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창 준
서초이엔이치과원장
갤러리무늬와공간 대표
bonebank@hitel.net
우리나라에서 신앙의 대상이 되는 장소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민속신앙이 합쳐진 불교 관련 장소이거나, 숭배가 대상인 돌을 모시는 민간 신앙의 장소이다. 서양에서 들어온 종교인 천주교는 18세기 후반에 조선 시대에 도래되었다.
문인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학자들은 종교라기 보다는 서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이해를 넓혔는데, 그 중의 일부는 신앙의 차원에서 천주교를 믿기 시작하였다.
특히 초기에는 천주교의 구세복음사상을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윤리체계를 수립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중인들과 상민들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전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리하여 천주교는 서양의 선교사가 들어오기도 전에 주체적으로 수용되어 신앙의 터전을 닦았는데, 신자가 늘수록 유교적 전례문제와 기존 가치관과의 갈등을 보였다.
그런데 만민평등을 주장하여 양반 중심의 신분질서에도 위협을 주게 되자, 조정에서는 사교로 규정하여 금지령을 내리고, 순조 때의 신유교난, 헌종 때의 기해교난, 고종 때의 병인교난 등 세 차례의 큰 박해를 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세는 갈수록 번성하여, 1831년에는 조선교구가 독립되었고, 1845년에는 한국 최초로 김대건(안드레아 1821~1846)이 신부가 되었다.
1836년 김대건과 함께 신학생으로 선발되었던 최양업(토마스1821~1861)은 김대건 신부에 이어 1849년 사제 서품을 받고 출국한 지 13년 만인 1849년 말에 귀국하였다. 그는 매년 129개의 공소를 돌며 11년 6개월간 사목하였으니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신념을 위해 헌신한 성직자였다.
1861년 영남 지방의 전교 활동을 마치고 상경하던 중 새재 입구(문경읍 진안리)에서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문경새재 길은 과거 한양과 영남을 이어주던 길목에 위치하여 수많은 길손들이 오고 가는 중요한 통로였는데, 이 길은 하늘재와 더불어 최양업 신부가 경상도와 충청도 지방의 순회 전교활동을 위하여 넘나들던 곳이다.
산 중턱에는 길이 7m 폭 5.5m 높이 1m 크기의 자연동굴이 있는데, 전승에 따르면 이곳은 박해를 피해 교우들과 함께 숨어 지내며 기도하던 곳이다. 이곳은 현재 천주교 성지로 지정되어 있고, 동굴 안에는 당시 천주교 신자들이 십자가를 모셔 놓았던 곳이 보존되어 있다.
저자는 문경새재를 여러 번 방문하였으나 최근에야 이 곳을 찾아냈다. 처음 몇 번 방문 시에는 아예 그 존재를 모르고 있었고, 코로나 사태 직전에 교우들과 함께 출사 차 방문했을 때는 못 찾고 그냥 지나쳤다.
다른 몇몇 교우들이 들렀다고 하는 말을 들었으나 이미 떠날 시간이 임박해 포기하였다. 그 후 아예 작정을 하고 대학 정년 후 괴산에서 주중 전원 생활을 하는 친구 집으로 가서 일박 후 그와 함께 괴산, 문경 지역 기원의 장소들을 찾아 나섰다.
밤에는 야경과 별들을 촬영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새벽 6시에 눈을 떠 보니 친구는 언제 일어났는지 6백여평의 집 주위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새벽 안개 속에서 노동하는 그의 모습은 주변 정경과 더불어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아침 식사 후 미리 만들어 놓은 목록대로 여기 저기 방문 촬영을 하고, 11시 경에 문경새재로 들어섰다.
이 친구와 함께 다니면 항상 그의 배려심에 놀라곤 한다. 운전 중 별 말이 없이 휴대폰을 두드리곤 하는데, 항상 갈 곳의 주변을 미리 검색하며, 목적지와 주변 먹을거리 등을 찾아서 조용히 추천을 해준다. 사실 고교 시절 짝궁을 한 적도 있고, 신혼 시절 비록 소속 동호회는 다르지만 동양란에 심취하기도 하였으니 취미도 비슷한데, 사실 생활습관이나 취향이 다른 점도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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