 우리는 이제라도 역사 문화 분야에서도 왜곡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절에 발해의 유민이었던 장인들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이 우리 강산에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의 흔치 않은 중요한 문화 자산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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