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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11/02  치학신문
한 세월 지나기 ⑱
신당동 모임 이야기

 

 


 양 정 강


 사람사랑치과 원장

 

 

 

 

 

 

 서울 신당동 이웃에서 고등학교엘 다닌 친구 다섯이 세월 따라 ‘백수’가 됐는데 어릴 때 인연을 되살려 한번 만나자고 한 모임이 며칠 전에 190차를 치렀다. 2007년 2월 27일 첫 모임에서 매달 첫 화요일에 만나기로 하고 이왕이면 신당동에서 장소를 찾자고 해 약수동 로타리에 개원 중이던 [홍치과] 홍순용 동기가 추천한 [춘천 막국수]에서 17년째 모이고 있다. 저녁 모임이 ‘코로나’ 이후엔 점심으로 변했다. 아주 허름한 음식점이 맛집 소문으로 티브이에도 몇 차례 등장했고, 벽면엔 유명인 사진이 가득하다.
 그동안 친구 여럿이 들기도 하고 나가기도 했다. 신당동에 살던 친구 몇이 더 합류하기도 하고, 교수 정년 후 석좌교수까지 끝내고 신당동 인연과 백수 자격을 다 갖추어 참여하고, ‘성동 여중’ 교감을 지냈으니 참석할 수 없냐 해서, 집이 약수역 지척인데 등으로 여럿이 들기도 했다. 건강상 술을 끊어야 해서, 뇌졸중으로 수년째 요양병원에 머물러서, 아예 외출이 안되는 양로원에 갇혀서 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세월 따라 몇 친구는 멀리 저세상으로 떠났다.
 방바닥에 앉아 대화하던 분위기에서 시작해서, 동기생 절반 가까이 세상을 떠났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인가? 한때 모임이 국내지역(9), 해외지역(4), 동호인(7), 종교(3) 등 스무 개가 넘었는데 이제는 홈피에 매달 [신당회] 포함 5~6개만 알려 주고 있다. 언제부터 인가는 의자가 8개로 변한 방에서 대화가 하나로 모일 수 있다며 10명 안으로만 만났다. 특별한 인연으로 초창기부터 참석한 친구는 집에 있는 양주를 여러 해 동안 매번 들고 오더니 이후로는 언제나 ‘화과자’를 후식으로 준비하며, 와인을 비롯해 술 한 병을 언제나 지참하는 친구도 있었다. 따로 회비 없이 밥값은 ‘가나다’ 순으로 하니, ‘복불복’이라 많이 참석하면 ‘인기가 좋다’로 치부(置簿)한다. 미국에 사는 동기가 서울에 올 때 여럿을 초대하기도 했고, 밥값 담당에게 소위 ‘게스트’를 초대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코로나로 몇 차례 모임을 거르다가 이후 친화력이 대단한 친구가 참석하더니 동기 친구 여럿을 마구 불러모아 하나뿐인 방에서 터진 공간으로 옮겨, 이즈음 17명까지 모이기도 했다.
 모임을 하자고 운을 뗀 사연으로 ‘연락책’으로 시작해서 17년째 장기 집권(?)을 하며 이젠 ‘회장’이나 드물게 ‘방장’이라 부른다. 만남의 첫날부터 이제까지 참석한 인원수와 결석자 명단을 노트에 적다 보니, 내세울 것이 없는 중고교 6년 학창 생활에서 말년에 [신당회] 회장 소리를 듣고 있다.
 옛날이야기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웃음소리가 시끄러워 방문을 닫던 시절이 있었는데, 참석 인원이 늘어나 화제도 흩어지고 더욱이 근래 몇 친구가 세상을 떠나고 보니 ‘희희낙락’ 대신 무덤덤한 자리가 되곤 한다.
 지팡이 짚는 아버지를 모시고 온 효녀 따님이 어디선가 기다렸다가 모임을 마치고 나온 일행을 식당 앞에서 사진을 찍어 준다. 커피믹스를 마셨는데도 백수의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더 누릴 참인가, 2차로 커피집으로 향한다. 2시간 가까이 걸려 참석하는 친구는 하루해를 다 보낸다.
 망구(望九)를 지나 80 중반에 이르니 감기 기운이나, 병원에 가느라 여럿이 빠지기도 한다. 이젠 오로지 건강을 잘 챙겨 두고두고 만나면 좋겠다.


 추기(追記): 하마터면 18번째 글을 못 쓸뻔했다. 지난 10월 15일 출근길에 전주를 쓰러트리면서 ‘에어백’이 터지는 운전 사고로 폐차를 했다. 그날 점심 모임에 기다릴 친구에게 사고를 전하면서 ‘오래 살 것 같아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한 친구는 소식을 듣고 보낸 문자에 “부활하신 양박사님, 9988 100세까지 문제없겠습니다!!!”라고 했으니 24회로 글 마무리하기엔 별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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