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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12/24  치학신문
기원의 장소 ②
인왕산 선바위

 

 임 창 준


 서초이엔이치과원장


 갤러리무늬와공간 대표

 

 

 

 

 

 

사람들이 기도하는 장소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는 돌과 관련된 장소가 많다. 특히 자연신앙과 관련된 동시대 기도 장소의 돌들은 세월 따라 인간의 염원이 축적된 오브제이다. 돌 오브제들을 이용한 수 없이 많은 기원의 장소들이 존재하는데, 대상이 되는 돌들 중에는 문화재적 중요성을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민간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들이 있다. 그들은 민간 신앙과 더불어 토착 종교와 공생하며 오랜 시간 이어져 왔는데, 우리 사회의 다층적 장소성과 경관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번 주제인 인왕산 선바위는 서울시 민속자료 4호로 지정돼 있는 두 개의 거석으로 높이가 7~8미터에 달한다. 조선 건국 이후 한양도성을 쌓을 때 이 바위를 성 안에 두느냐 성 밖에 두느냐하는 문제로 무학대사와 정도전이 맞섰는데, 이것은 불교와 유교의 대립이었다. 고심하던 태조가 눈 내린 인왕산을 보러 나섰다가 선바위 안쪽의 눈들은 녹아 있었는데 선바위에 쌓인 눈은 녹지 않은 것을 보고 선바위 안쪽으로 성을 쌓도록 지시하였다. 그러자 무학대사는 “이제 중이 선비의 보따리나 짊어지고 다니게 되었구나”하며 탄식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인왕산은 ‘仁王山’ 또는 ‘仁旺山’으로 표기된다. 인왕(仁王)은 부처의 명호로 쓰이기도 하고, 불법의 수호신을 가리키기도 하는 불교 용어로서, 새로 건국한 조선에 부처님의 가호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하지만 불교를 탄압하던 조선시대 유교 사대부들 입장에선 인왕산(仁王山)이 탐탁치 않은 이름이었으므로, 인왕산(仁旺山)으로 쓰기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어쨌든 영조실록에서 ‘仁旺山’이라는 표기가 발견되었고, 승정원일기에도 ‘仁旺山’이라는 단어가 100개나 발견된다.
 서울에서 이렇게 움푹움푹 파여 있는 특이한 억센 형상의 바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며, 이 바위에 치성을 드린 옛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오래 전부터 민간신앙의 대상이었는데 특히 자식이 없는 사람이 선바위에 빌면 효험이 크다고 해서 기자암(祈子岩)으로 불리기도 한다.
 처음에 이 바위의 위치를 몰라 지척에 두고도 물어물어 겨우 찾아서, 입구의 계단을 올라 처음 마주친 순간, 필자는 그곳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마치 혼이 나간 듯이 땀을 뻘뻘 흘리며 좌대 끝자락에서 천 배를 하는 50 전후의 중년 남자, 두 손을 비비며 기도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 20대로 보이는 젊은 커플, 그 밖에도 가부좌 혹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중년 연인들……. 그들의 분위기에 압도된 저자는 배낭에서 카메라를 미처 꺼내지 않은 채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염원이, 무슨 걱정거리들이 저리 많은 것일까? 저 젊은 커플은 아이가 안 생기고 있나? 저 여인네는 가족 중 누군가의 우환이 심한건가? 저 남자는 사업이 잘 안 풀리고 있나? 저 할머니 부부는 자식들, 아니면 손주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나? 요즘같이 현대화된 문명사회에, 그것도 서울 한 복판에서 저렇게 많은 이들이 기원을 드리는 것을 보니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는 도대체 어디로 굴러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솟구쳐올랐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전국 대부분의 이런 기도처에 가면 어디나 있듯이, 바위 밑에는 종로구청장 명의로 ‘이곳에서는 일체의 무속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판이 붙어 있었고, 그 글을 읽는 순간에도 백 여 미터 아래 국사당에서 굿하는 ‘덩더쿵, 덩더쿵!’ 소리가 나의 귓속으로 파고 들었다. 과연 지금 이 시대의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두어 달 후 선바위를 다시 찾아 북쪽 언덕 위 북한산성 성벽으로 올라가서 바라보니 단아한 여인네가 다소곳이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그 여인의 염원이, 그리고 이 시대 모든 이들의 염원이 모두 이루어지길 기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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