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선 아
위드치과의원 원장
상담심리교육학석사
의식의 세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욕구, 충동, 생각은 무의식의 세계로 잠들어버리거나 억눌러버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해결되지 못한 욕구, 충동, 생각은 이유를 모르는 행동이나 그럴 듯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는 행동의 동기가 되기도 하고 꿈, 농담, 말실수 등의 형태로 표출되어 현실의 나에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일까라는 고뇌라는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현실이란 의식세계에서 갈등상황이 생기면 우리는 자아가 감당할 정도의 무의식적 적응 혹은 부적응 대처방식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방어기제라 합니다. 필자는 인간의 무의식적 방어기제를 성숙(成熟)이란 관점에서 정신병적 방어기제(왜곡, 부정, 망상:환상, 환청), 미성숙한 방어기제(투사, 행동화. 공상, 건강염려증, 소극적공격성, 신체화), 신경증적 방어기제(억압, 반동형성, 이지화, 전위, 해리), 성숙한 방어기제(승화, 예상, 유머, 이타주의, 억제)로 분류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호에서는 어떤 이벤트 상황에서 남들은 모르지만 자신 스스로를 괴롭히는 부적응적 대처 방식인 신경증적 방어기제 중 반동형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과잉되게 반대의 표현을 함으로써 진짜 속마음을 숨겨버리는 반동형성을 쓰는 이들의 마음에는 티내면 안 된다는 무의식의 심리가 작용합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을 반동형성의 대표적인 예라고 보시면 쉽습니다. 나에게 부담스런 애정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 복종이나 과잉 칭찬을 쏟아붓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랑의 마음을 한번 쯤 헤아려보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신경증적 방어기제중 이지화, 전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지화는 이성적으로 또는 지적으로 대응해 불편한 상황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인지하며 생기는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지화란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서적인 면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기 위한 마음이 작용하게 됩니다, 학창시절 심하게 왕따를 당한 경험을 감정표현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순이가 그렇습니다. 감정이 올라올까 봐 이성이나 지성으로 누르는 사람들은 실제로 감정표현을 잘못하고 상대의 감정도 인지를 잘못해 대인관계가 힘들게 됩니다. 내비게이션 목소리의 주인공 같은 사람과 대화를 한다고 가정해보시면 변화가 없고 향기가 없음에 우린 질려버리게 될 것입니다.
전위는 표현은 하되 원인이 되는 대상에서 수용 가능한 대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긴다’, ‘동대문에서 뺨 맞고 남대문에서 화풀이 한다’. ‘꿩 대신 닭’같은 속담을 떠올리시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전위란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게 됩니다. 컴퓨터게임을 자제하라는 엄마의 훈계에 방문을 꽝닫아버리는 사춘기 자녀가 그렇고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으로 가져와 짜증으로 둔갑시키는 우리들이 그렇습니다.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길 수도 있겠지만 남대문에서 화풀이를 하는 것은 나를 포함한 연약한 누군가가 억울해지거나 피해를 당할 수 있음을 자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이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 한번쯤은 진짜로 닭을 원하는 삶인지, 꿩을 원했는데 닭을 원하고 있는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자답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꿩 대신 닭’을 원하는 삶을 살고 있으면 여러 상황의 닭을 만나도 마음의 동요는 멈추질 않습니다, 또 다른 닭이 줄을 지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꿩을 원하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는 훈련이 필요하겠습니다. 알아차림만으로도 반 이상은 답을 얻게 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고 심리학은 말해주고 있습니다.