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창 준
서초이엔이치과원장
갤러리무늬와공간 대표
돌과 관련하여 기도하는 경우의 일례는 바위의 정령이 있다고 하여 암석을 신앙대상으로 삼는 풍속으로, 기자(아들 낳기를 기원하는) 목적을 위해 치성을 드리는 경우가 그 중 한 가지이다. 그 대상이 되는 대부분의 돌들은 문화재적 중요성을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민간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들은 민간 신앙과 더불어 토착 종교와 공생하며 오랜 시간 이어져 왔는데, 우리 사회의 사회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요즘도 드물긴 하지만 큰 바위, 작은 바위 밑이나 굿당에서 무속인과 일반인들이 제물상에 촛불을 밝히고, 징과 장고를 치면서 소원의 굿을 하는 데, 기도처를 찾아 다니다가 만난 인근에 사는 어느 주민은 “드물지만 어쩌다 보면 사람들이 모여 굿 같은 것을 하던데, 요즘 세상에도 이런 분들이 있더라구요”하고 증언하였다. 사실 저자가 다녀 보니 도처의 명산의 바위 밑에서 소원의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부지기수였다. 명산 바위 앞에 기도를 하는 사람들은 무속인들만이 아니다.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싼 높고 깊은 산 속의 수없이 많은 사찰과 암자들도 유명한 기도장이며, 미래에 오신다는 미륵 신앙의 구세주 미륵부처님도 바위에 새긴 바위 부처님이다. 북악산에 큰 바위, 작은 바위가 있는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간절한 소원의 기도를 하고 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회교 등 주요 종교가 등장하지 않았을 때, 인류는 해와 달, 별(북두칠성 등), 큰 산, 바다, 강, 바위 등의 자연을 기원의 대상으로 삼았다. 사람들은 폭우와 천둥, 번개 같은 자연 현상을 보고 공포에 빠졌으며, 형상이 없는 신을 향해 기도를 하였다. 특히 우리 민족의 불교 신앙의 경우 산신각처럼 샤머니즘이 일부 혼합되어 계승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에 익숙하다.
원래 불교 설법의 핵심은 반야심경 구절대로 마음에 공포가 없어야 하고 마음에 전도된 몽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는데, 인간들이 끝없이 돈에 대한 탐욕을 부리고, 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다 보니 민속 신앙의 형태로도 끝없이 소원을 빌게 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운수대통, 무병장수 등의 소원을 위해 전국의 명산의 바위 밑에서 촛불을 밝히고 소원성취를 바라는 기도를 하며, 이는 돈이 없거나 배우지 못한 사람들 만의 몫이 아니고 대학의 교수님도, 강남에 사는 부자도, 정치인도 해당된다.
오늘 소개하는 소원바위는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추동1리, 왕방산 자락에 있다. 창수면 추동리는 한양 조씨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마을로 매년 음력 2월 2일이 되면 왕방산 끝자락과 종현산이 맞물려 있는 산제사 터로 새벽에 올라가 산신제를 드렸다고 한다. 이 마을 뒤편에 마을사람들이 ‘소원바위’라고 부르는 바위가 있는데, 현재는 왕방산 소원바위 굿당 안에 있다. 바위에 동전을 붙이고 서원을 하면, 그 서원이 이뤄진다는 말이 내려온다. 굿당이란 굿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이 굿당에는 바위 전각을 포함해 몇 개의 임시 전각을 지어놓고 운영하고 있다.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소원바위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아주 오래전에 이 곳 한양 조씨 문중으로 시집을 온 한 여인이 있었다. 시집을 온지 몇 년이 지나도 아이를 낳지 못하자. 시어머니의 구박이 날로 심해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이 바위를 찾아가라고 했다는 것. 며느리는 이 바위를 찾아와 100일 치성을 드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들어서지 않던 아이가 들어섰다는 것이다. 며느리는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은 장성을 해 벼슬을 했다. 그 뒤부터 이 바위는 소원바위라고 이름을 붙였으며,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신을 받은 사람들은 가끔 이 바위 위에 앉아있는 노파를 본다고도 하는데, 그 노파가 바로 이 바위에 100일 치성을 드려 아들을 낳은 노파라는 것이다. 전설은 늘 즐겁다. 답사를 하다가 듣게 되는 이런 전설 하나가, 지루하고 힘든 답사 길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명산 바위에서 재수대통과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것도 좋지만, 열심히 살아가며 겸손하게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고, 악연보다는 좋은 인연을 맺으려 노력하고, 자신이 이룬 것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 감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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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hihak.co.kr/news/16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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