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박리다매 많은 진료팀 등 정기적 현장 점검 필수
조 수 현
부산시치과의사회 회장
국민 안전 제고와 지속 가능한 의료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제언
최근 초저가 임플란트를 앞세워 대규모 환자를 유치해 온 한 치과에서 잇따라 환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른바 ‘덤핑치과’ 문제가 다시 치과계의 심각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개별 사고의 원인과 의료과실 여부는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하겠지만, 이번 사건을 단순히 특정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개별 사고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그동안 치과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초저가·박리다매형 진료 구조의 위험성과 환자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저가 광고를 통한 무분별한 환자 유인, 과잉진료와 비가역적 치료의 권유, 선납 진료비와 폐업에 따른 피해, 고회전 진료에 따른 안전관리 부실 가능성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그동안 우려해 온 위험들이 이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환자의 피해와 희생을 겪어야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할 것인가. 반복적인 경고나 사후약방문식 대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정책입안자, 관계 부처는 덤핑치과 문제를 개원가 내부의 이해관계이나 단순한 가격 경쟁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실효성 있는 단속과 제재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초저가 불법 덤핑치과’의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진료비가 저렴한 치과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현저한 저가를 미끼로 환자 유인 후 과잉·고회전 진료, 불필요한 추가비용 부과, 선납 진료비 유도, 안전관리 부실 또는 비정상적 운영구조 등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형태를 말한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가격 경쟁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진료의 질과 환자 안전이 훼손되는 구조에 있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제27조), 부적절한 의료광고(제56조), 의료기관 개설 주체(제33조)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고, 위반 시 행정처분 근거(제64조)도 마련되어 있다. 문제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조직화·지능화되는 불법 운영을 따라가지 못하는 단속 체계에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5가지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의료광고 단속을 개별 광고 문구 중심에서 환자 유인 구조 전반에 대한 조사로 전환해야 한다. SNS와 온라인 플랫폼, 상담조직, 환자 DB 수집 등이 결합된 영업방식에서는 광고 자체의 적법성만으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광고비의 출처, 환자정보의 전달 경로, 상담조직과 의료기관의 계약관계, 환자 유치 실적에 따른 대가 지급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둘째, 명의상 개설자가 아닌 실질적 운영주체를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 MSO(Medical Service Organization, 병원경영지원회사)의 경영지원과 달리, 비의료인이 자금 조달부터 인사, 진료 가격 결정, 수익 배분까지 사실상 지배하는 사무장병원 형태의 덤핑치과를 뿌리 뽑아야 한다. 투자금 출처와 광고비 부담, 진료수입의 귀속, MSO 계약관계 등을 통해 실질적인 지배구조를 밝혀낼 수 있는 조사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반복적인 위법행위가 단순한 영업비용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명칭이나 개설자만 변경해 동일한 불법 영업방식을 반복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실질 운영 주체를 기준으로 위반 이력을 통합 관리하고, 불법 환자 유인과 무자격자 개설·운영, 위임진료 등 중대한 위반행위에는 가중처분을 내려야 한다.
넷째, 고회전 진료에 대한 의료 안전관리 체계를 실질적으로 감독해야 한다. 초저가·박리다매 구조에서 과도한 진료량은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임플란트 수술과 진정치료가 집중되는 의료기관은 의료진 대 환자 비율, 환자의 전신상태 평가, 진정 중 모니터링, 응급장비와 대응인력, 술후 회복관리 체계 등을 정기적으로 현장 점검해야 한다.
다섯째,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자율규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의료법은 중앙회 윤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효적인 조사와 신속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무분별한 발치나 과도한 수술계획 등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비윤리적 진료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윤리위원회의 기능을 실질화하고, 조사 권한의 확대와 보다 강력한 자율징계권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는 직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전문직이 국민의 신뢰에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자정 시스템이다.
덤핑치과 문제는 더 이상 ‘어느 치과가 더 싸고 비싼가’의 차원에서 논할 사안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제도 개선과 행정제재를, 지방자치단체는 철저한 현장 점검을,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전문적 윤리규제를 강화하고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그동안 충분한 경고와 지적이 있었음에도 실효성 있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발생할 피해에 대해 정부도, 의료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제도적 대응을 미루거나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논의나 선언적인 대책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기 위한 구체적이고 단호한 제도적 단속과 집행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