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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5/30  치학신문
한 세월 지나기 ⑧
박사학위 과정과 기생충학 교실

 

 

 양 정 강


 사람사랑치과 원장

 

 

 

 

 

 

 

 미국에서 귀국해 교수 취업을 시도한 후 안 되면 박사과정을 밟겠다는 생각대로 전임강사 신분임에도 1969년 1학기 입학 준비로 이공대 화학 담당 이길상 교수의 의학 독일어 특강을 신청했다. 석사과정 없이 시험을 치른 소위 연구생 과정 개원 의사들이 모두가 낙방하는 가운데 운 좋게 합격했다. 독일어 해석 세 문제 중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 이야기는 석사 논문을 전자현미경으로 마련했으니 쉬웠고, ‘직류와 교류 차이’는 특강 진도 범위 뒤를 점심시간에 사전을 펴놓고 공부하던 이주민 후배에게 시험 전날 해석을 물어 답을 잘 썼다. 도무지 모를 ‘문학 내용’은 ‘그리고’ ‘또는’ 등만 해석하고 독일어를 그대로 옮겨 적었는데 독일어를 썩 잘하는 줄로 안다.
 치수 질환에 대한 주제로 논문을 쓰려고 ‘일차 병리학’ 교실을 찾았다. 논문에 필요한 실험용 동물과 기구 견적서를 받고는 아무래도 아이 둘을 키우면서 전임강사 봉급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단 생각으로 포기를 했다. 하여 구강 내에 서식하는 Trichomonas tenax(구강편모충)와 Entamoeba gingivalis(치은아메바) 두 원충이 혹여 잇몸병이나 치아우식과 관련이 있는가를 알아보려는 기생충학 교실에서 논문을 준비하기로 했다. ‘기생충학 교실’은 1958년 미생물학 교실에서 분리 독립한 후 2007년 ‘환경의생물학 교실’로 개칭, 이후 16년 만인 2022년에 현재 명칭인 ‘열대의학 교실’이 됐다.
 ‘치은아메바’의 미세구조를 확인하려 배양(培養)에 나섰으나 필요한 양의 배양이 쉽지 않아 여러 날 수많은 시도를 했다. 논문 제출 마감 몇 날을 앞두고, 드디어 전자현미경 실에서 원하는 구조 영상을 얻을 수 있어 제 때에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소식을 세브란스 외래 진료 건물과 대학 건물을 연결하는 다리에서 만난 소진탁 주임교수(기생충학 교실)께 바로 알리자 매우 반갑게 다행이라며 축하해주던 기억이 새롭다.
 과정 마지막 종합시험으로 병리학, 해부학, 치의학 전공과목을 치렀다. 조금이라도 공부하게 범위를 좁혀 주기를 부탁드린 병리학 교실에선 반응이 없었으나, 해부학 교실 최금덕 교수는 도서관에서 시험공부 중 전화로 에둘러가며 문제를 거의 다 알려줘 만점 답을 쓴 생각이 난다.
 기생충학 교실에서 직접적인 논문 지도를 한 일본 의대 출신 조기목 교수와 전자현미경실 등영건 조교, 실험실 장재경 기사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당시 연구생 학위과정을 밟는 개원의들은 실험비용 이외에도 지출이 많았던 시절인데 가벼운 점심 몇 차례로 논문을 완성할 수 있던 기생충학 교실 분위기는 오늘까지도 감사한 마음이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사연 때문인가 수련의로 석사과정을 마친 후배로 차혜영, 김능원, 이건수도 이어서 기생충학 교실에서 박사 논문을 마련했다. 치의학박사 제도 시작 이전이라 ‘의학과 치의학 전공’으로 학위 명칭은 ‘의학박사’였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1972년 봄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이라 풀이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할만했다. 새 학기에 전임강사에서 조교수로 승진했고 연년생 딸 둘인데 4년만에 아들이 태어나서였다. 장남인데 딸 둘에 아이는 그만이냐던 어머님이 참 좋아했고 아내의 기가 좀 살아났다.
 기생충학 교실 동문회인 ‘세기회(世寄會)’에 치과의사로는 유일하게 7~9대 부회장, 10~11대 회장을 맡았고, 의과대학 기생충학 교실 외래교수(1988~2006)로 임명되기도 하면서 교실에 대한 고마움을 크게 표시하고 싶었으나 마음뿐이었다. 농담처럼 ‘로또 복권’이 당첨되면 모두 교실에 바치겠다면서 송년회를 앞둔 연말에 몇 차례 시도했으나 3등이 최고였다.
 가장 존경하며 고마운 치과의사로는 김규택 경희치대 초대 학장이며, 의사로는 소진탁 교수다. 은퇴 후 고향 익산에 계실 때 차혜영 선생과 함께 찾아뵙기로 한 날 바로 간밤에 급환으로 자제분이 의료원장인 아주대병원에 입원, 익산역에서 발길을 돌려 병원으로 찾은 일도 있었다. 2017년 12월 7일 서거 1주기 기념 심포지엄과 ‘소진탁 교수 흉판 기념식’을 했다.
 소진탁 교수님 별세로 참석한 장례예식에서 전에 없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마음에 쏙 들게 집전한 목사님이 돌아가신 이에 대한 말씀대로 나도 비슷하게 따르면서 한평생을 마무리하면 얼마나 좋을까? 수시로 다짐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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