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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3/14  치학신문
한 세월 지나기 ③
졸업 후 진로

 

 


 양 정 강


 사람사랑치과 원장

 

 

 

 

 

 

 

 대학 3학년 때 받은 징병 검사에서 생각에 없던 병종(丙種) 불합격을 받았다. 7살 때 친구네 집 2층 창가에서 날리던 연을 잡으려다 땅바닥으로 떨어진 결과로 훗날 ‘외상성 시신경 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한쪽 시력이 그저 뿌옇게 보일 정도여서 ‘수도 육군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다음 날 검사 결과지를 열어본 군의관이 불합격이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불법 징집 기피나 단축이 흔했는지 경찰서장, 최종 심판장 모두 겉으로 보면 멀쩡하니 ‘정말 안 보이나?’라며 한마디씩 했다. 징병관 앞에서 ‘병종 불합격’을 복창하고는 다들 가는 군에 못가는 것이 한편 부끄러우면서도 졸업 후 바로 미국엘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여 일찍이 뉴욕 구겐하임 치과병원과 뉴욕대학에서 치주학을 수학한 김낙희선생 댁으로 주소 하나 알기 위해 케이크를 사 들고 찾아갔다. 구겐하임 치과병원은 매년 세계 30여 나라에서 70여 명을 ‘Fellow’ 이름으로 초청, 8월부터 10개월 근무하는 뉴욕 시내 초등학생들을 무료 진료하는 자선 병원으로 당시 미국 가는 대표적 통로였다.
 지원한 병원에서는 4학년 말이 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다 보니 인턴과 동시에 대학원 진학을 했다. ‘구강외과’로 입학한 동기 6명 중 둘이 방사선과 지망인데 교수가 가장 빠를 것이란 기대로 ‘방사선과’를 선택하여 첫해는 구강외과, 2년 차부터는 방사선과에서 일했다. 인턴과정이 끝나갈 무렵 아예 잊고 있던 구겐하임 치과병원 초청장을 받고는 서둘러 석사 논문 준비를 시작했다. 이춘근 주임교수로부터 받은 논문 제목은 남일우 동기생에게 가고 안형규 방사선학 담당 교수로부터 논문 제목을 받아 3학기 만에 필요 학점을 취득, 4학기엔 등록금만 내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3년 8월 구겐하임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받은 첫 월급으로 소아치과 교과서와 타이프라이터를 장만했는데 용도는 각종 지원서 작성이 첫째였다. 당시로는 힘들게 간 미국이라 10개월 근무 이후 수련이나 학업을 위한 여러 진로를 모색했다. 우선 병원 소속 치과 인턴과정과 대학원 교정과 여러 곳을 지원했는데 교정과는 모두 퇴짜로 경쟁이 심했고, 인턴은 딱 한군데 인터뷰까지는 했으나 안됐다.
 여러모로 시도한 결과 3가지 진로가 가능했는데 우선 워싱톤 DC ‘하워드대학’ 보철과 수련 과정은 제하고, 워싱톤 DC ‘조지타운대학’ 생리학과 노스웨스턴 소아치과 석사과정 중 하나를 정하기로 했다. 기초과목 중에서는 막연하나마 생리학이 마음에 들어 주임교수와 인터뷰 자리에서 수업료 면제와 연구실 유급 조교를 허락받았다. 미국대학 출신으로 기초학 지망은 그때나 이제나 드물어 외국 졸업생에게도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당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도하 일간지에 실렸기에 소위 ‘금의환향(錦衣還鄕)을 하나? 아니면 노스웨스턴 보철과 교수를 역임한 정보라 대선배의 추천서를 받아 입학한 등록금이 쿼터에 420$인 소아치과를 택하나?’
 졸업 후 교수지망으로 방사선과를 택할 때 의사는 임상이 우선이라던 아버님 의견과 구강외과 이춘근 주임교수로부터 논문 제목을 받으면서 방사선 전공보다 구강외과를 간접적으로 권한 것이 작용했나? 고심 끝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소아치과를 교정과 내용이 다소 포함한다며 선택했다. 미국대학 출신 2명과 인도 출신 포함 6명이 입학했는데 불란서에서 교수를 하던 ‘산토로’와 나 둘만 석사과정을 마쳤다. 논문 마련은 ‘재료학교실’에서 했는데 ‘스키너’ 교수 후임인 주임교수가 여름학기에 시작한 논문 학점을 마지막에 3학기 모두 A를 주며 재료학 전공 석박사과정 입학을 권했다. 석사 논문 발표차 참석한 마이애미 IADR 대회에서 만난 미시간대 한성수 교수와 진로를 의논하기도 했으나 수학, 물리에 자신이 없어 시카고대학 부속 Zoller Memorial 치과에서 소아치과를 맡아 2년간 순환 인턴을 지도하며 근무했다.
 미국 생활 5년 만에 연세대 소아치과 담당 교수를 하며 진로의 종점이 소아치과가 되었다. 참 희한(稀罕)하게 엮어진 진로 결정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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